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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물구나무] 지하철 역사, 상업광고가 ‘찜’ 했나?

바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는 지하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지하철과 역사 곳곳에서 ‘날 좀 봐 달라!’며 아우성치는 상업 광고의 몸부림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광고에 무감각해지는 것일까.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지나쳐 버린 한 장면이 어느 날 문득 내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하철 역사 벽면, 철길 사이, 기둥면, 차단막, 스크린 도어 등 가능한 모든 아이디어가 동원되어 넓혀질 대로 넓혀진 광고 공간. 그런데 요즘 광고 신청이 잘 들어오지 않는지, 군데군데 비어있는 광고 공간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비어있는 광고 공간에는 광고신청 문의를 알리는 공고문만이 애처롭게 붙어있다. 광고비를 내면 어떤 내용이든 광고가 가능하되, 광고비를 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광고를 할 수 없는 양, 광고가 채워질 때까지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애초 이 공간은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지하철 역사는 단지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요충지이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다. 그렇다면 지하철 역사는 지역민과 다중에게 ‘유익한’ 공공정보가 흘러넘쳐야 마땅하지 않을까? 지역단체가 동네잔치를 벌이니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는, 독거노인을 위해 무료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곳이 어디라는, 지금 보건소에서 어린이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다는, 지역의 난개발이 왜 문제인지 토론회가 열린다는 등등.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에 반대하는 대중 집회의 안내 정보도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광고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텅 비어져 있는 공간이라면, 지역민과 다중에게 도움이 되는 공공정보로 채우든지, 아니면 게시판 자체를 없애서 사람들의 시선을 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광고 신청이 쇄도해서 광고 공간이 모자란다 하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은 공공정보를 붙일 수 있도록 비어두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역사는 상업광고가 ‘찜’ 해둔 공간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