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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생각을 표현해!’, 학교부터 실천하라

[삘릴리~ 학생인권 마술피리] (2) 당당하게 자유롭게 … 표현의 자유

<편집자 주> <인권오름>은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연속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학교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뒷짐 진 국가의 태도 역시 여전합니다. 학생인권을 지원하는 법률과 정책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학생과 교사들이 일어선다면 일구어낼 수 있는 변화는 많습니다.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로서 학생인권에 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학생인권을 부르는 마술피리가 되어 인권이 꽃피는 학교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수 천, 수 만개의 붉은 촛불이 밤마다 거리, 거리에 피어난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수 만 촛불의 불씨를 지핀 이들은 ‘놀랍게도’ 청소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청소년이라 놀라운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을 겨냥한 숱한 탄압을 헤치고 나왔다는 점이 놀라운 것이다.

집회·시위는 모두의 권리, 그래서 우리의 권리

“촛불집회 현장, 중ㆍ고교 교감 670명, 본청과 각 지역교육청 장학사 222명 등 총 892명 배치”
“광우병 촛불시위 집회 신고를 냈다는 이유로 정보과 경찰이 수업중인 고3 불러내 조사”

최근 촛불집회 학생 참여를 통제하는 교육청 공문 [출처: 교육희망]

▲ 최근 촛불집회 학생 참여를 통제하는 교육청 공문 [출처: 교육희망]


그뿐인가. 하루에 두 번 꼴로 나오는 교내방송에서는 집회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학부모에게는 ‘집회 보내지 말 것을 당부’하는 친절한 문자도 잊지 않는다. 또 수업시간마다 ‘불법집회’와 ‘참여시 불이익’을 강조하며 엄포를 놓는가 하면, 조회 마다 ‘시위에 갔다가 걸리기만 하면 학생부 행이 될 것’이라고 하고, 시위 참가 시 ‘교장과 면담하게 되고 집회에 나가지 않도록 교육받을 것’이라고 위협한다. 게다가 시위에서 사진이라도 찍히면 경찰서 정보에 올라가기 때문에 대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미래를 협박’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광장에 서는 것, 생각하는 것을 외치는 것, 거리를 행진하는 것은 때때로 수십 개 마음의 장벽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물론 뒤 따라올지도 모르는 ‘공공기관’의 불법적 조사와 징계위협까지. 학생의 집회참가는 가히 혁명적 선택, ‘놀라움’인 것이 분명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 당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 당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


한국의 헌법 제21조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5조에서는 학생이 학교 안팎에서 평화로운 집회나 시위를 참여하고 직접 집회·시위를 열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학교당국은 더 이상 법에도 없는 ‘협박’으로 집회참가를 통제하고, 시위 주동자를 색출하고, 참가자에게 ‘학교 명예실추’와 같은 터무니없는 학교규칙으로 징계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학교 내 집회와 시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교 밖 집회를 통해 학생의 사회참여와 민주주의 경험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 보장을 위해서 집회시위를 막을 목적으로 개최일시와 장소, 주최자 등의 명단을 조사하는 일, 개최를 앞둔 집회시위를 비방하거나 편견을 유포하여 참여를 제한하는 일, 감시를 목적으로 집회 발언을 기록·촬영하는 일, 정당한 이유 없이 집회시위 물품 소지 등을 검사·압수하는 일 등은 당장에 사라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딱 거기까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에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은 비단 집회와 시위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가방에 다는 버튼에서부터 의견을 담은 청소년 신문, 학교를 비판하는 UCC, 그리고 머리모양과 길이, 양말의 무늬도 학생이기 때문에 여전히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 된다. ‘학생이 어디서 머리를 그 모양으로!’ ‘학생이 뭘 안다고, 그런 주장을!’ ‘학생이 겁도 없이 집회를?’…….
학생이기 때문에 ‘특별히’ 통제·금지되어왔던 것들. 더 이상 ‘학생답게’라는 말로 그들의 권리를 금지하고 가둬서는 안된다. 학교는 금지와 통제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참여와 기회의 장으로 학생을 안내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 그 처음은 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학교는 침묵을 좋아해? - 의견표명과 조직의 권리

청소년 웹 소식지

▲ 청소년 웹 소식지


학교당국이 스스로 이야기 하지 않는 무언가를 학생이 학교 안팎에서 표현하는 것은 아주 험난한 일이다. 의견을 밝힌 전단지와 스티커, 소식지, 버튼은 아직도 학교에서 압수물품이 되기 일쑤고, 전교생에게 알리는 게시공간은 학교전용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학교 온라인 게시판은 실명으로만 운영,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다. 학교비판 댓글은 삭제되고, 때로는 추적·색출당하기도 한다. 의견을 표현할 기회와 방법뿐 아니라 의견을 모으는 일도 역시 만만하지 않다. 학교 내 설문조사나 서명운동, 공동 선언자를 모집하는 활동은 ‘선전·선동’을 금지하는 교칙으로 제지당할 수 있다. 그것이 학교와 관련된 것이든 아니든, 학생과 관련된 것이든 아니든.

하지만 ‘요하네스버그 원칙’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비판이나 모욕이 폭력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아닌 한” “국민, 국가 내지는 국가의 상징, 정부, 정부기관이나 공무원”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위해를 가할 폭력을 선동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유포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의견 조직 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 임의로 의사표현의 주제를 선별하거나, 표현물을 제한하거나, 방법을 규제하거나 조직 활동을 금지하는 현재의 규칙과 방침들을 개정·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견을 밝히고 의견을 모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당국은 학생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방법과 기회를 확보하고, 이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방송, 신문, 인터넷, 잡지 등 다양한 매체를 기획하고 취재, 편집, 발행, 배포하는 경험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학교를 비판하는 UCC, 학원자율화를 비판하는 청소년신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 인터뷰를 ‘색출’하는 학교당국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구호는 안돼?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최근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뿐 만 아니라, 학원자율화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대운하 반대 등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 밖에서 모임을 만들거나 가입해 활동할 권리가 있고, 학교는 이러한 경험을 장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의사결정과정과 학교 내외에서의 정치활동에서의 아동의 능동적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법률, 교육부가 만든 지침 및 학교교칙을 개정하고 모든 아동이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직도 ‘학생의 정치활동 금지’, ‘교외 활동 제한’을 명시적으로 밝힌 교칙이 존재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불분명한 이 ‘정치적 활동’과 ‘교외 활동’은 때로 학교당국뿐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자연스레 금지 항목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보호’의 논리가 더욱더 학생의 입을 막고 다물도록 강요한다.

5월 촛불집회 초기, “시위대의 정치적 구호와 피켓은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망발 배경도 ‘정치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거리감을 부추기겠다는 얄팍한 수이다. 하지만 ‘협상무효 고시철회’, ‘학원자율화 반대’는 정치적 구호이고, ‘광우병 쇠고기 싫어요.’ ‘밥 좀먹자! 잠 좀 자자!’는 비정치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듯, 정치활동이 무엇인지 아닌지 규정하고 또 그것을 금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학교는 학생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교 밖 사회에 참여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학교당국은 교실에서 ‘전 인류 역사의 정치활동’에 대해 교육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를 단속하는 두발단속 - 답게~답게~학생답게~

표현의 자유는 말과 글, 다양한 매체와 모임, 활동을 통해서 실현되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의 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누구를 설득하거나, 시간을 들여 준비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나의 생각,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 그것은 바로 ‘나’이다. 하지만 학교당국은 이것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광이 나는 구두 금지’, ‘캐릭터 양말 금지’, ‘밝은 색 머리핀 금지’, ‘머리는 옷깃까지만 허용’, ‘교복 이외의 조끼나 웃옷 금지’, ‘이름표는 교복에 부착하고!’…

이러한 학교의 두발 및 용의복장 규정은 ‘실체 없는 학생다움’을 명분으로 한 ‘길들이기’ 순응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체로 합리적 이해가 불가한 이런 규정들은 특히 학교마다, 지도 교사마다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남발되면서 그 불순한 의도와 목적이 정점에 다다른다. 특정한 복장과 두발이 ‘교육과 다른 사람의 인권’에 명백하고 중대한 지장을 가져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학생 신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이러한 의심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생각에서 말까지, 가슴에 단 리본에서 집회에 들고 선 피켓까지……. 그들을 막을 이유는 없다.

학생인권 마술피리 둘째 소절 : <표현의 자유>

○ 학생은 자기의 생활양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몸을 통해 표현할 자유를 갖는다. 학교당국은 교육과 다른 사람의 인권에 명백하고 중대한 지장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학생의 용모 등의 제한규정을 둘 수 없다.
○ 학생은 방송, 신문, 잡지 등 언론 매체와 그 외의 다양한 형태의 표현물을 통해 의견을 밝히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모을 권리를 갖는다.
○ 학생은 학교 안팎에서 평화로운 집회∙시위를 열거나 참여할 권리가 있다. 학생의 집회∙시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학교당국은 학내 집회∙시위의 신고절차를 ‘허가제’처럼 운영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 학생은 학교 밖에서 모임을 만들거나 가입해 활동할 권리가 있고, 학교당국은 학생의 정치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참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덧붙임

고은채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http://dlhre.org)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