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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학생이 말하는 차별이야기] 가족, 애정과 투쟁 사이

가족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

[편집인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학모임은 <대차별: 대학생의 차별이야기>라는 주제로 릴레이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총 네 번에 걸쳐 각각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은 그 동안 대학 사회에 존재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던 혹은 잘 드러낼 수 없었던 차별 이야기를 대학생들이 솔직하게 직접 꺼내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 강연회가 끝난 후 강연회를 기획한 대학생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보내주었다. 대학생이 말하는 대학생의 차별이야기, 사회가 함께 귀 기울여야 할 우리 사회의 차별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8일 수요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대학모임에서 준비한 릴레이 강연회의 첫 번째 순서로 강연 <가족, 애정과 투쟁 사이>가 진행되었다. 이번 강연회에서는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이박혜경 연구교수를 연사로 하여, 가족 형태 차별을 주제로 대학생들과 고민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학생들과 함께 가족 형태 차별에 대해 말하는 이유

현재 대학생들은 원가족과 함께 살고 있든, 아니면 일시적으로 독립해 자취를 하고 있든, 대부분 원가족의 경계 안에 속해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곧 취업이나 결혼 등의 과정을 통해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대이며, 또한 독립한 이후 자신이 꾸릴 새로운 가족을 구상하기 시작하는 세대이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들이 가족에 대해 크고 작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근대 가족의 이상, 현대 가족의 변화 양상, 그리고 다양한 가족 형태 등 ‘가족’을 주제로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기획하게 되었다. 덧붙여, 가족 내 애정, 갈등, 투쟁, 그리고 권력관계 등을 성찰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족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기존의 가부장제 및 이성애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에, 가족에 대한 고민은 곧 반차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핵가족의 약화,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모든 것들이 변화하듯 ‘가족’ 또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가족을 둘러싼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강연회에서 연사로 함께한 이박혜경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세 개의 변화 지점을 제시한다. 먼저 과거에 비해 이성애 핵가족의 비중이 감소하고 한부모가족, 독신 가구, 조손가족, 기러기 가족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이 약화되면서 여성가구주 가구가 2000년 18.5%에서 2010년 22%로 증가하였다. 여성가구주 가구의 증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혼 가정의 증가와 비혼 여성의 증가가 여성가구주의 증가에 큰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2000년 1.47명에서 2009년 1.15명으로 상당 폭 감소하였다.

위와 같은 지표들의 변화는 결혼 및 이성애 핵가족 형태에 대한 당위적인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사 이박혜경 교수에 따르면, 이성애 핵가족 형태에 대한 당위적인 태도의 약화는 성별분업과 이원적 성별구조, 그리고 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을 낸다. 가사노동 전담자로서의 여성 및 생계벌이 전담자로서의 남성이라는 성별분업이 약화되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기존의 구분선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흐릿해진 성별분업의 경계는 우리에게 성별 구조를 반드시 이원적인 것으로 인식해야할 필요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시점에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틀이 근원적으로 파괴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이성애 규범을 유지해야 할 현실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대학생들의 고민

위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다양한 고민들이 남아있다. 몇몇 지표들을 중심으로 현실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분업과 이분법적 성별구조, 그리고 이성애 중심주의가 만연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가족이라고 인식되는 이성애 핵가족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는 실제로 더 많은 고민과 타협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해지는 부모님의 결혼에 대한 압박을 꿋꿋하게 이겨냈다고 할지라도 이 대학생이 비혼을 선택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비혼을 선택한다는 것이 반드시 혼자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고 친밀성을 추구한다고 할 때, ‘동거’라는 가족 형태를 원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결혼만큼이나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을 통해 국가에 등록되지 않는 이상, 핵가족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권리와 복지 혜택으로부터 배제된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는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감당하며 88만원 세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으며, 특히 ‘결혼적령기’의 무게로부터 훨씬 자유롭지 못하고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되어 있는 여자 대학생의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대학생들의 고민은 강연회 당시 연사에 대한 질의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박혜경 교수는 이에 대해 일과 가족 양립정책, 저출산정책, 가족친화기업 등을 통해 구호로는 성평등을 차용하면서 실제로는 가족주의를 더욱 공고화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가족’이라는 틀을 넘어서서 사고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상속법을 예로 들어 가족 중 일부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지정하는 1인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로운 가족 형태를 고민하는 일,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함할 수 없거나 포함하고 싶지 않은 친밀한 관계들을 존중하는 일에는 가족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의 가족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주의에 따른 성차별 및 성적지향 차별에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즉, 미래에 함께 살고 싶은 사람과 자유롭게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가족구성권’을 옹호하는 것은 곧 다양한 차별을 반대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다.

대차별: 대학생의 차별 이야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학모임에서 준비한 릴레이 강연회는 다음 네 번의 주제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강연회는 <가족, 애정과 투쟁 사이>라는 제목으로 정상가족 신화의 모순을 꼬집고 대학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족을 상상하는 시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5/18). 두 번째 강연회 <The LGBTQ word(엘지비티큐 워드)>는 다양한 인권활동가들이 대학생들과 함께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퀘스처닝 등 다양한 성소수자 정체성과 차별에 대해 토크쇼를 벌입니다(5/24). 세 번째 강연회는 <학벌의 중심에서 차별을 외치다>라는 제목으로 학벌차별의 전체 구조를 통해 누가 수혜자이고 누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지, 대학생들은 학벌차별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5/26). 마지막으로 네 번째 강연회 <한국에 인종주의는 이제 없다?!>는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를 깊이 성찰하며 대학 내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 영어중심주의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5/31).

덧붙임

평화 님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학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학모임은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동아리, 단체)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