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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인이 바뀐다고 위험이 사라지나

인권단체들, 민영교도소 추진 중단 요구

지난 4일 법무부가 재단법인 '아가페'와 향후 12년 동안 민영교도소의 설치·운영 등 교정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민영교도소 설립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민영교도소 도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영교도소는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경제형 범죄의 증가로 교도소가 급격히 과밀화되면서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자, 과밀수용 해소와 예산절감을 위해 법무부가 내놓은 해법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만든 재단법인 '아가페'는 2005년 민영교도소 개소를 목표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성명을 내고 "과밀수용, 교정프로그램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또 다른 인권침해 영역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민영교도소 설치의 재고를 요구했다.

민변은 또 "국영교도소 내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법무부가 민영교도소에 대한 감독, 통제에 적극적일지 의문"이라며 "역사적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외부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거의 예외없이 권력이 남용되고 인권침해가 발생해 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는 형제복지원이나 양지마을 등 민간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민영'교도소라고 인권침해 없을까

인권운동사랑방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과밀수용 문제를 민영교도소 설립으로 풀려고 하는 법무부의 해법을 강력히 비판하고, 민영교도소 설립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과밀화현상은 범죄율 증가에도 원인이 있지만 구속 만능의 우리 사법체계가 부른 필연적인 산물"이라며, "과밀화의 해소는 민영교도소의 신설을 통해서가 아니라, 구속위주의 수사관행을 전면 개선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 현재, 수감자 중 미결수용자가 40%에 이르고, 이 가운데 실제 실형을 확정 받는 사람은 25%에 불과하다.


특정 종교 강요·차별 우려도

인권실천시민연대 역시 "민영교도소 설립이 하나의 실험이 될 수는 있다고 보지만, 궁극적인 대안은 현 국영교도소부터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애고 효율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영교도소가 '종교' 교도소라는 점에서 "운영주체들이 교정이 아닌 선교에 관심을 가질 때 군 선교가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처럼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종교의 자유 침해와 종교에 따른 처우의 차별 문제가 가중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민영교도소 설립을 준비중인 '아가페' 스스로가 천명하고 있는 '민영교도소의 설립 의미'를 통해서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현재 '아가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기독교 교도소 설립은 결국 '정부예산'으로 지속적인 '복음화 사역'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따라서 기독교 교도소의 설립을 통한 선교를 경제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선교 방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민영교도소 설립을 추진하기에 앞서 재소자들의 처우 개선과 인권 신장을 위한 전반적 조치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