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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자원활동가의 일기] 시대의 벽을 깨는 물줄기에 손을 적시고

중, 고등학생 시절을 대학로에서 보내면서 언젠가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이름을 스쳐 지나가며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 이름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분위기에 이끌려 지난해 10월, 다시금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랑방에 들어와 처음으로 알게된 것은 수많은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민중연대와 같은 대규모 연대기구조차도, 진보넷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 운영조직조차도 몇몇 활동가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한 펜티엄 2급의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활동가들은 항상 농담과 웃음을 간직한 채 지내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사랑방에서 제가 맡은 부분은 하루소식이었습니다. 고근예 누나의 추천으로 들어간 하루소식 팀은 사회 여러 부문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을 취재를 통해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삼성해복투,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청소년 단체 회원을 비롯해 이라크 파병, 테러방지법 제정, 집시법 개악안 제정 반대운동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은 사랑방에 들어오기 전에는 피상적으로만 느낄 수 있었던 한국의 어두운 현실을 구체적인 현실로 알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송두율 교수와 아주대학교 학생 공판장은 공안검사의 엄연한 냉전적 잣대가 21세기의 쿨한 시대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가르쳐 주었고 이용석 씨 장례식은 한국 노동현실에 대한 노동자들의 뜨거운 울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노동자’의 모습도 그나마 편견없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루소식 활동 가운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무엇보다도 편집장의 건강이었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입에 담배 한 대 물고 컴퓨터 앞에서 인상 쓰며 작업해야만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엉터리 기사를 작성한다든가 기사를 너무 늦게 낼 때 특히 안타까움이 더하더군요. 하루소식이 이제껏,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안고 발행될 것이란 생각에 왠지 미안한 느낌마저 듭니다.

인권운동사랑방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지 어느덧 3개월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3개월이면 긴 시간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하루 인권하루소식 기자활동을 하면서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 3개월은 인권운동사랑방을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술 마실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사랑방 내의 여러 사람들과 다른 활동부문은 잘 모르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부족함을 채워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