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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롯데 성희롱 집단 손배소송

노조원 270명, 회사·경영진·상습 성희롱자 대상

호텔롯데 노동조합 성희롱대책위원회(위원장 박정자, 공항면세점 근무) 소속 김윤희 노조원 등 270명은 성희롱을 묵인하고 방관한 (주)호텔롯데 및 장성원, 신격호, 김병일, 오용환 대표이사,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한 가해자 김세훈 이사 등 12명을 상대로 17억 6천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장을 9일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노조원들은 소장에서, 호텔롯데는 △소수의 남성근로자들이 다수의 여성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고 △여성근로자들을 단순 서비스 제공자 정도로만 취급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성희롱이 한번도 제지되지 않았으며 △성희롱 예방교육,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경영진의 책임을 물었다.

노조원들은 또 △오랫동안 성희롱을 당해온 점 △성희롱 분위기의 만연으로 근무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은 점 △지위 및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희롱을 해 심한 좌절감과 굴욕감을 안겨준 점 △성희롱을 피하여 직장을 옮길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만드는 등 원고들의 생존권을 침해한 점등을 들어 근원적인 인격권의 침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임단협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전략적으로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노조원들은 "지난 5월 파업에 들어가서야 개인들의 성희롱 피해 사례가 모아졌고, 성희롱 실태 설문조사 결과발표가 경찰이 강제 진압한 6월 29일로 예정되었던 점" 등을 들며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원들은 소장에서 "남성들이 호의라는 너울을 쓰고 관행이라는 방패에 숨어서 성에 대한 무지와 왜곡된 편견으로 여성에게 던진 작은 돌 하나가 여성에게는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고 있다"며 "굴종을 감내하면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붙어 있어야만 하는 오욕의 장이 되었다"고 성희롱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소장에는 448건의 성희롱 사례들이 적시되어 있으며, 피고 외에도 94명의 성희롱 가해자의 이름도 거론돼 있다.

소장을 제출하기 전 9일 오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호텔롯데노조 성희롱 대책위원회'(위원장 배종배 민주노총 부위원장)는 "'진정 여성노동자의 인권과 권익을 제대로 옹호하고 있는가?'라는 경고를 민주노총에게 보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성희롱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지은희), 한국여성민우회(상임대표 정강자) 등 6개 여성단체도 9일 △소송을 제기한 270명의 노동자들에게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지 말 것 △호텔롯데의 경영진은 성희롱 가해자들에게 중징계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호텔롯데 측은 "임단협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과장하고 부풀리는 것 같다"며, "법원에 제출된 사실을 검토해서 사실과 일치하지 않으면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