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산맥’같은 사랑방을 기대하며

함세정 님을 만났어요

이번 후원인 인터뷰는 신입활동가인 제가 후원을 요청하기도 전에 ‘몽이 활동하는 공간이라니, 후원해야지’ 하는 말과 함께 한 달 전 사랑방의 후원인이 되신 함세정님을 만났습니다. 후원인이 되기 전 세정님이 기억하고 있던 사랑방에 대한 재미있는 추억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청소년과 인권, 교육과 불평등을 주제로 연구․교육 활동을 하는 세정님과 인연도 더 깊어지길 기대합니다!

◇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하자센터에서 ‘10대 연구소’라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청소년들과 같이 연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화와교육’, ‘교육인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이 시대의 ‘N잡러’죠.

 

◇ 혹시 후원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랑방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요?

 

제가 다문화교육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던 2007년 즈음이었는데요. 다문화나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에 사랑방의 자료를 다운받아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제가 본 자료가 정리가 너무 잘 되어 있었고, 가장 최신의 정보가 반영이 되어 있어서 좋았거든요. 당시에는 단체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서 <○○○○사랑방>이라고 떠올리면서 ‘사랑방…? 모두 모여서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활동가들의 공간인가? 동아리인가?’ 생각했어요.(웃음) 보다보니 여러 주제의 성명서가 올라와 있어서 ‘협의체인가 싶기도 했고요.

 

◇ 그렇다면 최근에 사랑방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나요?

 

네. 아카이브 기능은 정말 확실하더라구요. 이전에 봤다면 올드하다고 느꼈을 텐데, 오히려 지금 보니까 ‘뉴트로’해요. 명확하게 텍스트 중심으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사람이 홈페이지 안에서 길을 잃지 않겠더라구요. 기록이 정말 중요한데, 누가 굉장히 신경 써서 관리를 했나 봐요.

 

◇ 근래에 홈페이지에서 본 글 중에 인상 깊었던 글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아마 예전 인권오름 글인 것 같은데,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쓴 청소년 글을 주로 봤어요. 어제 본 것은 <재난참사와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이에요. 저는 PDF가 올라오면 무조건 수집을 하거든요. ‘물성이 있다… 웹에 그냥 쓴 글이 아니고 파일이다….’(웃음)

 

하자센터에서도 4월이 다가오면 항상 ‘기억주간’이라는 행사를 해요. 올해는 세월호 참사 5주기다보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할까 다들 많이 고민하기도 했어요. 지금 하자센터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당시에 초등학생이었거나 그보다 더 어렸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지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아예 기억 자체가 흐릿하거나, ‘왜 저렇게 슬퍼하지?’ 의문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 하자센터에서 하는 ‘10대 연구소’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인가요?

 

10대들이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직접 정리․정의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터뷰나 참여관찰을 통해서 조사하고 분석한 후에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예요. 미국에서는 주로 ‘청소년 참여연구’라고 칭하고, 한국에서는 보통 ‘당사자 연구’라고 많이 불러요.

 

작년 1기에서 ‘입시에 대한 청소년의 고통이 어떻게 미화되는가?’를 주제로 연구한 팀이 있었어요. 청소년들에게 입시가 굉장히 고통스러운데, 인권이 가장 침해되는 그 시간이 굉장히 청춘의 치열함이나 화려한 고통과 같은 방식으로 미화되기 쉽거든요. 공부하다가 코피를 흘리면 대견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또래 청소년들을 인터뷰 해보면 힘들지 않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힘든 게 당연시되는 청소년들의 자기착취 문제로 주제가 이동했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라. 좌절하지 말아라, 어차피 출구는 없으니까. 한국사회는 안 바뀐다.’ 이런 인식이 청소년 또래 사이에 퍼져 있는 것을 보면서 신자유주의가 청소년들로 하여금 힘든 게 당연하다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경향, 미워할 사람을 찾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죠. 다른 팀들도 성소수자 청소년의 생활과 정체성, 교실 내 서열문제 등을 연구했고요.

 

◇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요즘 대학에서 수업은 어때요?

 

정말 재밌어요. 제가 학생 때 들었던 수업을 생각해보면 정말 달라요. 선생님이 ‘여러분은 페미니스트인가요?’ 물으면 학생들은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다’, ‘나는 차별받은 적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나를 자꾸 피해자로 만드는 게 불편하다’는 방식으로 토론해서 거부감이 있었는데. 제가 가르치는 곳이 여대이기도 하고, 요즘에는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공유가 되어 있어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너무 좋은 면도 있죠. ‘문화와교육’ 수업은 결국 교육이 어떻게 타자를 배제하는가, 우리가 믿고 있는 1등 혹은 좋은 학생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구인가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페미니즘에 대한 공유가 되어 있으면 그 다음 논의로 바로 쉽게 이동할 수가 있죠. 현재 여학생들에게는 사회경제적 배제가 너무 화두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어려워요. 성과는 학생들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신자유주의적인 인재가 되려고 하는 욕망을 멈추기가 어렵거든요. 그리고 학생들이 진짜 애쓰면서 살고 있기도 해요. 정말 너무 많이 애쓰거든요. 그래서 노력이 모순적이라는 것,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성과 자체가 임의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죠.

 

◇ 소수자를 배제하는 경향의 페미니즘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수업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작년하고는 또 많이 변했는데, 그게 여전히 큰 어려움이에요. 소수자 이야기를 하면 ‘왜 여성에게 더 높은 도덕심을 요구해요?’ 하기도 하거든요. 소수자 문제로는 확장이 안 되는 거죠. 페미니즘이 착하기 때문에 소수자와 함께 한다고 이해하고, 여성들이 착함을 강요받는 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또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절묘한 결합의 순간이 있잖아요. 평등을 이야기해도 ‘중산층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자꾸 거기로 가는 가죠.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차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학생들이 금방 따라오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에요. 지배논리가 더 공고하고 그것에 반항했을 때 다른 세대들보다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적은 세대 특징이 있기도 해서, 잘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조합이 재미있어요. 학내에서 오랫동안 여성주의 운동을 하면서 소수자와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도 있고, 스스로를 젠더 퀴어로 규정하는 학생들도 있고. 한 수업에서 표면적으로는 같은 나이 대, 같은 여성들로 보이지만 정체성이나 입장은 굉장히 다르죠.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는 ‘금방 안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이런 시대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랑방이 길고 오래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원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일회성도 좋아하고 익명으로 연결되는 존재들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청소년들을 만나고 시대가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는 기명으로 긴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존재 자체가 희귀해진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모래알이 되어서 떨어지게 되는 시대이지만, 모래알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러다 또 언젠가 그런 모래알 같은 사람들이 가서 붙을 수 있는 산맥이 사랑방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