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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IBA 세미나 보고서> 일본의 대용감옥과 우리나라 구금절차의 문제점

대용감옥은 경찰의 유치장을 피의자의 구류장소로 대용(代用)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찰구속단계에서 구속피의자가 경찰서유치장에 구금되기 때문에 일본식으로 보면 대용감옥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역시 검찰송치 이후에도 유치장을 이용하는 대용감옥이 전국적으로 17개소가 있다고 박찬운(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변호사는 밝히고 있다. 박변호사는 일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대용감옥의 실태를 국내외적으로 처음으로 밝히고 일본의 제도와 비교하는 한편, 수사절차를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평가했다. 박변호사의 보고서를 통해 뒤늦게나마 지난 14일 동경 시야부 국제연합대학에서 열린 ‘기소전 및 공판절차에 관한 IBA 국제세미나’의 내용을 전한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국제법조협회(Internationl Bar Association, IBA)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연)가 연대하여 일본의 대용감옥문제를 국제인권법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이의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세미나 발표자로는 박변호사외에도 로즈하퍼(Ross Harper, IBA회장), 다토 파람 구마라스와미(Dato Param Cumarswamy, 현UN 사법의 독립과 공정에 관한 특별보고자)등이 참가했다.


■ 일본의 대용감옥과 IBA보고서 내용

일본은 검찰송치 이후에도 피의자를 경찰서유치장에 구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국 1천2백67개소의 유치장이 대용감옥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용감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사기관이 대용감옥을 자백강요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일변연 등에서 대용감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지만 일본정부는 수사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결코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BA는 보고서에서 일본의 대용감옥은 수사와 구금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을 국제인권 수준에서 지적했다. 또한 대용감옥의 존폐에 관계없이 △기소전 보석제도 인정 △묵비권의 완전한 보장 △변호인의뢰권에 완전한 보장등과 피의자의 신문은 사실대로 전부 기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일본이 고문금지조약을 비준할 것을 요구했다.


■ 우리나라 구금절차의 문제

박변호사는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제점으로 △법관에 의한 신문제도의 결여 △구금과 수사의 미분리 △수사방법의 문제 △변호권 수준의 문제등 네가지로 나누어 지적했다.
(2)구금과 수사의 미분리

10일간 경찰서유치장에 피의자를 구속한 채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제도도 국제적으로 예를 찾기 어렵다. 17개소의 대용감옥은 시설상태나 운용실태를 고려하면 일본의 대용감옥보다 훨씬 비인권적 실태인 것이 드러났다. 안기부의 20일간 밀실수사는 국제적으로는 발표하기조차 창피한 인권침해의 극한 상황이다.

(3)수사방법의 문제

고문과 자백강요의 수사를 막는 현실적인 방법은 증거능력의 제한으로 막는 것과 수사관의 수사형태를 법룰로 제한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영국에서는 경찰의 조사실무규범에 의해 피의자를 신문할 때는 적어도 24시간 중 8시간의 연속된 휴식, 식사시간에의 조사중단, 2시간 간격으로 다과제공 등의 규정을 정하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의 심야철야조사를 생각할 때 영국의 사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