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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가족이야기] 한 사람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서 정상 가족이 얼마나 될까’ 꽉 짜여진 가족 중심 사회의 틈새에서 ‘비정상 가족’들이 되돌려 묻는다. 가족, 바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변화를 발견해나가면서 가족의 경계와 의미를 다시 묻는 ‘비정상 가족’들은 그래서 더 ‘비범하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변화된 가족-공동체-관계를 모색하면서,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 혼인 여부, 국적, 장애, 나이, 빈곤을 가로지르며 가족과 공동체 사이 어디 즈음을 거닐고 있는 비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

* 더 많은 <비범한 가족이야기>는 www.family-b.net에서 볼 수 있다.

-. 엄마와 둘이 산다.
-. 이혼한 엄마는 1인 가구로 산다.
-. 레즈비언 파트너와 동거한다.
-. 친구와 함께 전세금을 모아 산다.
-. 동거파트너와 헤어져 친언니와 함께 산다.

이것이 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믿겠는가? ‘동거’가 가족상황의 한 형태를 보여줄 수 있다고 할 때, 가족상황 및 형태는 아주 다양하고, 이는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생애 전반에서 가족을 구성·유지·해소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에 있다.” (2008.2_가족구성권연구모임_대안적 가족제도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집 中)

한 사람이 생애 동안 적어도(또는 반드시) 두 가지 가족-혈연가족과 혼인가족-을 구성하고 겪는다는 전제는 가족이데올로기의 일부이다. 우리는 혈연가족과 혼인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이 있고 ‘가족’이 아닐지라도 동거, 돌봄 관계에 따라 특정한 사회적 단위로 간주되고 정책적으로 다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수행하는 <2~30대 1인 가구 비혼 여성의 정책 욕구 조사>를 위한 그룹인터뷰에 참여했었다. 인터뷰어는 ‘2~30대 비혼 여성의 주거를 위해 비혼 여성 전용 임대주택’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비혼 생애를 고려한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환영할만한 정책이지만, ‘임대주택은 도움이 된다’ 정도로 얌전빼며 의견을 밝혔다. 이어, ‘2~30대 비혼 여성들이 나이나 동거형태에 관계없이 그 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장기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연구자는 ‘평생 보장하는 임대주택을 젊은 비혼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 나는 더 이상 얌전빼며 말할 수 없었다. “그럼 이 여자들 평생 1인 가구로 살다가 나이가 들면 그때는 독거노인 정책 할겁니까”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가족다양성/취약가정 지원정책 가운데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정책적 대상이 되는 어떤 계층이 시간, 친밀성의 문제, 경제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족/주거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 한 개인의 유동적인 생애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으로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 과한 욕심처럼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다양한 가족을 위한 가족구성권리와 가족상황차별을 이야기할 때, 우리조차 잊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현재 혼인여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장애여부, 동거 및 주거 형태 등을 고려한 가족구성권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다양한 삶의 국면에서 가족상황차별 및 생애불안정성을 맞게 되는 자신의 위치는 하나의 정체성이나 지위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족구성권리의 하나로 <동성애자 등록파트너십법>을 입안할 필요가 있지만, 동성애자 역시 등록파트너십법을 통해 제도적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간은 한 동성애자의 전 생애에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닐지 모른다. 현재의 결혼제도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이성애자 비혼 여성에게는 별 쓸모가 없고, 이혼한 나의 엄마조차 법적 배우자와 함께 산 시간이 본인 전 생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니 말이다.

가족구성권리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구성권리는 ‘결합’뿐만 아니라, 관계의 해소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합’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삶의 형태들을 함께 다루면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덧붙임

더지님은 언니네트워크(www.unninetwork.net)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