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사랑방이 나서줄 거라는 믿음’을 가진

선영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로 만난 분은 2010년 가을 후원을 시작해 10년째 사랑방 후원인으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선영 님입니다. 오랜만에 대뜸 온 연락에 아픈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며 당황하면서도 반갑게 인터뷰 해준 선영 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전 선영이라고 하고요,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입니다. 응급의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저에게 누군가 오랜만에 연락을 할 때는 주로 아프다는 소식이라, 갑작스런 사랑방 연락을 받고 혹시 무슨 일 있나 싶어 긴장부터 했네요. 그런데 후원인 인터뷰를 요청해서 ‘헐…’(-_-;) 당황했지만, 근 10여 년 만에 닿은 연락이 반가워 응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올해 더 바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코로나19 환자가 무증상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레벨이 있는데, 환자가 늘어날 때마다 병원이 부족하니까 경증 환자를 진료하는 생활치료센터를 곳곳에 만들어 진료하고 있거든요. 초기 대구에서 급증했을 때는 경상도에 있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했고, 8월 수도권에서 급증하면서 또 다른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기본 업무로 거동이 어렵지만 긴급하게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는 상태는 아닌 중증 환자들을 찾아가는 방문 진료도 종종 하고 있고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네요.

최근 의사파업이 큰 이슈였는데, 의사로 일하는 선영 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중환자실과 응급실까지 비우는 파업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자기 인생의 무언가를 걸잖아요. 의사파업은 자기 인생에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을 건다는 점에서 의미가 좀 다른 것 같아요. 똑같이 파업이라고 불려도 전혀 다른 무게인 거죠. 대체 불가능한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의사에게 부여된 지위와 책임이 있는데, 이번 파업은 그 의미를 흔드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발표한 방안이 여러모로 고민이 부족하고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는 문제가 있지요.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2010년부터 올해로 10년차 후원인인데요, 어떤 인연으로 후원인이 되셨나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인권영화제로 사랑방을 알게 됐어요. 2006년과 2007년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상가에 있었을 때 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을 했었고요. 사랑방 사무실이 대학로에 있을 때였는데, 처음 갔을 때 뭔가 칙칙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ㅎㅎㅎ 그때 좋았던 기억에 2010년에 다시 자원활동 신청을 하게 됐어요. 당시 청소노동자 권리찾기 활동을 함께 했는데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분들을 만나 인터뷰 했던 기억이 스쳐가네요. 그때 후원 신청도 같이 했던 거였는데, 10년이 될 줄은 몰랐어요. ^^;

 

사랑방에서 보내는 소식들을 챙겨보시는 편인지,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메일 확인을 자주 하기에 어떤 소식들이 오는지는 놓치지 않고 보긴 하는데요, 아무래도 일하면서 메일을 확인하니까 긴 글을 꼼꼼하게 챙겨보기는 어려워요. 대신 매달 사람사랑이 오면 여러 꼭지 중 ‘사랑방의 한 달’은 열심히 챙겨서 보는 편이에요. 사랑방에서 무엇을 했다는 정보라기보다 지금 인권운동이 어떤 것을 주목하고 활동하는지를 접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건 사랑방 활동이 이 사회에서 가장 열심인 인권운동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예요. 가장 문제인 이슈에 사랑방이 나서줄 거라는 믿음, 세상에 필요한 일을 사랑방이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있답니다.

후원인 모집사업을 준비하면서 사랑방은 어떤 단체인지 설명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믿음이 있다고 하시니 무거우면서 엄청 고마운 말을 들은 것 같은데요, 사랑방만의 차별성이 혹시 있을까요?

제가 후원하는 단체들은 사랑방 빼고는 다 의료나 건강 관련한 단체들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일하는 영역에서 가장 문제를 많이 느끼고, 그래서 함께 활동한다는 생각으로 후원을 하거든요. 낙태나 HIV, 의료접근성 등이 제가 일하는 영역에서 인권과 연결된 구체적인 의제들로 부딪히는 이슈들인데요, 인권은 굉장히 넓은 말이고 근원을 건드리는 말이잖아요. 사랑방이 고민하고 제기하는 활동이 이런 구체적인 이슈들을 뒷받침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사랑방의 고민과 활동을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잘 나눌 수 있을까도 고민이 되는데, 혹시 사랑방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아니요, 몰랐네요. (팔로우 부탁!) 네. 근데 뒤늦었네요. 요즘 대세는 인스타그램인데. ^^; 전 주로 이동하면서 휘릭~ 넘겨볼 수 있는 것을 위주로 보게 되는데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어서 볼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것을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짧은 요약처럼 제일 앞에 어떤 내용의 글인지 소개해주거나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이미지로 표현하거나, 그냥 스쳐가지 않을 방법 같은 거요. 사람사랑에 사랑방이 하고 있는 여러 활동이 소개되는데, 사랑방의 메인 활동은 뭐다 이렇게 딱 드러나지는 않잖아요. 특정 의제에 한정하지 않는 단체라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기도 하지만, 사랑방 하면 딱 하고 떠오르고 꾸준히 하는 활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사랑방+활동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만에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니 다시 사랑방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회의하러 사무실 가면 같이 둘러앉아서 밥 먹고 그랬는데,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거든요. 함께 활동하면서 활동 자체도 뿌듯했지만,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활동의 의의만은 아닌 것 같거든요. 사랑방을 오가며 보낸 시간들, 만난 사람들이 따뜻한 기억으로 있어요. 언젠가 다시 사무실에 밥 먹으러 놀러갈게요. 모두 건강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