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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최악의 인물이 인권위원장이 되지 않도록

“어차피 인권위법에 임명권자만 명시됐는데……”

“임명권자가 반인권 인물을 임명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

이런 무력감에서 시작해서일까? 얼마 전 만들어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에서 함께 논의한 활동 목표가 ‘적어도 최악의 인물이 인권위원장이 되는 것은 막자’였다. 가장 적절한 최선의 인물이 인권위원이 되도록 한다가 아니었다. 소박하고 비참한 목표이다. 그러나 그건 어찌 보면 목표를 낮춘 가장 현실적인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의 권고를 들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자격자를 임명한 박근혜 정부 때문이다. 작년에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 등급심사를 보류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인권위법에는 인권위원 인선절차가 없다는 점이었는데도 인권위법상의 자격도 갖추지 않은 최이우씨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게다가 그는 성소수자차별조장을 한 미래목회포럼을 주도한 사람이다. 그러니 적어도 최이우 같은 반인권인물이 인권위원장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셈이다.

그런데 무자격 인물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청와대만이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도 그렇고 대법원도 무자격 인물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먼저 이러한 무자격 인물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이런 사람은 인권위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리스트가 나온다.

먼저 차별 조장한 인물은 안 된다

최이우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미래목회포럼에 있으면서 윤리 교과서의 내용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성소수자 관련 이야기를 모두 삭제하라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운동, 차별을 조장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게다가 ‘동성애는 죄’라는 내용의 설교를 하며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공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한 인물이다. 인권위는 인권을 잣대로 차별을 시정해야 하는 곳인데 이런 인물이 인권위원이 되었으니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성소수자의 인권이 더 어려워질 것은 뻔하다.

인권침해 전력이 있는 인물은 안 된다.

유영하 씨나 김양원 씨 같은 인물이다. 유영하 씨는 아동 성폭력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놓으려는 욕심에 피해 아동의 동의 없이 피해 아동의 일기를 공개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인물이다. 김양원 씨는 장애인시설의 장으로 있으면서 장애인이 결혼하려면 낙태를 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 사람이다. 인권침해 가해자가 인권침해 사건을 제대로 다룰 리가 없지 않은가.

부정부패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안 된다

유영하 씨는 검사 시절 사건 중인 나이트클럽으로부터 향응제공 혐의를 받자 사퇴한 인물이고 김성영 씨도 성결대학교 총장 재직 때 9천만 원 금품수수를 혐의가 있는데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최윤희 씨는 땅 투기 의혹이 많았으나 인권위원이 됐다.

인권 관련 경험이 있는 무자격자는 안 된다

인권위법 5조에는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현병철, 김영혜, 한태식, 한위수, 윤남근 같은 인물은 인권 관련 경험이 전혀 없어 전원위원회에서 인권 침해적 막말을 했던 사람들이다.

정치권 회전문 인사를 막아야...

이외에도 문제가 되는 인권위원들이 있다. 바로 정계 진출을 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거나 정계진출 전에 명예직으로 인권위원을 생각하고 인권위원을 하는 사람들이다. 인권위가 정파적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파적 이해에 자유로운 사람이 인권위원이 돼야 한다. 그래야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도 정권에 쓴소리할 수 있는 인권위가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야당도 한 몫 거들었다. 얼마 전 인권위원으로 임명된 이경숙 위원이나 장향숙 위원이 그렇다. 유영하나 김양원, 홍진표도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으나 의원이 되는 일에 실패하자 인권위원이 된 것이다. 회전문 인사가 되지 않으려면 인권위원이 된 이후에는 정계진출에 제한을 두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북한 인권전담기구로 만들려는 시도에 주의해야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이 인권위가 북한인권전담기구로 점점 퇴락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인권위가 하는 북한인권은 북한인권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0년에 만들어진 북한인권침해센터가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은 여러 국정감사 자료에도 드러났다. 현재 북한인권이라는 의제는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한국의 인권상황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는 사람은 북한인권에 대한 평화적인 관점, 인권적인 관점으로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적어도 반북적인 관점에서 북한인권활동을 해온 사람은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인권위원 인선절차가 마련되는 기반이 되도록

8월 12일이면 인권위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7월부터는 인권위원장을 청와대가 내정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더 많은 단체에 인권위원장 교체기를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해서 만든 모임이 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이다. 연석회의에서는 최악의 인물을 막을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무자격 반인권 인물이 인권위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인권위법 개정안을 빨리 국회가 처리하도록 공론화를 시킬 것이다. 또한 인선절차만이 아니라 검증절차를 강화해서 무자격자는 절대 인권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