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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김일성주의 청년동맹」 사건이 던지는 의혹

8월 4일 서울경찰청은 김일성주의 청년동맹(김청동) 조직 결성을 주도한 혐의로 이상두씨(가명)등 10명을 붙잡아 이들을 국가보안법 제7조 1항(반 국가단체 찬양·고무), 3항(이적단체 구성·가입), 5항(이적표현물 제작·반포·소지) 등으로 각각 구속했다.

고려대총학생회는 김청동사건이 단순한 학습모임일 뿐 한총련을 배후 조종해온 전국규모의 조직이라는 경찰의 주장이 과대 포장되었음을 주장했다. 지난 6월 발표된 구국전위 사건에서도 3차 수사발표과정에서 한총련 배후 조종했음을 밝혔는데, 김청동 사건의 경우도 한총련 배후조종이라는 발표를 하고 있어 공안정국 바람을 탄 부풀리기의 형태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서울경찰청은 이들이 작성했다는 17건의 ‘김정일에 보내는 충성편지’를 핵심증거 가운데 하나로 공개했으나 실제 이 ‘충성편지’는 모두 지난 92년 안기부에 적발된 중부지역당 사건 때 증거자료로 제출된 편지들과 내용은 물론 활자체, 띄어쓰기, 모든 글자 등 한 획도 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측이 물증으로 내놓은 컴퓨터, 디스켓 등이 대부분 지난 28일 학교 압수수색과정에서 잃어버린 물건으로 이 물건들은 학생복지위원회 복지 사업 자료로 쓰인 것이라고 학생회 측은 밝혔다.

이로써 경찰이 관련 고대생들이 작성하지도 않은 충성편지를 재탕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김청동은 물론 주사파 척결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는데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92년 결성된 것으로 밝힌 2·16청년회의 실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16청년회 결성의 주축이된 강진구씨의 경우 경남 함양에서 방위로 있으면서 배후 조종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발표에 따르면 2·16청년회는 조직원인 신창현 씨(93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한총련 임시 대변인, 94년 한총련 집행위원, 수배 중), 김만수 씨(가명, 서총련 북부총련 조직국장)등을 통해 한총련, 서총련 및 서울지역 각 지구총련에 파견 망을 구축, 김청동 조직원과 연계활동 등으로 학원가 배후활동가를 조직해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발표이후 10일 최도형 씨(고려대 심리84)만이 검거됐을 뿐 2·16청년회 조직원이 고려대생에 한정되어 있는 점에서 한총련 배후조종이라는 발표는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 2·16청년회 조직규모가 고대 조통위 및 단대 조통위 조직원 약 1백여명을 추정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단과대 조통위는 각 1인씩으로 오히려 학생회측이 단과대 조통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지 않는지 되묻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이 공안정국을 부추기기 위한 사건이 아닌가는 의문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90년 12월 결성되어 93년 한총련 출범이후 현재까지 활동해온 김청동의 활동상황이 거의 전무하다는데 있다. 활동하지 않는 조직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내용의 질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8월 4일 가진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경찰은 김청동 결성시기를 92년과 94년을 엇갈려 발표했다. 또한 실제인물들을 전부 가명을 쓴 점등에서 사건조작의 의혹을 사고있다. 또한 90년 12월 결성된 김청동은 김충일씨(미검, 가명)·김석훈 씨(미검, 가명)등 4명이 모여 결성했다고 밝힌 반면 안병일 씨의 구속영장에 의하면 김태형씨(가명 김충일)의 주도로 김도현 씨(가명)등 3명이 결성했다고 나와있어 경찰발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고대학생회측은 ‘김석훈’ 씨의 가명이 ‘김충일’임을 지적하면서 실제로 경찰 측이 밝힌 명단 중 많은 부분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같이 과대포장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졸속수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상철씨와 박관용씨와의 학습을 위한 몇 번의 만남등 몇몇의 학습모임이다. 이상철(가명 이상두)씨의 경우 붙잡히기 6개월 전 미행을 당해왔다는 확신이 든다고 구속 후 접견과정에서 밝혔는데, 미행과정에서 박헌용 씨와 93년 9월부터 12월 사이 몇 차례 만나 대남 방송 녹취문을 읽고 토론한 것이 유일한 단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김청동과의 연계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김청동은 과거 정보에서 추론해 사건을 조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다. 92년 발표된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목포교도소에 수감중인 심상득 씨(고대 통계학과 89)의 공소장에 김청동과 안병일․강진구씨 등의 이름이 거론된 점, 7월말에서 8월초 사이 성북경찰 한 형사가 총학생회로 ‘민족고대조국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사건을 터뜨리겠다고 말해온 사실 등에서 이를 추정할 수 있다. 또한 8월16일 학교를 찾아온 심상득 씨의 어머니 말에 의하면 얼마 전 상득이를 수사관이 찾아와 조사를 하고 갔다고 한다.

또한 구속된 사람들 거의 전부가 학생회 활동과는 무관한 사람들로 이미 졸업 후 취업준비나 대학원 공부에 몰두했던 사람들인데 이들이 한총련을 배후 조종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차현민 씨의 경우 91년 8월부터 대학원 준비로 학생회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로 82년 8월 고대 신방과 대학원을 진학해 94년 6월 논문이 통과된 상태로 구속직전까지 취업준비중이었다. 차씨가 학과공부에만 몰두한 사실은 주위사람이 증명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조직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김청동 사건은 조직구성에서 드러난 점 이외에도 수사과정에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미 구속직후 이상철씨 접견을 신청한 유선영변호사가 2차례에 걸쳐 접견금지를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씨의 가족은 접견을 방해한 성낙식 서대문경찰서장과 성명불상의 2명 경찰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화남 경찰청장 앞으로 지난 17일 변호사접견을 거부한 것과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구속자들이 긴급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붙잡힌 것으로 밝혀졌는데 경찰 측은 긴급구속 이유로 박헌 용씨의 경우 반 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동조하고 이와 같은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기타의 표현물을 복사, 소지, 운반, 반포, 취득한 자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찰 측 수사가 긴급구속 남발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 역시 이러한 비난을 받고 있다. 긴급구속영장 발부요건으로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 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 받을 수 없을 때 그 사유를 고하고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김청동사건의 경우 긴급구속장 발부 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항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