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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기고> 의료 실태를 통해 본 재소자 인권 현실 ②

“교도소 수준은 그 나라의 인권수준”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첫째, 의료비의 절대부족으로 교도소 당국이 외부진료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재소자 1인당 의료비는 연간 2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것으로는 약값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원칙적으로 국가 부담인 의료비 해결이 불가능하고 당연히 병원 진료는 병을 잔뜩 키우고 난 이후에나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 관행으로 사전 진료 같은 것은 아예 무시되는 것이다.

둘째, 의료비의 국가 부담은 말뿐 실제로는 자비 부담이 대부분인데 법적으로는 국가부담이라는 이유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인의 3배이상의 의료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재소자들의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르고 의료보험을 계속 납부하기 때문에 사실상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의료보험 문제를 좀더 살펴보면 아직 재판 중이라 무죄추정이 인정되는 미결 상태의 재소자들 역시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고 더군다나 이들은 미결이라는 이유로 국가 부담 대상이 아니라며 노골적으로 자비 부담을 요구받곤 한다.

셋재, 교도소내 의료 시설과 의료진이 절대 부족하다. 수백 심지어 수천 명의 재소자당 1인의 전문의와 1인의 공중보건의만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또 나는 결핵이 꽤 심했을 때도 1년내내 햇빛 한점 들지 않고 불기 하나 없는 독방에서 긴 겨울을 버티어야 했다. 게다가 의료 기구와 시설이 낙후하여 가슴 사진 촬영을 해도 사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본 진단마저 어려운 것이다.

넷째, 매년 3번씩 가슴 사진 촬영을 하나 워낙 형식적이라 결핵 등 질병 여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1년이 되든 10년이 되든 석방되지 않는 한 재소자들은 병을 안고 살아야 한다.

다섯째, 양심수들은 외부 진료가 배나 더 어렵다. 양심수의 경우 계호상의 이유로 병원에 갈 때마다 10여명의 교도관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도관이 부족한지라 교도소측에서는 외부 진료를 더욱 내켜 하지 않는다.

교도소에 들어오면 멀쩡했던 사람들조차도 앓는 경우가 생긴다. 스트레스에 열악한 환경이 겹친 탓이다. 그러나 제대로 진료를 받기 어렵고 또 자비 부담이 강요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대개의 사람들은 포기하고 항상 약을 많이 사 놓고 먹는다. 약물중독이 되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렇듯 재소자들의 의료 실태가 매우 열악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죄인이면 죄를 받아야 한다는 인과응보 행형관이 답습되어 오는 데서 그 원인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재소자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또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의료 문제는 목숨의 문제이다.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은 교도소 수준에서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도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하겠다.


은수미(강릉교도소 출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