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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 3·8 여성의 날 특집 > 여성 그리고 빈곤 ② 성매매 여성

빈곤의 그늘 속에서… 선택일 수 없는 성매매


성매매에 관한 논쟁에서 항상 제기되는 논점 중 하나는 '자발'이냐 '강제'냐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성을 팔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말을 떠올리면, 성매매는 자발과 강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빈곤이 매개되는 성매매 유입 경로

"이혼하고 엄마와 아들과 동생과 살고 있었는데, 제 월급이 유일한 수입이었어요. IMF가 되면서 갑자기 직장을 잃었을 때 동생이 쓰러졌어요. 수술을 위해 목돈이 필요했는데, 가난한 이혼녀가 갑자기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그래서 지역신문 광고를 보고 찾아갔어요. 술집이었는데 선불금으로 300만원을 주었어요. 그 돈으로 동생은 수술을 받을 수 있었어요. … 어떻게 해서라도 빚을 갚고 가족들에게 갈 생각이었는데, 이 빚은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질 않아요. 이자 제하고, 방 값 제하고, 몸이 아파서 일을 못 하는 날엔 벌금을 내야하고, 그러다 보면 월급은 거의 없고, 식구들 생활비 보내려면 업주에게 또 돈을 꾸고. 정말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언제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지역 성매매 실태조사 및 정책대안 연구」(새움터, 2001.12)

이 사례는 성매매 여성의 실태를 통해, 여성이 어떤 경로로 성매매에 이르게 되는지 보여준다.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생계문제로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다"라고 지적하며 "최근에는 카드 빚으로 인해 성매매로 유입되는 사례가 굉장히 많아졌다"고 말한다. 빚을 권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정책이 또 다른 한편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을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있는지 반증하고 있다.


성매매의 족쇄 '선불금'

성매매로 유입된 여성은 좀처럼 성매매 현장을 벗어나기 힘들다.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선불금 제도'이다. 선불금 제도는 성매매 여성에게 일종의 '족쇄'같은 것이다. '선불금'이란 업소에 취직하면서 미리 받는 돈을 말하는데, 이자는 기본적으로 5부 이상이고 이자율은 업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자조차 갚기 버거운 상황에서 지각비와 결근비(하루 30만-150만원)까지 보태면 그것은 '노예문서'나 다름없게 된다. 선불금을 갚기 위해 다른 업소에서 다시 선불금을 받고 일자리를 구하면서 소개비 명목으로 5백만에서 2천만원이 또다시 빚으로 보태진다. 결국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러한 채무관계는 여성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한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은 2002년 7월 '성매매 관련 범죄 수사 및 공판 시 유의사항'을 발표해 '선불금 등 성매매와 관련된 채권의 무효 고지'를 명시하였다. 또한 최근 법원은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 빚은 무효라는 판결을 통해 선불금이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고리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제까지 성매매 여성은 '처벌대상'이었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풍속규제'의 차원에서 성매매 여성과 성매매 구매자를 모두 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에관한법률'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아래 성매매방지 관련법 들)은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즉 가난한 여성들에게 자활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도록 탈 성매매 여성에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적용되어 직업교육이나 생계지원, 의료지원 등을 국가가 책임지게 했다. 또한 가해자인 성매매 업주나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었다. 폭행, 감금, 인신매매 등 성매매 여성의 희생이 지금도 생생한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 사건이 일어난 지 4년만에 비로소 성매매방지 관련 법들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 법들은 몇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조 소장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의 범주에서 제외되면서 피해자의 범위가 축소"되었고, "피해자 규정에 '선불금에 의한 강요' 조항이 빠지면서 여전히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선불금 족쇄'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불법적인 성매매 업소를 폐쇄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 조항의 추가를 주장했지만 법에 담겨지지 못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차별

최근 19∼39세 여성의 10%인 33만여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는 신문보도는 여성을 성산업으로 유입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조 소장은 "무엇보다도, 여성이 성산업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위주 접대문화는 성산업을 급속하게 확장시켰고, 거대한 성산업은 그 자체가 자본의 블랙홀이 되어 가난한 여성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빈곤이 '여성의 몸'을 통해 드러나는 성적 착취의 또 다른 이름이다. 빈곤이 유독 성매매라는 방식을 통해 여성에게 전이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여성이 놓여진 차별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또한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고, 이혼의 증가로 여성이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경향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예가 되기 싫으면, 성산업에라도 종사하라'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조 소장은 이를 가리켜 "성매매를 권하는 사회"라고 일침을 놓는다.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 착취임을 분명히 하는 것, 이것이 곧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