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기자회견 보도자료


이번에 발생한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은, 그동안 우리 사회와 일상생활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으나 무시되거나 은폐되어 왔던 성희롱 문제를 처음으로 사회적으로 여론화시키고, 가해자측이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성희롱 문제를 법정싸움으로 발전시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이 사회적 범죄행위로서 심각한 사회문제로서 제기되고 같은 맥락에서 「성폭력특별법」 제정운동을 벌여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발생한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보는 공동대책위원회의 문제인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장내 성폭행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라는 면

서울대 조교 성희롱사건은 성폭력의 유형 중 통상적으로 직장내 성폭행(Sexual Harassment/Sexual Harassment at Workplace)으로 구분되어지는 것으로서, 직장내 성폭행이란 “채용이나 근무기간에 직장상사, 동료, 계열사, 혹은 거래처 직원 등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여기에서 의사에 반한다는 것은 ‘위계적 권위에 의한 암시적인 강요나 주위의 압력으로 충분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 없이 판단한 결과’) 행하는 성적인 언어나 행위(한국성폭력상담소, 「직장내 성폭행 세미나 자료집」)을 통칭하는 말로서, 이번 사건의 경우-만지고 신체를 접촉하거나 포옹하는 행위, 데이트를 강요하는 행위, 성추행 거절을 이유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직장내 성폭행의 한 유형이다.


둘째, 일반적인 직장내 성폭행의 전형이라는 면

91년 4월부터 92년 7월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 성추행에 대한 상담건수 1024건 중에 직장내 성폭행은 117건으로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여성단체협의회(1991)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 직장 내 폭행중 성폭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5.4%로 나타났으며, 성적인 폭언이나 가벼운 신체접촉은 직장 내에서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해자나 피해자가 성폭행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유인방법으로 업무핑계, 퇴근, 회식 후 차편제공, 고용위협, 속임수, 물질공세, 완력, 구타 등을 동원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직장내 성폭행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몇몇 사람만이 당하는 사소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셋째, 직장내 성폭행은 인권침해, 노동권 침해라는 면

직장내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은 모욕감이나 수치심, 위협을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장애나 두통‧근육통‧위장장애 등의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한편, 거부했을 경우 오는 해임, 승진기회 박탈, 임금상승에서의 배제, 소극적인 일 수행 등 기본적인 노동권까지 침해당하고 있어 직장내 성폭행 문제는 인권침해, 기본적인 노동권 침해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넷째, 법적 대응의 면

이와 같이 직장내의 다양한 성폭행(성적 희롱에서 강간에 이르기까지)이 직장 내에 상존하고 있고, 인권침해, 기본적 노동권 침해와도 직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약하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사건의 변호인단이나 공동대책위원회에서도 고심했던 것은 외국과는 달리 직장내 성희롱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이 현행법에도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친고죄’와 강제성 판단의 문제가 맞물려 직장 내 고용, 지휘, 감독관계를 이용한 성희롱에 대한 형사 처벌규정이 거의 전적으로 미비하였다. 따라서 이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에 대한 법적 조치는 민사소송에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하여 직장내 성폭행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여론화시키고 동시에 현행법의 한계와 그 대안으로서 올바른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문제인식 아래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본 사건의 납득할만한 해결은 물론, 직장내 성폭력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여론화시키고 그 대책으로서 성폭력특별법의 올바른 제정과 직장내 성폭행 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책마련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1. 서울대 최고 행정당국자에게 진상규명과 진상조사를 강력히 요구한다.

2. 향후 일주일 동안 여성, 사회단체별로 직장내 성폭행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신고기간을 정하여, 그동안 은폐되어 왔던 직장내 성폭행에 대한 실태를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3. 접수된 신고를 바탕으로 직장내 성폭행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공청회,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4. 가해자인 서울대 화학과 신교수를 해임조치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재임용)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여론조성 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해가고자 한다.

5. 직장내 성폭행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이 이번 정기국회시 제정될 것으로 보여지는 「성폭력특별법안」에 반드시 관철되도록 한다.


1993. 10. 19.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 서울대 대학원 자치회 협의회 / 서울대 총학생회 /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특별위원회 /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변호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