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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세계의 인권<15> 아시아 여성의 인신매매

어린 소녀 갈수록 증가

여성이 사고 팔리는 시장의 규모는 엄청나다. 더러운 맥주집의 마룻바닥에서부터 휴양지 해변가의 초호화판 클럽에 이르기까지 온갖 무대를 배경으로 모든 계층의 남성을 대상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 시장에 진열된 주요 상품은 아시아 여성들이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여성인신매매방지연합’(Coal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 CATW)의 정의에 따르면 ‘여성인신매매’란 금전상의 이익, 이득을 노리거나 매춘, 강제노동, 성적 노예화 등을 목적으로 국내에서나 외국으로 여성과 소녀를 팔고 사거나 운송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납치와 유괴같은 강제력이 사용되거나 협박, 사기, 거짓약속 등 모든 형태의 미끼가 동원된다. 또한 매춘굴, 군사 기지촌, 섹스관광, 신부를 거래하는 결혼중매 등 여성이 성적으로 착취 받는 관행과 맞물려 이루어지고 있다. 납치의 경우, 태국의 예를 보면 브로커에게 고용된 사람이 마을 소녀들의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을 포주에게 보여주고 원하는 여자를 주문받는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와 선택된 여자를 납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신매매되는 여성의 신상명세서는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그 여인들은 가난하고 농촌출신이며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빈곤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여성매춘의 주요인이지만, 배우자의 학대 등 성공적이지 못한 결혼생활을 경험한 여성이나 연애에 실패한 여성들이 매매꾼들에겐 섹스산업의 후보자로 여겨진다. 어린 소녀에 대한 수요가 한없이 증가할수록 포획되는 표적의 나이도 한없이 낮아지고 있다.


세계도처에 시장

CATW가 보고하는 여성인신매매의 규모를 살펴보자.

방글라데시: 20만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으로 인신매매되었으며, 매달 200-400명 꼴의 매매가 유지되고 있다. 94년 한해에만 2천명의 여성이 인도의 6개 도시로 팔렸다.

버마: 2만-3만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태국에서 매춘하고 있다. 이들이 당한 주요 인신매매 유형은 직장을 준다고 속여서 매춘굴에 데려다 놓는 것과 유괴, 매매였다.

캄보디아: 1만에서 1만5천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35%가 연소자이다. 91년에 약 6천명이 있었으나, 유엔 캄보디아 잠정행정기구(UN UNTAC)의 군대가 도착한 후인 92년, 그 숫자는 2만명에 달하게 되었다. 매춘굴의 48%의 여성이 유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94년, 아내를 삼거나 매춘을 목적으로 여성을 매매한 1만 5천여건의 사례가 경찰에 적발되었다.
인도: 2백2십만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1/4이 연소자이다. 인신매매 유형은 부모에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거나 허위 결혼, 거짓직업알선, 유괴 등이다.

일본: 가장 큰 아시아여성의 섹스산업 시장이다. 15만명이 넘는 비일본여성이 매춘을 하고 있고 대부분이 태국과 필리핀 출신이다. 최근 들어 동유럽 여성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남자들은 가장 많은 수의 섹스관광단을 구성한다. 섹스산업이 GNP의 1%를 점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방위비와 맞먹는 규모다.

필리핀: 30만명의 여성, 7만5천여명의 아동매춘이 존재한다.

대만: 4만에서 6만명의 아동매춘 추정, 13세 미만의 소녀들이 포주들에 의해 신체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 처방을 경험한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30만에서 2백80만에 이르는 매춘여성중 1/3이 연소자나 아동이다. 태국 여성은 또한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매춘에 종사하고 있다.


피해자이면서 범죄자인 여성

국제적 차원에서는 모든 형태의 매춘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동매춘이나 인신매매는 주요한 인권문제로 여겨진다. 이에 대한 국제적 기준으로는 우선 79년 유엔총회가 채택하고 유엔회원국의 2/3이상이 비준한 여성차별철폐조약을 들 수 있다. 이 조약 제6조는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및 매춘에 의한 착취를 금지하기 위하여 입법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당사국에 부과하고 있다. 다른 한편, 49년의 ‘인신매매 및 타인의 매춘착취방지를 위한 조약’이 존재하지만 이 조약은 내용도 미흡하고, 단 60개국만 비준해 이행과 감시체계 또한 빈약하다.

그래서, 최근 “여성인신매매와 매춘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철폐에 관한 조약”이 추진되고 있다.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여성과 소녀의 인신매매에 관한 결의안을 지난 4년간 검토하여 왔고 많은 정부와 민간단체가 광범위한 지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심각한 괴리가 있다. 국제적으로는 인신매매된 여성을 ‘인권피해자’로 보는 반면에 해당국에서는 그 여성들을 ‘범죄자’로 다룬다. 정당한 절차 없이 매춘여성을 재활센타나 캠프에 강제수용 한다든지 직업을 가진 증거를 제시할 수 없으면 거리에 있는 어떤 여성이든지 부랑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매춘과 관련하여 여성에게 부과되는 법 적용은 무거운 반면 그 이용자와 매춘으로 이득을 취한 자들에겐 가볍다. 이 때문에 매춘에 대한 책임논쟁과 인신매매의 문제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아무튼 인신매매와 매춘문제가 설령 일부 여성의 문제일지라도 모든 여성의 완전하고 평등한 인간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인신매매와 매춘, 기타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를 종식시키기 위한 투쟁은 모든 여성의 인권을 위한 싸움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