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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1인 체제를 뒷받침하는 공천관리위원회, 호위무사에 불과하다

<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그야말로 공천대란이다. 4.13총선 국회의원 후보등록을 앞두고 각 당마다 공천몸살을 앓고 있다. 몸싸움은 기본이고 당무를 거부하는 파업까지 일어나고 있다. ‘난장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22여일 앞둔 상황에서 그야말로 공천이 한국의 정치를 대표하는 기이한 현상이 의미하는 ‘현실’은 무엇일까?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기 위해서 각 정당은 자신의 정당을 대표할 후보를 ‘추천’한다. 정당이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행위를 ‘공천’이라고 하는데, 추천받은 후보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추천서를 제출함으로써 00정당 국회의원 후보자가 된다. 정당의 추천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300~500개 국민추천서를 해당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 정당에 의한 국회의원 후보 공천은 정당이 인정하는 ‘보증서’와 같다.

과거에는 정당의 대표나 총재가 공천권을 장악해서 ‘매관매직’과 같은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낙하산 공천, 밀실 공천, 하향식 공천 등등 선거 때마다 익히 들어온 말들이다. 이러한 폐해를 없애고자 최근에 각 정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보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은 그 과정 자체가 순조롭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각 당마다 공천심사를 할 수 있는 자체 규정이 있으나 과연 이 기준이 슬기롭게 작동한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1인 체제의 호위무사 공천관리위원회

새누리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1인 권력 앞에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하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는 유승민 의원을 대구 동구 을에 사실상 공천하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헌당규에 따라 유승민 의원의 자질을 심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내대표 시절 유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고 힘들게 한 것에 대한 단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유승민 의원은 헌법 8조 2항(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을 언급하며 일주일째 두문불출이다. 민주적이라는 말을 달기에 참 민망할 정도로 대통령의 입김이 공천관리위원회를 관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입김이 들어간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놓고 ‘1인 체제’ 후폭풍을 감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봉합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당 내 민주주의가 사라진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선거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당의 실핏줄을 만들어내는 당원들의 의견은 사라진 채 1인 체제를 뒷받침하는 공천관리위원회는 호위무사에 불과하다. 가히 군주정의 부활이라고 할만하다.

MBC 홈페이지 뉴스의 정치꼭지에 나타난 화면. 공천 관련 내용으로 가득찬 뉴스

▲ MBC 홈페이지 뉴스의 정치꼭지에 나타난 화면. 공천 관련 내용으로 가득찬 뉴스


김석기, 김순례, 전희경을 공천하는 기준은?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자들과 비례대표 후보들을 거의 발표하였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공천혁명이니 국민공천 등등 빈 수레가 요란하였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새누리당은 용산참사의 주범이자 국가폭력의 대명사 김석기를 경주 후보로 공천을 하였다. 또한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퍼부은 김순례(대한약사회 부회장)와 국정교과서의 전도사라고 불리는 전희경(자유경제원 사무총장)에게 비례대표 15번과 9번을 부여하였다. 모두 당선 안정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1번으로 논문표절로 시끄러운 박경미(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를 선택하였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2번으로 셀프공천했다가 당원들의 거센 반발로 당부까지 거부하고 나섰다. 아무리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해도 최소한 공천기준을 만들고 이에 부합한지에 관해 공적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당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공천 기준 자체가 1인의 심기와 호불호에 따른 것이라면 왜 공천관리위원회를 두었을까. 있으나 마나한 공천기준은 그저 다른 후보자들을 들러리를 세우기 위한 수단 아니고 무엇일까.

인권에 투표하세요~

공천이 정치를 대체하고 있는 지금 한국 정치 현실은 역설적으로 정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3월 22일 인권단체들은 4.13총선 인권 올리고 가이드를 발표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정치가 냉소와 헛헛함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인권 올리고 가이드’는 4.13총선에서 ‘인권에 투표해야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게 만든다. 정치인들의 아전투구의 장으로 변한 정치를 서로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공동의 조건을 만드는 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마음을 당기고 행동을 이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가치가 정치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정치는 누가 대신할 수도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허위사실 유포이나 테러로 규정하며 입막음 하려는 태도로는 정치적 자유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서로 논쟁하며 설득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정치공동체를 만들어낼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꿈꾸는 일, 지금... 인권의 정치가 필요한 때이다. 정치적인 평등의 권리가 좁게는 정당 내에서 넓게는 정치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질 때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다. 시민의 표를 ‘홀로그램’처럼 다루는 제도권 정당의 정치를 바꾸고 싶은 그대여, 인권 올리고 가이드에 접속하라.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