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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명고 국가인권위 진정서

2006년 9월 14일 수원청명고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자료입니다. 진정서와 진정 내용 등 별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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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지 1> 진정 내용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청명고등학교 학생들이 인간의 존엄,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인권을 옹호할 권리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청명고등학교에 인권침해 중단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진정인 소개

-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전북청소년인권모임 나르샤,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아래 네트워크)는 청소년인권 향상을 위해 2006년 3월 결성된 연대체입니다.

- 저희 네트워크는 <5.14 청소년인권행동의날 - 두발자유, 바로 지금!>, <파란만장 청소년 인권캠프>, <청소년인권 전국행진> 등의 행사를 주최해 왔으며, 지난 1학기부터는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 인권 침해에 항의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이어 왔습니다. 특히 인권 보장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징계 위협에 놓인 학생들을 옹호하고 징계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도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학교 앞 1인시위에 나섰다 특별교육이수 징계를 받은 오병헌 학생(서울 동성고등학교 재학)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대책위원회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교조, 흥사단,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참여하는 <아이들살리기운동본부>에 참여, 학생인권법안(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최순영 의원 대표 발의)의 통과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청소년 인권운동의 역사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청소년인권운동, 길을 묻다>는 기획 기사를 <인권오름>과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 연재하고 있으며, 교사, 학부모,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활동도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 위와 같은 활동을 벌이던 중, 저희 네트워크는 지난 8월 25일 수원 청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1차 학내 시위가 교사들에 의해 강제 해산된 데 이어 29일 준비되고 있던 2차 시위마저 교사들의 대대적인 단속과 징계 위협으로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학내시위를 ‘교내 질서를 교란하는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원천봉쇄하는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와 표현물 압수, 핸드폰 압수와 문자내용 엿보기, 관련 기사 덧글 작성자 추적, 시위시 징계 위협 등으로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였습니다. 이 같은 사정은 저희 네트워크 쪽에 시위 계획을 제보했던 청명고 학생들과 하교길에서 만난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파악된 것입니다.

- 이러한 학교측의 부당한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청명고 학생들은 징계 위협으로 말미암아 그 부당함을 외부에 알릴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저희 네트워크가 제3자 진정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피진정인의 경우, 단속을 주도한 몇몇 교사들이 존재하지만 학교당국의 방침 혹은 묵인 하에 인권침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궁극적 책임을 지고 있는 이 학교 교장을 인권침해 당사자로 지목하였습니다.


2. 수원 청명고가 행한 학생인권 침해

1) 집회의 자유 전면 봉쇄

[학생들의 학내 시위 배경]
- 수원 청명고등학교는 2학기 개학과 더불어 지난 8월 21일경,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두발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 공고하였습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남학생은 스포츠형(문서상으로는 옆머리는 귀에 닿지 않게, 뒷머리는 끝부분이 손가락 굵기 이내; 학생들 증언에 따르면 뒷머리와 옆머리는 머리밑이 하얗게 드러나도록 자를 것), 여학생은 묶었을 때 10cm, 묶지 않으면 5cm로 제한하도록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는 9월 1일부터 후문을 폐쇄하고 정문으로만 등교하도록 하여 대대적 단속을 벌일 것이며 단속에 걸린 학생에게는 봉사활동 등의 징계를 내리겠다고 공고하여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1차 시위에 대한 강제 해산]
- 이에 8월 25일 야간자율학습 1교시가 끝나는 저녁 8시, 주로 여학생을 중심으로 운동장에서 시위를 벌였고 그 가운데 몇 명은 촛불을 들어 학교측의 부당한 규정에 항의의 뜻을 표했습니다. 운동장으로 나오지 못한 학생들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교실의 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지지의 뜻을 표했고, 3학년 학생들은 창문을 통해 함성을 내지르기도 했습니다. 이날 1차 운동장 시위에 참여한 학생은 많게는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러나 시위가 있자마자 교사들 몇 명이 달려나와 곧바로 호루라기를 불며 해산시켰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손을 휘저으며 학생들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학생들은 끌려가서 자퇴서를 쓰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실제 자퇴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의 항의 행동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싹을 자르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서 자퇴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2차 시위에 대한 원천 봉쇄]
- 28일 여학생들에 한해 ‘묶으면 17cm’로 두발규정이 다시 바뀌어 공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남학생들 중심으로 29일 저녁 8시를 기해 2차 학내 시위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9일 당일, 시위 계획이 미리 알려져 교사들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소지품 검사(가방과 사물함 수색)를 실시하여 2학년 학생이 소지하고 있던 전단지(두발자유, 청소년인권 문구가 쓰여 있음), 폭죽 등을 압수해 갔습니다. 전단지를 갖고 있던 학생은 교사들에게 끌려가 위협을 당해야 했습니다. 또한 교사들은 야간자율학습 1교시 후 쉬는 시간을 애초 20분에서 10분으로 줄이고, 교실과 복도, 현관 입구 등지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퇴학시키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으며,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호루라기를 불며 흩어지도록 하는 등 계엄상태를 방불케 하는 삼엄한 감시를 펼쳤습니다. 이에 따라 2차 시위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학생 집회의 자유 침해]
- 학생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과 국제인권조약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인간의 권리를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도 집회를 열고, 모여서 자신들의 의견을 학교측에 전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단지 집회의 공간이 학교 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여자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특히 학교안 권력관계 하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고 아래로부터 학생들의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언로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집합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항의할 기회를 열어주는 집회의 자유는 자신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인 만큼, 집회의 자유는 인권 옹호를 위한 권리로서 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 그럼에도 청명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연 학내시위를 강제로 해산하고 자퇴서까지 강요하는 인권침해를 자행했을 뿐만 아니라, 자의적인 단속과 협박을 통해 2차 학내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폭력을 자행했습니다. 9월 6일 저희 네트워크가 이 학교를 항의방문하여 이루어진 면담에서 이응구 교감이 “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하겠다는데 내버려둘 수는 없다. 막는 게 당연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미루어보아서도 청명고가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측의 원천 봉쇄로 무산된 학내시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다면, 또 저희 네트워크가 학내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않았다면, 청명고는 2차 시위를 주도적으로 준비했던 학생들에 대해서까지 징계절차를 밟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했던 집회를 자의적으로 봉쇄하고 집회에 참여하거나 준비한 학생들에게 징계 또는 징계 위협을 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탈하는 행위입니다.
- 지난 5월 언론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교육부는 4월 19일 열린 시·도교육청 담당 장학관 회의에서 ‘학생들의 학내 시위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막기보다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향으로 학생을 지도한다’는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방침에 비추어 보아서도 청명고가 학생들의 집회를 강제 해산하고 원천 봉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아울러 청명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학생을 선동하여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집단 행동’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학생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교칙에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칙 조항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생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받고, 시급히 삭제될 수 있도록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2) 표현의 자유 침해

[언론과의 접촉 통제]
- 8월 29일 2차 시위 무산 소식이 언론(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프로메테우스)을 통해 보도되자, 31일 청명고 교사들은 기자와 인터뷰한 학생을 찾아내겠다며 휴대폰을 걷어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9월 1일에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외부단체나 기자와 접촉한 학생이 있거나 접촉하는 학생을 본 적이 있으면 이름을 쓰라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친구를 밀고하라고 압박하는 비교육적 행위까지 자행하였습니다.

[의사 표현 금지]
- 8월 29일 교사들은 소지품 검사를 통해 학생들이 갖고 있는 전단지를 압수해갔습니다. ‘두발자유, 청소년인권’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시위 물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근거도 없이 표현물을 함부로 압수해간 것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몇몇 교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기사에 덧글을 단 학생들을 색출하겠다고 조사를 벌이고, 앞으로 덧글을 달지 말라고 협박하여 학생들이 학내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마저 금지시켰습니다.

[학생 표현의 자유 침해]
- 학생들의 언론활동과 의사표현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다른 학생들의 권리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전면 보장되어야 마땅합니다. 학교를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 상의 의사 표현이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전면 통제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1969년 미 연방대법원 역시 “학생이라고 해서 헌법적 권리로 보장받고 있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교문 앞에서 포기하도록 강요되어서는 안 되며…학생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가 학교 운영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해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학생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하고 학교의 부당한 억압적 조치를 바로잡는 데 있어서도 본질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그럼에도 청명고는 학생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학교의 잘못을 덮으려는 반인권적 행위를 자행했습니다. 이는 우리 헌법뿐 아니라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정한 원칙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12조는 모든 아동이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1월 31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제출한 2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CRC/C/15/Add.197)를 채택하고, 아동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특별히 권고한 바 있습니다.


3) 사생활의 자유 침해

[정당성 없는 수색 - 소지품 검사]
- 청명고에서는 1학기에도 학생들의 가방을 함부로 열어보는 등 소지품검사를 실시해 왔고,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압수해 교사가 문자 내용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크게 읽기도 하는 등 학생들의 존엄성을 모독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 특히 지난 8월 29일 학내 시위를 막을 목적으로 벌인 대대적 단속 과정에서 교사들은 가방과 사물함을 함부로 열게 하고 소지품을 뒤지는 등 학생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습니다. 또 31일에는 학교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휴대폰을 압수해 통화, 문자 기록을 엿보기조차 했습니다.

[학생 사생활의 자유 침해]
- 우리 헌법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을 권리’(12조)와 ‘사생활의 비밀을 가질 자유’(17조)를 보장하고 있으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역시 ‘사생활에 대한 자의적이고 위법적인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16조)를 모든 아동에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학생 소지품 검사와 관련해 소송이 많이 제기된 미국에서는 ‘학교 당국이 영장 없이 학생을 수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와 긴급한 상황이라는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색은 위헌’이라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자의적 소지품 검사는 학생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면서 이루어지는 자의적인 수색이자 인권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 그럼에도 청명고에서는 자의적인 소지품 검사를 함부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자행된 소지품 검사는 학생들의 학내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단행된 것인 만큼,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집회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학생들은 언제 소지품 검사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검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3. 진정인의 요구

- 저희 네트워크는 청명고가 자행했고 또 앞으로 언제 반복될지 모르는 행위가 학생들의 정당한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이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가 제시한 관련 지침마저 깡그리 무시한 채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두발규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또다시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에 분노합니다.

- 부디 귀 국가인권위원회가 청명고 학생들이 당한 피해가 인권침해임을 분명히 밝혀주시고,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제시해 주시길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청명고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판단이 전국의 수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생인권 탄압을 중단시키고 학생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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