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빡센 회의와 즐거운 웃음으로, 남은 2015년을 짜다

월담 중간평가 엠티 다녀왔어요

비가 왔지만 바다 내음이 그 까짓껏~ 하며 바다 속으로 비의 냄새도 소리도 품었다. 바다 내음처럼 월담의 엠티도 빡센 회의와 궂은 날씨 정도는~ 하며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에 어떻게 활동할지를 진지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논의를 마쳤다. 심지어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안산인 만큼 이주노동자 관련 세미나를 먼저 한 후에 열린 회의였다.

 

지난 7월 23일과 24일에 2015년 상반기 평가 및 하반기 계획 논의를 위한 월담 전체 엠티였다. 우리가 올해 활동기조로 삼았던 월담의 대중화, 현장에서 관계의 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충실했는지, 부족한 건 없었는지 살펴보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도 와서 함께 이야기를 했다.

 

남은 5개월 내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 실마리도 잡지 못한 관계의 끈을 찾기 위해 하기로 했던 소식지 모니터링, 현장 상담자모임을 하반기에 하기로 했다. 또한 민주노총 8개 공단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던 인권침해 심층면접을 하기로 했다. 왜 설문조사에서 안산에서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지 심층면접을 통해 조금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 담벼락 교실에도 인권침해 실태조사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얼마 안 되는 활동가들에 비해 많은 하반기 사업이 있는지라 무겁게 다가왔다.

 

무거운 어깨를 즐겁게 한 건 역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웃음이다. 비가 와서인지, 고기를 굽는 불이 부실해서인지 먹을 것들이 제대로 익지 않아 고기나 새우가 남을 정도였으나 괜찮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고민은 무르익었으니까. 안산이 작은 기업들이 많고 파견 등 비정규 고용이 많다보니 노조를 만들기도, 모임을 하기도 쉽지 않다. 언제든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공장의 감시들. 그런 감시들이 없어도 어느새 노동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가득한 노조는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모이고 행동할 권리를 행사하길 주춤하게 한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많이 받은 곳이 안산이니만큼 노동자들이 조직과 행동, 다시 말해 노조 결성이나 단체행동 등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받을 텐데, 그 구체적 모습은 어떻게 나타날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서도 현장 분위기를 조금 나눴다. 1년 넘게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최소한의 권리, 최소한의 진실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행동해야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들인데, 안산은 단원고 희생자들이 생존자들의 가족이 많은 지역이다. 아직은 제대로 가늠되지 않지만 단원고 희생자들의 부모나 친척이 있는 노동자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사업장의 분위기는 다른 것 같았다. 안산에서 제대로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준다면, 보여줬다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침몰하는 세월호의 모습과 겹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푸는 것과 안산지역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것은 같은 길인 것처럼.

 

엠티에서 수다의 백미, 그리고 수다의 급종결을 의미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자기자랑과 디스다. 서로 자신은 구본승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 다닐 때 별명이 김희선이었다거나 심지어 지드래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내뱉자 귀와 눈은 일제히 벼락을 맞은 듯 멈추더니 곧바로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 활동가에게 용팔이('슬램덩크' 강백호 친구)를 닮았다고 디스하던 이들이었다. 더 이상 진지한 얘기는 불가, 그러나 즐거운 웃음은 가득!! 그렇게 짧고 굵은 하룻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