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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비친 인권 풍경] 선언을 하면 처벌 받는 시대①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징계 받은 이언구 공무원

촛불 정국이 한참이던 때, 농림부의 한 공무원이 쇠고기 관련 협상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징계처분을 받았다. 사실 좀 의아했다. 양심선언?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그리 힘든 일인가?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경직됐는지, 새삼 정부의 의견을 따르는 게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식처럼 돼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최근 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의문을 품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줄줄이 징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공무원 노조의 신문광고문구로 인해 줄줄이 해임, 파면 조치를 당하고 있다, 최근 통과시킨 공무원복무규정안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이언구 본부장을 만났다. 그도 신문광고문구로 인해 해임 조치를 당했다. 경남 밀양 농산물검사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10년 전 노조 생활을 시작하면서 전국을 다니며 노조를 만들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실린 글( http://www.kgeu.org)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실린 글( http://www.kgeu.org)


징계를 받기까지의 상황은?

사실 이번 징계는 상당부분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본다. 시국선언을 하면 고발, 장계를 하겠다고 탄압한 것은 의사표현에 대한 사전검열이다. 결국 공무원노조에서는 시국선언을 추진하지도 못 했다.
시국선언 탄압을 규탄하려고 기자회견을 했고, 이런 부분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7월 13일 한겨레나 경향신문에 전면광고를 냈고 이후 경향신문에 전국의 각 본부, 지부별 릴레이 광고를 게재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전국의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지부장 이상에 대해 징계요청을 했고 3개 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16명에 대해서 형사고발 조치까지 했다. 징계자체도 부당하지만, 징계양형을 보더라도 유난히 중앙행정기관분부장인 내가 파면, 각 지부장들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건 행정안전부의 권한 하에 있는 중앙행정기관본부 본부장과 지부장들을 손보기 위한 과도한 정치적 탄압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무원노조가 있어야 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문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문제다. 공무원 노조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무원노조에 대하여 긍정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국민들로부터 부러움과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특히 IMF 이후 사회가 변하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또 아직까지 공무원의 행정서비스가 많은 부분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 하기 때문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건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외국의 많은 나라만 하더라도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헌헌법에서는 공무원노동조합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제한하는 규정이 없었다. 물론 당시 사회적 분위기상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못 만들었으나 이후 군사정권시절 공무원노동조합에 관한 제한 규정을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만들었다.

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이나 복지를 위해서도 노조가 필요하지만 또 부정부패 척결이나 행정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주요한 목표다. 그 예로 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건과 관련해서 공무원이 양심선언을 한 것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실태 조사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최근 공무원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부의 탄압은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이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인 것 같다. 정부도 공무원을 과거와 같이 하수인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정치활동에 관한 문제는 현재로서는 시기상조인 것 같아 더 이상 얘기하지는 않겠다.

이번에 징계처분을 받고 안정된 직장도 잃게 됐는데, 개인적 고뇌는 없었나?

쇠고기 사태 때 농림부 지부장이 양심선언을 했다. 그때 나도 그 사람 도우면서 같이 했다. 그런 거다. 그런 사명감이다. 공무원이 국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작게는, 약자들이 할 말은 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거다. 공무원 사회는 상명하달에 계급사회라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계급이 낮으면 말을 못 한다.

최근 정부가 공무원복무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국가인권위도 ‘공무원도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있다’고 권고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지난 번에 개정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주장 또는 반대하거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 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한다.” 는 내용으로.

국가공무원법이나 공무원노조법상 공무원의 정치행위는 금지돼 있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국가공무원에서 금지하는 정치행위인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 등을 할 생각은 아직 없다. 다만, 공무원이 하는 일이 국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행정일이기 때문에 적어도 국민을 위해 행정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대안이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행동을 정치행위로 보고 금지하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행위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개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기본권 ‘표현의 자유’를 정부가 정권유지를 목적으로 제한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의 표현할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정부, 특히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들을 군사정부시절에나 경험했을 법한 정도로 정권의 하수인으로 보는 것 같다. 소위 말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고 하는 정도로.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복무규정을 의결시켰다. 언론에서 지적하고 국가인권위도 권고했는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개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앞으로 공무원은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의 주체로서 옳고 그름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주체이가 바로 공무원이기 때문에다. 그래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엇보다 공무원노조에 부담을 느끼고 적대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가 더욱 중요하다. 공무원의 행정행위는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문구가 눈에 띄던데...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이나 시책을 정확하게 사실대로 알 권리가 있다.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헌법적 권리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찬가지로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 들어서 탄압이 더 심하다고 보는 이유는?

사실 작년 미국산쇠고기 수입이 전 국민적 관심사였을 때 공무원노조에서 많은 성명을 내고 의견을 표현했지만 지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공무원노동조합이 통합하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하고 나서부터는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문광고 건으로 중앙행정기관본부에 징계처분이 있고 국가공무원보수규정 개정건이 있다.

공무원노조가 생겨서 그나마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 되어가고 있다.




덧붙임

윤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