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서> 민영교도소 설립을 정면 재고하라

<성명서>


민영교도소 설립을 전면 재고하라


지난 4일 법무부가 재단법인 '아가페'와 민영교도소 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민영교도소 설립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법무부의
민영교도소 설립 추진이 국가의 책임을 무책임하게 전가하는 일이며,
민영교도소가 많은 인권침해의 소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 시기 민영교도소
설립에 반대하며, 교정행정의 민간위탁 정책에 대한 전면 재고를 촉구한다.

법무부가 민영교도소를 추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부의 과다한 재정부담
없이 교도소의 과밀수용을 해소하겠다는 것. 그리고 민간의 효율적 경영기법과
탄력적인 교화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수용자 재범방지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야기하는 과밀수용의 문제가 민영교도소의 도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논의된 바도, 검증된 바도 없다. 2000년 현재 교도소 수감자
6만여명 중 미결수용자의 비율도 무려 40%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실형을
확정받는 사람은 2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집행유예와 벌금, 보석, 구속취소 등의
사유로 풀려나고 있다. 교도소 과밀화현상은 범죄율 증가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구속만능의 우리 사법체계가 부른 필연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과밀수용의 해결은
새로운 (민영)교도소의 신설을 통해서가 아니라, 구속위주 수사관행의 전면개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과밀수용의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징역
혹은 금고형 중심의 '형벌 집행 관행'도 바뀌어야한다.

민영교도소 설립을 통해 민간 기법 등을 활용하겠다는 법무부의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동안 법무부는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줄곧 교도소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이를 통해 민간의 창의적인 의견이 개진될 통로를 차단해 왔다.
재소자의 처우에 관한 프로그램에 민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면, '형벌권'
자체의 민간이양이 아니라, 교도소 운영의 투명화부터 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교도소와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부패의 우려도
크다. 아울러 형벌집행 및 보안유지를 위해 물리력이 사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현존하는 국가운영의 교도소에서도 수용자들에 대한 크고 작은 인권침해시비가
끊이지 않아 왔다. 하물며 민영교도소는 더욱 더 공적인 감시와 통제에서
비켜나기 쉽다.

더불어 지금 추진되고 있는 종교교도소의 경우 종교에 따른 차별 시비 또한
우려를 주기에 충분하다. 가석방이나 사면을 결정함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형벌집행기관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특히 분류처우의 결과는
가석방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골적인 종교 강요는
최대한 금지시킨다고 해도 위와 같은 작용을 통해 수용자들에게 특정종교를
강제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사실상 형벌집행기관의 판단에 의한 형기단축이 가능한 현실에서
형벌집행권을 민간에게 이양한다는 것은 곧 국가형벌권 행사의 주요업무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을 의미하며, 부정부패 등의 문제소지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계가 비영리 단체임을 내세워 민영화 논리를 주도하고
있지만 종교계가 운영하는 일부 사회복지시설에서 나타난 인권유린 현실을
생각했을 때, 교도소의 민영화가 곧바로 수용자 처우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민영교도소는 수용자처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과도한 형벌권
행사를 지양하고, 교도행정의 투명성을 확대하는 일, 나아가 수용자 처우와
인권신장을 위한 전반적인 조치에 착수하는 일부터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200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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