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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범민중재판 지상중계> ④ 반인도적 범죄와 집단살해

전쟁, 지울 수 없는 기억

"21살의 아름다운 청년 김영만은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에서 죽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 김영만 씨는 고통스러운 듯 입을 뗐다. 베트남전 참전으로 5천여 명의 한국군이 사망했고, 1만6천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1만여 명의 군인이 고엽제로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 김 씨는 "베트남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군복에서 피냄새가 나는 것같아 하루라도 빨리 군복을 벗고 싶었다"며 "제대해 군복을 벗던 날 통곡하며 울었다"고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부그라이브 사건'을 보았을 때도 통곡을 했다"고 전했다. "미군이 아부그라이브 감옥에서 저지른 만행과 한국군이 베트남인을 상대로 저지른 것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 셋째 날, '한국 거주민의 권리 침해'에 관한 심리가 마지막으로 진행됐다. 위대영 기소대리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하면서 국민들은 생존권과 행복추구권,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당했다"고 기소이유를 밝혔지만, 장경욱 변호인은 "파병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정당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한국민의 이익을 보장하는 "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한국인들의 권리 침해에 관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무전기 노동자로 이라크에 갔다가 지난해 살해당한 김만수 씨의 딸 영진 씨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영진 씨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방송을 통해 접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정부가 끝까지 파병을 고집해서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도 정부는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녀는 "더이상 아버지와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전집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우리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되찾고 싶다"고 전했다. 역시 오무전기 노동자로 이라크에서 부상을 당한 임재석 씨의 형 석순 씨는 "파병에 반대하기 위해 1인 시위에도 나서고 파병반대집회에도 참석하던 동생이 김선일 씨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정신적 충격이 심해져 현재로서는 정상적으로 생활하기조차 힘들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는 본래 임재석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석순 씨가 대신 올 수밖에 없었다.

증인 박영희 씨(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지하철역 전동리프트를 타야하는 하루하루는 마치 전쟁과 같다"며 "국회의원들에게는 저상버스보다 전투기나 미사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교사였다가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지난 8월 6일 직위해제 당한 최진 씨도 증인으로 나서 "전쟁과 파병을 통해 국가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며 국가의 비도덕성을 지적했다.

사흘동안 진행된 전범민중재판은 11일 부시 블레어 노무현에 대한 최종기소와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