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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권보고서] FIAN 2008년 연례보고서(2009.4)

<역자 주>

이 보고서는 FIAN(식량먼저 정보 및 행동 네트워크:the Foodfirst Information and Action Network)의 2008년 활동보고서이다. 보고서의 제목은 ‘우리는 굶주림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인권을 완전히 향유할 수 있고 특히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이다. FIAN은 식량권에 집중하는 국제인권단체로서 50여 개 국 이상에 회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 연례보고서는 FIAN의 활동내용에 집중하고 있지만, 식량권에 독보적인 단체인 만큼 세계적인 식량권의 문제영역을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소개한다.
이 보고서의 원문은
(http://fian.org/resources/documents/categoria-1/annual-report-2008/pdf) 에서 볼 수 있다.

만성적인 세계의 식량위기

2008년 언론은 식량가격의 급상승에 주목했고 그 귀결은 소위 “세계의 식량위기”였다. 하지만 식량권 문제에만 집중하는 유일한 국제인권조직으로서 FIAN의 입장은 세계의 식량위기가 하룻밤 새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는 만성적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받는 사실을 인식했기에 이십여 년 전에 FIAN을 설립한 것이며, 그때가 이미 위기였다.

국제사회는 식량위기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고 유엔인권이사회는 2008년 5월 제네바에서 세계식량위기에 관한 특별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를 마치면서 FIAN의 사무총장은 말했다. “브레튼우즈 기관과 WTO의 분명한 영향 하에서 식량위기에 대한 유엔의 태스크 포스팀이 식량에 대한 인권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리고 FIAN은 이에 대한 불만을 담은 청원서를 돌렸다. 세계 70여개 이상의 조직들이 “세계는 똑같은 처방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선언에 서명했고 이 선언은 같은 해 6월에 로마에서 열린 세계 식량위기에 관한 정상회의에 제출됐다.

세계 식량위기를 다루기 위해선 기아의 근본 원인을 검토해야 한다. 식량권과 물에 대한 권리침해가 오랫동안 급상승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억압 또한 증가했다. 몇 개만 소개하면, 식량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2008년 필리핀의 촌락에서는 농부들이, 그리고 강의 오염을 반대했다는 이유로는 브라질의 특별 보고관이 처형당했다.

토지와 생산 자원에 대한 접근

토지와 생산자원에 대한 접근은 식량권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충분한 토지와 식량 작물을 기를 수 있는 필수적 수단 없이는 세계의 인민들이 먹을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반이 땅에 대한 접근권이 거의 없는 소농이다. 굶주리는 사람의 20%는 무토지자이다. 따라서 농부들이 토지를 얻고 기존의 토지 접근권을 유지해야 먹고 살 식량을 얻을 수 있다.

농업연료에 대한 국제논쟁

최근 에너지 작물 단일재배의 확대로 인해 토지에 대한 압력이 증대됐다. 이런 이윤성 작물은 이미 사회에서 소외된 농촌 집단에게서 자연자원과 토지를 앗아간다. 이렇게 길러진 작물은 세계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한 식량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대안에너지원을 탐색하는데 사용되는 연료이다. 더욱이 새롭게 시작된 토지에서의 이윤추구는 경제 행위자들이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도록 이끌었고, 토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중에 토지를 주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증명된 농지개혁정책의 이행을 반전시키고 있다. FIAN은 농업연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과 농업연료를 화석연료와 혼합하라는 명령을 재고할 것을 요구해왔다.

물에 대한 권리

지구에 있는 물의 1%만이 소비에 적합하다. 산업, 채광, 기타 깨끗한 수자원을 오염시키는 위험요소들의 증가로 이 수치는 줄어들고 있다. 물 부족은 최대 지구적 문제의 하나가 되었고 장차 주요한 분쟁의 원인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FIAN이 2008년 진행한 현장조사를 보면 가나에서는 초국적 광산 회사가 소유한 광산 작업 때문에 기존에 있던 몇 개의 시냇물이 말랐고 지역사회는 대안 수자원이 없어서 고통받고 있다. 에쿠아도르에서는 댐건설로 인해 영향력 있는 집단은 물과 전기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지만, 농민과 어부들은 물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됐다.

2008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는 물과 위생에 관한 독립 전문가를 3년 임기로 두기로 결정했다. FIAN은 독립전문가의 활동에 대한 홍보와 물에 대한 권리 옹호를 위해 지역사회의 시민조직이 물 정책 및 물에 대한 접근이 위협받는 구체적 상황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FIAN의 2008년 활동보고서 표지

▲ FIAN의 2008년 활동보고서 표지


역외에서의 국가의 의무

국경을 넘어 사업을 하는 초국적 기업의 수와 다수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정부 간 기구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자국영토 밖의 사람에 대한 국가의 인권의무가 인권의 세계에서 더욱 두드러진 역할을 취하게 됐다. 많은 경우 역외에서의 의무위반(ETOs)은 식량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외국의 인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댐이나 광산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는 경우 관련된 사람들과 그들의 인권에 대한 잠재적 침해에 대해 다룰 책임이 있다.

국가의 식량권 정책을 모니터하기

식량권은 국제법과 다수의 국가 헌법에 보장돼있는 반면에 사실상의 권리 향유는 여전히 먼 길을 가야한다. 다수의 인권 조약의 당사자인 국제기구와 국가들은 그 권리를 실현하지 않고 흔히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립서비스에 그치곤 한다. 이런 이유로 모니터는 중요한 영역이다.

이정표: 식량권과 영양 감시

2008년 식량권 감시 분야에서 주요한 기여는 식량권과 영양 감시에 대한 ‘제로(Zero)’ 발간에 착수한 것이다. ‘제로’의 발간은 세계의 사회권 관련 조직들로 구성된 출판 연합의 대표자들이 2008년 세계식량의 날에 착수했다. ‘제로’ 발간은 정책입안자들에게 식량에 대한 인권을 고려하도록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최상의 실천이 이뤄진 곳, 식량권 침해가 자행된 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제로’는 다양한 전문가와 지역들로부터 식량위기, 식량권, 국가 모니터 보고서 등을 모은다. 식량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기구와 조직들에 흩어져있는 식량권 관련된 전개 상황들을 한권에 모으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국가 수준에서 식량권 모니터하기

FIAN은 식량권에 관한 국가 모니터링 과정을 지원한다. 모니터 작업의 주요 목적은 특정 국가에서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검토할 보고서와 병행될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상황에 관한 포괄적인 국가보고서를 생산하는 것이다.

식량권의 사법구제가능성

국제적 차원에서 식량권의 사법구제가능성을 증진하려는 노력은 유엔사회권규약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채택하는 것이었다. 선택의정서 채택 운동은 20여년이 넘었고, 2008년의 마지막 주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12월 10일, 유엔총회는 사회권규약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침해에 대한 청원 절차가 만들어졌다.

선택의정서의 채택은 인권에 있어 역사적 진전이다.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해 유사한 메커니즘이 채택된 지 42년 만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침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됐다. 세계인권선언의 규정과 일관되게 효과적인 구제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게 됐다. 그러나 투쟁은 끝난 게 아니다. 2009년에는 국가들이 말로 한 약속을 사회권 규약 선택의정서에 서명하고 비준하는 실천으로 옮기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남반구에서의 사법구제가능성

2008년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서 사법구제가능성의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식량권에 관한 기본법을 기초하면서 사법구제가능성에 관한 포괄적인 조항을 포함할 것을 장려하기 위해 법무부 차관과 더불어 작업했다. 또한 사회권의 사법구제가능성에 관해 국가 공무원과 판사들에 대한 교육을 증진할 방법을 다루었다.

온두라스도 식량권에 관한 기본법에 집중했다. 이 법안은 2007년 의회에 제출됐고 2008년 정부 대표자들과 사법부 인사들의 공개토론회에서 좀 더 검토됐다. 추가적 노력은 ‘강제 퇴거에 관한 의정서’ 이행을 겨냥했다. 이것은 사법 당국이 강제퇴거에 관한 국제기준을 자신들의 일에 적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기대한 일이다. 무토지 인민과 농민의 보호에 관하여 중요한 진전이 8월에 착수됐다. 이 시기에 온두라스 당국은 토지 강탈 사건에 대하여 모든 검사들에게 지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의 내용에는 농지 분쟁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처벌을 초래하지 않도록 농민 집단에게 적용될 예방 조치를 보장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지방의 개발법령’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을 지지했다. 이들 법령의 일부 조항은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의 토지에 대한 접근과 토지 점유의 안정성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 법령은 또한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FIAN은 법령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와 논의 없이 법령이 채택되었기 때문에 위헌성 주장을 지지하였다. 콜럼비아 헌법 재판소은 2009년 3월에 법령의 위헌성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젠더 관점

기아는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에게 불균등하게 영향을 끼친다. 추정상 만성적인 기아를 겪는 세계 인구의 70%가 여성과 소녀이다. 여성과 소녀의 이런 상황은 세계의 식량위기 때문에 악화됐다. 이와 동시에 여성들은 이런 위기를 능동적으로 꾸려가는 사람들이고, 기아에 맞선 투쟁의 주역이다.

조직으로서 FIAN은 여성의 얼굴을 한 기아를 인식하며, 젠더 문제에 우선성을 두어왔다. 또한 FIAN의 내부 구조에서 출판 및 일상적 대화에서 젠더 주류화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엔여성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초안은 “적절한 식량에 대한 여성의 권리”로서 여러 사례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여성들은 토지에 대한 접근을 부정당한다. 토지 소유권법은 여성에게 차별적이었다가 2005년 힌두 상속법의 개정으로 농지에 대한 차별 조항은 철폐됐다. 하지만 이 개정은 힌두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실패이다. 브라질에서는 9백여 여성들이 2008년 3월 포르토 알레그레의 타루마 농장을 점거했다. 그녀들은 스웨덴/핀란드의 셀룰로오스 및 조림 회사인 스토라 엔소가 불법적으로 2100헥타르를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5백 명의 여성이 체포됐고 일부는 전투 경찰에게 다쳤다. 여성들은 나중에 모두 토지에서 퇴거당했다. 필리핀에서 FIAN은 농민의 길(La Via Campesina)과 함께 대농장에서 거주하는 농민들에 대한 살해와 토지 강탈에 개입했다. 대농장 운영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무장한 남자들과 함께 농민들을 땅에서 몰아내려는 불법적 시도를 했다. 폭력은 대농장 소유자들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 농민들을 살해하는 일에서 정점에 달했다. FIAN은 투쟁하면서 살해된 농민들의 부인들과 함께 일했다. 이들 여성에게 매일의 삶은 지속적인 투쟁이다. 그녀들과 자녀들은 여전히 식량권을 포함하여 기본적 인권의 침해로 고통받고 있다.
덧붙임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