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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

인권 발전에 있어 역사적인 진보

세계인권선언 60돌을 맞이하던 지난 12월 10일 유엔총회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규약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아래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진정절차를 국제인권법 체계 안에서 갖추게 된 셈이다. 그동안 자유권 규약은 국제적으로 사법적인 구제수단을 확보했던 것에 비해 사회권 규약은 권리를 침해당했을 경우 호소할 수 있는 구제수단이 없었다.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 채택으로 자유권과 사회권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의정서 주요 내용

지금껏 사회권규약을 비준한 당사국은 국가보고서 제도를 통해 이행여부를 유엔 사회권위원회로(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부터 검토 받아 왔다. 앞으로 선택의정서가 효력을 발휘하면, 사회권규약을 비준한 국가 내 개인 혹은 그룹은 사회권을 침해당했을 때,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당사국 내 심각한 사회권 침해 사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조사를 할 할 수 있다. 이러한 진정 업무를 접수, 심리, 조사하는 권한이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부여된다.(1,2조) 사회권위원회에 진정할 때에는 국내 구제절차를 끝내야하고(3조) 진정의 주체는 사회권 규약 내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개인 혹은 그룹이며, 피해를 대리할 수 있다.

가령,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받았을 경우, 국내 구제 수단(대법원까지)을 끝낸 후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진정해서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이끌었던 사례를 기억하면 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주기적인 해고를 경험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내 구제 수단으로 권리 침해를 구제받지 못하면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 자유권 규약과는 달리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도 진정이 가능하다.

사회권위원회는 진정 접수 후 침해를 주장한 피해자에게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외적인 상황에서 잠정조치를 당사국에게 요청할 수 있다.(5조) 사회권위원회는 진정을 심의하고 이후 권고와 함께 견해를 당사자들에게 전달한다.(8조, 9조)

또한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는 국가 간 진정절차도 두고 있다(10조). 사회권위원회는 당사국이 사회권규약 내 권리를 중대하게 체계적으로 침해했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입수한 경우, 당사국을 방문 조사할 수 있으며, 당사국은 관련 정보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11조)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는 열 개의 국가가 비준한 날로부터 3개월 후 발효된다.(18조)

국제인권단체, 환영

유엔총회에서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가 채택되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규약 선택의정서를 위한 NGO연합과 사회권네트워크는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해 ‘인권발전에 있어서 역사적인 진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제 인권법 내에서의 조화로운 인권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헌신의 결과”라고 논평했다. 피안(FIAN International) 사무총장 플라비오 발렌테 씨는 “드디어 사회권이 여러 해 전에 침해 구제 절차가 만들어졌던 자유권과 같은 발판을 마련하였다”고 말했고, 국제인권연맹(FIDH) 대표 수하이르 벨하센 씨는 “사회권에 대한 국제적인 구제 절차가 자국 내의 구제책과 이러한 권리의 실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들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사회권규약 민간단체보고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황필규(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씨는 “선택의정서는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총회 제3위원회, 그리고 유엔총회에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이 사회권규약위원회가 사실상 입법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거나 국가들의 자원배분기능을 통제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이미 각국의 사회권 상황을 평가하여 왔고, 이 선택의정서 자체가 국가들의 다양한 정책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선택의정서 제4조 제4항)에서 적절한 지적이라고 볼 수 없다. 한국정부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 등의 논의과정에서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는데, 한국의 경우 사회권규약이 직접적인 국내법적 효력을 같다는 점에서 이 선택의정서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정부는 즉각 선택의정서 가입을 결정하고 국회의 비준동의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권·자유권의 불가분성과 상호의존성

1976년 자유권규약의 경우 규약28조에 자유권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규약 채택과 동시에 구제수단을 명시하고 있는 제1선택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사회권규약은 자유권규약에 비해 이행감시기구가 마련되지 못하였고, 권리를 침해당했을 경우 진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리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회권규약에서 보장된 인권들은 구체적이고 보편적이며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도덕적이며 프로그램적인 권리로 해석되었다. 그동안 사회권규약은 자유권규약에 비해 종종 ‘2차적 권리’로 불렸고 두 권리 간의 불평등은 깊어만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6년 사회권규약 이행의 감독기구로 사회권위원회가 설치되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다. 사회권위원회는 국가보고서 검토를 통해 당사국의 사회권 규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일반논평을 통해 각 권리의 범위와 내용을 해석하는 기준을 제시해왔다. 또한 1990년대에 이르러 사회권위원회는 진정절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 초안을 유엔에 제출하며 논의를 촉진해왔다.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 채택은 거의 20여년에 결친 ‘실무그룹’의 노력과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 채택을 촉구한 인권단체 및 인권운동가들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선택의정서 채택이 가져올 변화

사회권규약선택의정서 채택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물론 쉽게 전망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사회권이 ‘인권’으로 인정받지 못한 관행과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진정절차는 당사국의 국제적인 책임을 강화하고 개별 권리 침해 사례에 사회권규약을 적용함으로써 국가의무를 구체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사회권이 잊혀진 권리가 아닌 실질적인 규범으로 발휘되기 위해는 적극적인 해석 투쟁과 사회권 침해에 대항할 수 있는 구제절차를 이용한 실천이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서둘러 선택의정서 가입을 결정하고 국회는 비준동의절차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주요 내용

전문

본 의정서의 당사국들은,…공포와 빈곤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인간상은 오직 모든 이들이 시민 · 문화 · 경제 · 정치 · 사회적 권리를 누릴 때만이 성취 가능하다는 세계인권선언과 인권에 관한 국제규약의 주장을 상기하며, 모든 인간의 권리와 기초적 자유가 지닌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상호관련을 재확인하며… 다음 사항에 동의한다.

제1조 진정에 관한 위원회의 권한
1. 의정서의 당사국이 된 규약당사국은 본 의정서의 조항에 따른 진정을 접수하고 심리하는 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한다.

제2조 진정
1. 진정은 규약에 규정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침해되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당사국 관할하의 개인 또는 개인의 집단에 의하거나 그들을 대리하여 제출될 수 있다.

제3조 허용
1. 위원회는 이용가능한 모든 국내 구제절차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할 때 까지는 진정을 심리하지 아니한다. 국내 구제절차의 이용이 불합리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조 잠정 조치
1. 위원회는 진정을 접수한 후에 본안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주장된 권리침해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외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잠정조치를 취하라는 요청을 긴급한 고려사항으로 관련 당사국에게 송부할 수 있다.

제8조 진정의 심의
1. 위원회는 진정과 관련되어 제출된 문서가 관련 당사국에 송부된 경우, 제출된 모든 문서의 관점에서 본 의정서 2조에 의해 제출된 진정을 심의한다.

제9조 위원회의 후속 의견
1. 위원회는 진정을 심의한 후, 권고가 있는 경우에는 권고와 함께 진정에 대한 위원회의 견해를 관련 당사자들에게 전달한다.

제10조 국가 간 진정
1. 의정서의 당사국은 타 당사국이 이 규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당사국의 진정을 접수, 심리하는 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한다는 것을 이 조에 의하여 언제든지 선언할 수 있다.

제11조 조사 절차
1. 의정서의 당사국은 언제든 이 조에 의하여 제공되는 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
2. 당사국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중대하게 또는 체계적으로 침해하였음을 보여주는 신빙성 있는 정보를 입수한 경우, 위원회는 해당 당사국에게 동 정보의 심의에 협조하고 이를 위하여 관련 정보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도록 요청한다.
3. 위원회는 관련 당사국이 제출한 의견과 위원회가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신빙성 있는 정보를 고려하여 조사를 수행하고 긴급히 위원회에 보고하는 위원회 위원 중 한 명 또는 수 명을 지명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당사국의 동의 아래 이러한 조사는 당사국의 영역에 대한 방문을 포함 할 수 있다.

(번역/김민우·연정, 요약/최은아)

덧붙임

김신비·최은아·김민우·연정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