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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폴짝] 독안에 갇힌 민주주의

이야기 속으로 GO! GO!

초등학교 어느 교실에,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반장이 있었어요. 다른 반 친구가 괴롭히면 대신 혼을 내주기도 하고, 반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처럼 벌을 주고 말이지요. 전학 온 친구도 다정한 말로 친절하게 보살피는 반장이었어요. 하지만 그건 선생님이 있을 때뿐이지요.

선생님이 없을 때 반장은 반 아이들의 맛있는 도시락 반찬을 자기 만대로 가져다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힘으로 빼어갔어요. 시험도 과목마다 제일 잘하는 친구의 시험지와 바꿔서 자기 것으로 해버리고 말이지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속임수로 그런 그랬던 것이지요.

반 아이들은 반장의 행동을 부당하게 여겼지만, 무서워서 아무도 불평하지 못했어요. 반장은 자기편이 아닌 사람은 모두 괴롭혔기 때문에 반 아이들은 오히려 욕심만 채우는 반장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게 됐어요. 또 반 아이들 중에는 힘 센 반장이 있으니까, 다른 반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싸우는 아이도 없어져 조용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반장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마치 줄반장이라도 된 것처럼 구는 아이들도 생기고 말이지요. 새 학년이 됐지만, 그 누구도 예전 반장에 맞서 선거에 나서려 하지 않았어요. 반장은 계속 반장을 했고 자기 멋대로 했어요.*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어요.(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어요.(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사라지는 민주주의

우리 친구들 반에 이런 반장이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떤 마음을 먹게 될까요? 이런 반장 같은 사람을 우리는 독재자라고 부릅니다. 독재자가 사는 곳에 민주주의는 숨 쉴 수 없어요. 독재자는 민주주의를 아주 싫어하니까요.

독재와 민주주의에 대해 알고 있다고요? 맞아요. 학교 공부 시간에도 민주주의를 배웁니다. 그런데 요즘 방송에서도 신문에서도 ‘민주주의’가 참 많이도 외쳐지고 있어요.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어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성당의 신부님들도, 이야기를 짓는 작가들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며 시국선언**이라는 것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뭐가 달라진 것일까요? 어제랑 오늘은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여전히 학교에서 반장은 민주적으로 투표해서 뽑고, 대통령도 투표해서 뽑았는데, 왜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랍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참여하고 서로서로 토론하여 결정하는 민주주의와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 하는 독재자는 서로가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겠지요. 독재자는 힘으로 다른 사람을 짓밟고라도 자기 맘대로 하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렇지 않아요. 소란스럽고, 시간이 걸리고, 우왕좌왕해도 서로를 존중하며 가는 게 민주주의예요. 요즘 이런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를 잃어버려,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은 독재가 민주주의의 자리를 빼앗고, 왕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있다고? 어디? 독안에?

반장을 투표로 뽑는 ‘선거’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 속 독재자 반장처럼 힘을 이용해 반 아이들을 괴롭히고, 말도 할 수 없게 만든다면 민주주의는 살아 숨 쉴 수 없게 됩니다. 선거와 같은 방법은 커다란 민주주의 퍼즐의 한 조각들인 것이지요.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 예요.

대통령 역시 선거로 뽑히고 법에 따라서 나랏일을 하지만, 민주주의의 퍼즐을 딱딱 맞추는 대통령인지 아닌지는 잘 살펴봐야 해요. 퍼즐 판을 제멋대로 뒤흔들고 맞지도 않는 짝을 끼워 맞추는 독재자일 수도 있거든요. 서로 이야기를 해서 설득하고 토론하지 않고, 나와 다른 의견 다른 생각이면 무조건 힘을 누르는 대통령은 바로 독재자랍니다. 독재자 얘기는 저기, 개발 안 된 이름도 모르는 나라들 얘기일까요?

“개발 땜에 사람이 죽었다, 사과해라”
“삽질은 집에서만, 운하개발 중단해라”
“영어몰입, 일제고사 너나 해라”
“복면금지? 홍길동, 일지매가 이놈~한다.”
“쥐새끼가 사람인척, 사람 잡네!”

용산철거민들이 공권력이 저지fms 죽음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요. 벌써 5달이나 지났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구를 하지 않고 있어요.(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 용산철거민들이 공권력이 저지fms 죽음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요. 벌써 5달이나 지났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구를 하지 않고 있어요.(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이런 주장은 바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외치는 말이랍니다. 용산에서 철거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운하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집회를 하려는 사람들이, 광우병 소를 반대하며 촛불을 켰던 시민들이 말이지요. 한데, 대통령은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경찰을 동원해 가둬 들이고 있지요.

인터넷에서도, 거리에서도 자기주장을 외칠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마치 공기에 대해서는 평상시에 중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숨이 막힐 때 알게 되는 것처럼, 민주주의가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그 중요함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힘을 내, 민주주의!

부당한 일을 당하고, 말도 못하고 숨죽여 지내야 한다면 정말 억울하겠지요? 한 번을 겪어도 억울한 일인데,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마치 숨이 막히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져서 사는 게 괴로울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그런 괴로움에 무감각해져 ‘될 대로 되라’고 하며 살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사람이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꿈꿉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일구어가게 합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영원히 무감각해질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지요. 독재가 계속되지 않고, 민주주의가 숨 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꿈꾸고, 독재와 싸우며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지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힘센 권력자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지요. 여러분도 민주주의의 퍼즐을 함께 맞춰가지 않을래요?


* 이 이야기는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부분이랍니다.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요? 친구들이 한 번 읽어봐도 좋겠어요.

**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라고 자신들의 주장을 발표하는 것이예요.



덧붙임

고은채 님은 인권교육센타 ‘들’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