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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인간의 권리는 국경에 가로막힐 수 없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라는 단순한 진실이 또다시 짓밟혔다. 지난달 27일 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은 이주노조 까지만 위원장 등 조합 간부 3명을 붙잡아 청주보호소에 감금했다. 법무부는 이번 단속이 일상적인 단속일 뿐이라고 둘러대지만, 이들이 집과 직장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거의 같은 시각에 붙잡힌 점, 각각 10여명의 단속반이 동원된 점, 이들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자료를 단속반이 미리 가지고 있었던 점을 볼 때 이주노조를 겨냥한 표적단속임이 명백하다.

정부는 이주노조를 불법으로 몰아세우고 탄압하지만 이주노조가 원하는 노동3권은 그 어떤 특권이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가 당연히 가져야할 인권의 목록 중 하나일 뿐이다. 올해초 고등법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괄하는 이주노조를 합법적인 노조라고 판결한 것은 이런 상식을 뒤늦게라도 확인한 것이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된 상황에서 진행된 출입국의 이번 작전은 이주노조의 간부를 이 땅에서 쫓아냄으로써 저항을 잠재우려는 오래된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돌아보면 지금 갇혀 있는 까지만 위원장을 포함해 2004년 샤말 타파, 2005년 아노아르 등 이주노동자들의 대표는 늘 출입국 직원들에게 잡히거나 강제출국 당했다.

한국사회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차별적 대우를 받는 한편 단일민족의 신화와 인종주의에 근거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는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의 문을 두드린 이주노동자가 노동부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니 ‘노예노동’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2004년 고용허가제를 시행해 1년 단위 계약 갱신과 3년으로 한정된 체류기간, 사업장 이동의 자유 제한이라는 굴레를 덧씌웠다.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미명하에 영장 없는 주거침입과 작업장 난입, 불심검문을 자행한 것도 한국정부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런 행태를 아예 법제화하기 위해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을 입법예고하기까지 했다. 이제 이주노동자에게는 ‘노예허가제’에 굴종하는 노예노동자의 길과 언제 사냥당해 추방될지 모르는 미등록노동자의 길만 남아 있는 것이다.

숨죽이던 이주노동자들이 2003년 명동성당 381일 농성투쟁을 거쳐 2005년 이주노조를 조직하고 단속과 강제추방 중단, 고용허가제의 폐기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임금 격차의 틈새를 부르는 자본의 이동은 환영하면서도 노동의 이동은 등록과 미등록으로 구분해 관리하려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있다. 인간의 권리는 국경에 가로막힐 수 없다. 정부는 체류기간을 기준으로 일부에게만 합법적 지위를 주고, 일부는 추방하는 차별적인 정책부터 거둬야 한다. 감금된 이주노조 간부들을 즉각 석방하고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