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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팃 문타폰 유엔 북인권특별보고관 활동과 보고서에 대한 한국의 진보적 인권·평화단체 의견서(한글)

비팃 문타폰 유엔 북인권특별보고관 활동과 보고서에 대한
한국의 진보적 인권·평화단체 의견서


Ⅰ. 제출 배경

소위 ‘북한인권’ 문제는 단지 ‘북한의 인권 사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미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다층적인 정치적 사안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문제는 ‘인권’ 사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핵·경제 제재 등 외교·안보 사안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 이남에서 활동하는 인권·평화단체로서 ‘북한인권’ 문제가 한반도 평화, 분단체제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번 사안의 한 당사자로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합니다.


Ⅱ. 북인권특별보고관 활동과 관련한 의견

우리는 국제 사회에서 유엔의 인권옹호 역할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권옹호 활동 하에 이루어진 비팃 문타폰 유엔 북인권특별보고관의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에서 깊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① 비팃 문타폰 유엔 북인권특별보고관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고 일부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북이 비팃 문타폰 특별보고관의 방문 조사를 거부하면서 특별보고관은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특별보고관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보고서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우선 유엔 가입국으로서 유엔 인권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북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특별보고관은 사실 관계 접근에 있어 방북을 제외한 여러 방법들을 통해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의 주장만 편향되게 보고함으로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북이 보고서에서 제시된 인권개선안 자체를 거부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② 정치성·편파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유엔 북인권결의안·특별보고관 제도는 북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습니다.

북은 유엔 북인권결의안·특별보고관 제도의 정치성·편파성 등을 문제 삼으며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이 유엔의 모든 인권 레짐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결의안·특별보고관을 통한 정치적 압박의 방식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인 방식을 통한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모색해야 합니다.
북 내부에 존재할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북 당국은 인권 개선의 의지를 갖고 필요하다면 국제사회와의 협력 하에 진지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별 결의안·특별보고관 제도의 이중기준과 선별성 시비는 인권 개선에 대한 진지한 접근조차도 가로막아 정작 인권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접근에는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③ 국제 사회의 인권 개선을 위해 ‘보편적 정례 검토’ 제도와 주제별 특별보고관 제도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유엔의 국가별 결의안·특별보고관 제도가 이중기준으로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는 주장에 따라 유엔의 모든 회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 및 검토 제도를 실시하도록 한 ‘보편적 정례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제도는 좀더 공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보편적 정례 검토’ 제도를 통해 좀더 공정한 유엔 인권 레짐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유엔의 주제별 특별보고관 제도는 꾸준히 지속시키고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Ⅲ. 북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한 의견

① 식량권

식량 안보는 인권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생존권의 문제이고 인도주의적 사안이므로, 이를 위한 북의 자체 노력과 북과 국제사회의 협력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 정부 및 인민들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원조가 합쳐져서 2000년대 북의 식량 사정이 부분적으로나마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취약집단의 식량 접근이 더욱 향상되어야 하겠으나 ‘군량미 전용의혹’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비난은 북 인민의 식량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② 사형제도와 수용시설 내 인권

북이 기존 형법에서 사형조항을 대폭 줄이고 사형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를 환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형제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사형 방식에 대한 비판보다는 북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을 통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해야 합니다. 수용시설 내의 인권침해는 식량권과 의료권이 악화되면서 더 열악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용시설 공무원들의 인권의식과 인권친화적인 수용제도가 수용자들의 인권보호에 긴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③ 북이탈주민의 인권

2000년대 들어 북이탈의 원인은 식량 확보가 일차적인 가운데 가족통합, 생활향상, 범죄행위로 인한 도피 등 다양해졌습니다. 북이탈주민은 그 양상과 규모를 볼 때 이주민의 성격이 높고 난민의 성격은 이차적입니다. 물론 북이탈주민의 강제송환는 중단되어야 하고, 경제적 이유로 자기 나라를 이탈한 사람이라도 본국에서의 처벌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상업적 목적을 노리는 브로커들의 탈북자 감금 및 폭행, 금품갈취 행위는 북이탈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북 인민의 식량권 확보와 자유권·사회권의 균등한 증대 그리고 분단체제의 극복이 북이탈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임을 강조합니다.

④ 시민적, 정치적 권리

북에서 종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정보접근권 및 이동의 자유에 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북의 헌법 및 관련 법률상 권리와 그 실제적 보장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은 이들 인권 분야에서 제기돼온 문제들을 둘러싼 법과 관행을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북은 자유권규약 가입국이라는 점에서 이들 권리의 충실한 이행이 요구됩니다.

⑤ “국가의 인권보호 책임”

2007년 보고서에서 특히 Ⅱ-F의 내용은 북인권에 정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움직임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북인권 상황이 반인도적 범죄 수준’이라든가, ‘북의 최고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소개하며 북에 대한 군사적 조치와 최고 지도자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대목이며, 북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극히 의문입니다.

⑥ 평화권과 발전권

2007년 보고서는 한반도의 분단과 군사적 대치 상태가 북인권 문제를 이해하는 주요 맥락이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이 북인권 개선에 갖는 의미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북미 적대관계 청산과 한반도 분단체제 해소는 한반도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 보장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로서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북 인민의 참여와 국제협력 하의 경제개발과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이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을 증진하는 실질적 방안이라는 점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복잡한 국제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북인권 문제를 일국 내 인권상황과 해당국가의 책임 관계 중심으로만 접근함으로써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Ⅳ. 북미 적대관계와 한반도 분단체제가 북인권에 미치는 영향

북은 미국과 50년 이상 군사·외교적으로 대치해왔습니다. 미국은 대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북을 군사적으로 위협했고 장기간의 경제 제재를 통해 북의 경제를 왜곡시켰습니다. 북 역시 이러한 미국의 적대정책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며 심지어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상황을 항시적인 비상상황 속에 존재하게 만듦으로써 북의 여러 인권 상황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북미 간의 적대관계와 군사적 긴장은 그대로 양측의 인권상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남북은 군사적 대치 속에서 두 사회의 군사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정치적 권리는 ‘분단 상황’을 이유로 두 사회에서 자의적으로 제한되어 왔습니다. 북미 적대관계와 한반도 분단체제가 북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보지 않고서는 북인권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기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Ⅴ. 북인권 문제와 관련한 남측 인권·사회단체의 요구

북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확인합니다. ① 북인권은 ‘북 내부의 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한반도 인권의 관점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포괄합니다. ② 북인권에 대한 접근 속에서 한반도 평화적 생존권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③ 정치적 압력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인 방법을 통해, 북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④ 북 역시 국내 인권 상황 개선의 의지를 갖고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국제사회 주체들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요구합니다. ① 북인권 개선에 실패한 유엔 북인권결의안 채택과 북인권특별보고관 활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② 북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주제별 특별보고관 제도와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과 북 간의 기술협력이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③ 국제사회는 북의 생존권 향상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북 인권 인프라 확충을 위한 개발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④ 상호 존중의 원칙 하에 북과의 인권대화를 통해 북의 인권 개선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모두의 인권 개선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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