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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국민인권기구① 호주의 경험과 한국의 전망

보편적 인권규범 실현을 위한 강력한 수단

편집자주: 국민(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논의가 언론에 간헐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간 국민인권기구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소개해온 본지에서는 보다 전체적인 상을 제시하기 위하여 곽교수의 국민인권기구 칼럼은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참고로 곽교수는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2일까지 8일간 호주에 머물면서 호주 인권및기회균등위원회의 활동상에 대해 조사, 연구한 바 있다. 아직 국민인권기구의 구체적인 상을 정부도 민간단체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 연재는 매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을 당부한다.

국민인권기구(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 원래 인권은 외국인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국민'인권기구라는 용어보다는 국제기구가 아니라는 뜻의 '국가'인권기구라는 용어가 보다 적합하지만 어감이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국민인권기구라는 용어를 쓰는 것임)는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된 인권전담 국가기구를 일컫는 용어다. 국민인권기구는 대개 위원회 형식으로 조직된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역할을 인권분야에서 수행하는 위원회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인권기구는 인권위원회나 인권 및 반차별위원회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민주화 이행기의 나라들에 인기

국민인권기구는 현재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필리핀, 남아공, 에스토니아, 몰다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스리랑카 등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러시아와 태국에서도 근거법령이 통과하여 설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 이 명단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국민인권기구는 매우 다양한 나라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바, 특히 대규모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현재 민주화 이행기에 있는 나라들에서 인기가 높다. 필리핀과 남아공의 경우 과거청산의 차원에서 아예 국민인권기구를 새로운 헌법기구로 격상시켰을 정도다. 앞으로도 국민인권기구는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 꾸준히 신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이를 요구할 뿐 아니라 정부로서도 국내외에서 생색내기에 좋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전망 역시 밝다. 정부가 몇해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거듭 약속해온 데다 새 대통령의 집권공약사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민인권기구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바람직한 입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하에서는 세계 각국의 국민인권기구중 가장 먼저 설치되었을 뿐 아니라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호주의 인권 및 기회균등위원회(Human Rights and Equal Opportunity commission, 이하 "위원회")의 조직과 구성, 성과와 한계에 대해 소개하겠다.


81년 설치된 인권위원회가 효시

위원회는 1986년 인권의 날(12월 10일)에 설치되어 오늘에 이른다. 그러나 호주국민인권기구의 효시는 그 전신으로서, 1981년 인권의 날에 설치되어 86년까지 존속한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다. 인권위원회는 호주정부가 1977년에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79년에 입법되었으나 81년에 비로소 설치되었다고 한다.

탄생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인권기구는 애초부터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규범을 적극적으로 국내에서 집행하는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국민인권기구는 인권관련 법제, 정책, 관행에 대한 조사연구, 인권외교, 법제, 정책, 관행 등에 대한 대정부 자문과 조언, 인권교육과 훈련 및 홍보 등의 다양한 권한을 갖게 되었다. 또한 국민인권기구는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구제기능도 갖고 있는 바, 이는 인권피해자에게 법정소송보다 신속, 간이한 구제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소한 인권침해, 예컨대 직장에서의 성희롱이나 성, 인종, 지역, 혹은 장애 차별적 언사 등에 대해서는 법원의 복잡하고 지리한 절차 때문에라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국민인권기구의 신속, 간이한 구제기능은 주로 이러한 경우를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속, 간이한 인권침해 구제수단

결론적으로 국민인권기구는 인권침해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구제 제공, 국내 인권현황에 대한 조사연구 수행, 국제인권규범에 바탕한 대정부 조언과 자문 제공, 인권교육과 훈련 실시등 매우 종합적인 인권보호 및 증진 활동을 수행하는 국가기구로서 국제인권시대의 국가내 인권파수꾼으로 고안된 국가기구라 할 수 있다.

필리핀과 남아공의 경우 과거청산의 차원에서 아예 국민인권기구를 새로운 헌법기구로 격상시켰을 정도다. 앞으로도 국민인권기구는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 꾸준히 신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노현(운영위원, 방송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