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의 한달

사랑방의 한 달 (2014년 5월)

4월 월담 문화제 무사히 마쳐

 4월 11일에 월담 두 번째 문화제를 안산역에서 개최하였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문화제에서는 담벼락 밴드의 신나는 공연을 시작으로 무료 노동 상담과 자녀심리 상담, 성격 테스트 등도 진행했습니다. 퇴근길에 안산역을 지나는 많은 분들이 문화제와 상담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노동 상담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성격 테스트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매달 두 번째 주 금요일에 안산역에서 열리는 월담 문화제가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걸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5월 9일에 다시 월담 문화제가 안산역에서 열립니다. 혹 그 때 안산에 계시는 후원인 분이 있다면 한 번 들러보세요. :)

 

담쟁이 밴드 공연 모습

 

임금팀, 교육에 이어 논의 시작

네 번의 기획으로 준비된 임금 교육을 모두 마쳤습니다. 세 번째(4. 8.)는 비정규노조연대회의 오민규 활동가, 네 번째(4. 15.)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활동가를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임금이 강요되는 구조에 못지않게 저임금을 막지 못해온 운동의 역사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어요.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임금이 당사자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고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여겨졌고, 그래서 임금투쟁이 체제와 구조의 문제에 맞서는 투쟁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노동운동도 점차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는 운동이 되지 못해왔지요. 이것은 흔히 말하듯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대량 정리해고와 무급휴직 등의 경험이 남긴 트라우마는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다짐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임금'이 경제적 이해의 문제만이 아니라면 임금투쟁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모여서 함께 행동할 권리를 내건 싸움으로 이해되고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인권의 언어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최저임금제도 역시 여러 측면에서 보려고 합니다. 저임금이 만연화되고 다양한 불안정노동형태가 생겨나 기댈 곳 없는 노동자들이 저 홀로 흩어져있을 때 삶을 기댈 곳이 최저임금밖에 없는 듯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최저임금제도는 문제투성이입니다.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도 문제이고, 그걸 결정해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라는 구조도 문제입니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 사업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조직을 만들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권리를 오히려 제압하는 제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만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금씩 최저임금 액수가 올라가더라도 우리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면 평등한 삶을 향해 나아가지는 못할 테니까요.

임금팀은 이제 구체적인 담론 생산의 과제를 정하고 내용을 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사랑방이 '임금'을 다루려고 하는 문제의식들을 분명히 하면서, '임금'에 대한 문제의식이 말에 그치지 않을 방법들을 고려하면서 차근차근히 진행하려고 합니다. 반월시화공단에서 만나는, 만나게 될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움직일 가능성들을 모색하는 것이 길잡이가 될 듯합니다.

 

 

임금요구안 조사는 시작, 모여서 싸울 수 있는 계획을 세우자

4월 19일 대전에서 열린 공단 워크숍은 이번 임금요구안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의미와 과제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전국 4개 공단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는 저임금 장시간노동이라는 보편적 현실이 공단별 업종이나 직종, 성별, 나이 등의 현황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엿보게 했습니다. 이런 구체적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화하며 함께 싸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노동자의 존엄한 삶을 가능하게 할 조건으로서 임금 인상, 스스로 존엄을 구성하며 모여서 함께 싸울 조직을 만드는 결과로서 임금 인상. 이렇게 맞물려 있는 현실에서 구체적 가능성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전통적인 임금협상 방식과 최저임금제도라는 사회적 권리 보장 방식 사이에서 의미 있는 단결과 단체행동의 방식을 모색하는 논의가 다음 워크숍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공단워크숍 모습

 

집회 시위 제대로 해보려는 사람들이 북적댄 촉진모임

4월 8일 인권회의 촉진모임에서는, 서울인권영화제 기간 동안 인권 현실을 알리기 위한 인권단체들의 협업 방안에 대한 논의와, 집회 및 시위의 신고에서부터 후속 대응까지 제대로 하기 위한 기본 정보와 대응방향을 나누는 교육이 진행되었어요.

서울인권영화제는 그동안 인권단체들의 부스를 열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각자 따로 준비해왔다가 따로 흩어져 돌아가게 되기도 해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리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알릴지 공유하면서, 각자 준비하는 것들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사랑방에서 독립한 데에는 인권운동 모두의 영화제가 되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차근차근 그럴 수 있는 구조들이 마련되는 듯합니다. 2014년 영화제는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립니다. 인권영화제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집회시위와 관련한 교육은 공권력감시및대응팀에서 준비했어요. 진행을 맡은 사랑방 ㅈㄹ 활동가가 썰렁한 차트(^^;)를 넘기며 집회시위제대로 매뉴얼에 있는 내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인권회의 촉진모임은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모임인데, 집회시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인지 여느 때보다도 다양한 단체들에서 많은 분이 찾아와 열띠게 질문하고 토론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물리력과 법적 압박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잦은 반빈곤 활동가, 미디어 활동가들이 많이 와서 반가운 자리였어요. 모여서 함께 움직일 권리가 더욱 절실한 요즘입니다. 앞으로도 양보 없는 집회시위의 권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야 할 듯합니다.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밀양을 살다』 함께 읽어요

그동안 진행된 밀양구술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드디어 책이 나왔네요. 4월 26일에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조촐한 뒤풀이를 열었습니다. 서로 처음 만나기도 하는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너 달 동안 책을 준비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참여자들의 간절한 마음 덕분입니다. 그래서인지 각자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는 모두 눈물 없이 이야기를 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각자 만난 밀양의 사람들과 어느새 함께 사는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책을 읽고 많은 분이 글을 보내주기도 하십니다.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들에 『밀양을 살다』를 함께 읽고 밀양을 함께 살자는 글들이 실릴 예정입니다. 프로젝트 재정의 결산과 구술기록의 아카이빙 등 몇 가지 과제도 늦지 않게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밀양을 살다』는 밀양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밀양에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편파적인 기록, 그러나 가장 온전한 기록입니다. 후원인 여러분에게 이미 메일을 드렸지만, 많은 분과 함께 읽어주시길 부탁드려요. 밀양을 함께 살 사람들을 기다리는 손짓과 아리랑에 우리는 어떤 응답을 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만나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밀양을 살다』 출판기념회

『밀양을 살다』가 지난 4월 21일에 출간되었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을 지키는 네 곳 농성장이 비상인 상황이라 책과 관련된 별도의 행사를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구술해주신 분들에게 책과 선물도 전해드리고, 주민 분들과 함께 출판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4월 19일 밀양에 갔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택용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셨답니다.

출판 기념회는 매주 토요일 저녁 밀양에서 진행하는 촛불문화제 시간을 빌려서 진행했어요. 구술자 중 김말해 할머니가 “책을 만드느라 수고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자 중 안미선 작가가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함께 나눠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많이 배웠고 감사하다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셨고요. 구술자들의 사진과 책에 실린 이야기를 프리젠테이션용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함께 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준비한 '고향의 봄'을 함께 불렀고요.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나즈막한 목소리로 천천히 고향의 봄을 부르는데 참 서글프기도 했어요. 주민 분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더라고요. 애달픈 노래이기도 하지만 함께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의 고요한 힘이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밀양 구술사 팀이 4월 19일 밀양 촛불 문화제에서 공연하는 모습

 

세월호 참사를, 우리는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세월호 참사로 모두 먹먹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도 따로 또 같이 다양한 고민들을 하던 참에 연휴 기간 중 긴급 간담회를 열었어요. 여러 고민을 나누었고,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구체적 요구를 만들고, 여기저기에서 지적되는 구조적 문제들이 추상적 분노로 흩어지지 않는 대중적 행동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안전을 위협하는 권력의 불평등에 맞서기 시작할 때 진정한 치유도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생명과 존엄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우선, 참사 이후 말하고 모일 권리를 억누르려는 경찰을 비롯한 정권의 문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후로도 고민과 행동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