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부동산 대책 이후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죠. 공공임대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녹지도 필요한 청년-용산주민 지수는 답답했습니다. 이야기 나누고픈 단체와 사람이 잽싸게 떠올랐어요.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서동규 위원장인데요. 사랑방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된 지수가 사랑방 후원을 시작한 지 1년 된 동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랑방 후원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 서동규입니다. 아직은 신입 후원인이랄까요.
활동하고 계신 민달팽이유니온에 대해서 소개해주시겠어요?
지수가 전에 활동하던 단체이기도 하고요(웃음). 저는 민달팽이유니온을 ‘청년 세입자 연대’라고 짧게 소개하곤 해요. 청년들이 모여 세입자의 주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주거 교육도 하고 정책을 제안하기도 하고요. 월세 가격 변화를 파악하고 자료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그중에서도 민달팽이유니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세입자가 부당하게 겪는 분쟁에서 세입자의 편이 되어 직접 피해 세입자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활동입니다. 특히 보증금 문제는 세입자들이 모여야 할 필요가 강하게 발생하거든요. 연대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걸 세입자들이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문제인 거 같아요.
피해 세입자들이 서로 만나 경험을 공유하면서 ‘나만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니구나’, ‘이건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경험이 구조를 향한 공동의 문제 제기와 요구가 되고, 변화를 만드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단체이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대학생 기숙사 운동에서 출발했지만 2014년 이후 학교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청년’보다 ‘세입자’라는 정체성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무렵의 활동을 다시 살펴봐도요. 예를 들어, 세입자에게도 노동조합처럼 임대인과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과 같은 권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세입자’라는 정체성을 중심에 두는 민달팽이 운동 전략은 2022년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농성과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응을 거치면서 훨씬 분명해졌어요. 전세사기 피해자의 다수가 청년이라고 해서 청년 문제라고만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이 피해를 입은 이유가 ‘청년이어서’라기보다 ‘세입자이기 때문’이잖아요. 물론 만나보면 서로가 청년인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청년단체로서라기보다 세입자 조직으로서 만나는 경험이 더 많습니다.
‘세입자’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활동 중 인상 깊었던 경험 하나를 소개하자면?
청년안심주택이기도 한 잠실 센트럴파크 사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시가 대표적인 청년주거 정책으로 내세우는 청년안심주택에서 민간 임대인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거예요. 민달팽이유니온은 전세사기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안심주택 문제에도 꾸준히 대응하고 있었어서, 이제 막 대책위를 꾸리려던 피해 세입자들이 연락을 주셨을 때 빠르게 함께 대응할 수 있었어요.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이 용적률 같은 개발 규제를 풀고 금융·행정적 지원을 제공해 민간이 청년 대상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일정 기간 임대료를 규제하지만 10년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민간사업자 마음대로 해도 돼요. 더 비싸게 임대를 놓든지 분양해서 팔든지요. 결국 공공이 결국 민간의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거예요. 개발이익은 민간에게 그대로 돌아가고요. 보증금 피해 같은 건 여전히 세입자들에게 떠넘겨지고요.
저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해왔거든요. 사실 회사나 동아리도 아닌데, 공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 하나의 조직이 되는 경험은 굉장히 낯설잖아요. 그런 자기 조직화의 경험을 먼저 해본 이들이 있다는 게 세입자들에게 큰 힘이 돼요. 잠실에서도 직접 세입자들이 나서고 서로 조직하는 과정이 기세 있게 펼쳐졌고, 그 결과 처음에는 별다른 대책 없이 있던 서울시가 결국 보증금 선지급 조치를 내놓게 됐습니다.
청년 주거 이슈 중 최근 용산공원 논쟁이 뜨거웠어요.
저는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방안이 전형적인 ‘조감도 정치’라고 봐요. 그럴듯한 ‘청년’, ‘1만호’ 같은 그림과 숫자만 있고, 정작 어떤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 집을 어떻게 만들어낼 건지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거든요. 주택 공급 자체가 주거 안정의 전부인 것처럼 만드는 것도 문제예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나 주택과 도시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여러 수단이 있는데도요.
지금 용산공원 논쟁은 마치 청년의 주거권과 녹지에 대한 환경권이 충돌하는 것처럼 흘러가는데, 저는 이 구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실제로 충돌하고 있는 건 주거권과 부동산 체제예요. 정작 중요한 주거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잖아요.
동자동 쪽방촌 개발 사례를 보면,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분명한 목적 아래 순환식 개발과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구체적 방식이 함께 논의되거든요. 주택을 공급한다면 이런 게 함께 계획되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어요. 용산공원 인근의 용산정비창 공공부지에 대한 대응도 부족한 상황이고요.
주거권을 이야기하는 정치가 더욱 절실해지는 지금, 세입자 운동을 어떻게 지속하고 재생산할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주거체제를 바꾸는 힘은 세입자들이 얼마나 조직되느냐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확장되어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올해 민달팽이유니온이 15주년을 맞아 후원을 모으고 있어요. 세입자들이 스스로 조직해온 운동이 15년을 이어왔다는 것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부동산 체제가 아닌 다른 주거체제가 가능하다는 걸 상상하고, 그것을 실제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합니다. 저도 사랑방과 함께 하는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서 그런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고 하고요. 많은 응원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활동을 지속하면서 때로는 무엇이 가장 막막하게 느껴지나요?
활동하다 보면 헛헛할 때가 있죠. 한국의 주거 문제가 정말 큰데, 우리의 힘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오는 난망함, 무력감이 있어요. 혹시 지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나 싶을 때도 그래요. 전세사기 특별법을 만들고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비슷한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거든요.
동료 세입자들을 설득할만한 말, 다른 체제에 대한 상상을 조직해나갈 이야기도 부족한 것 같아요. 내 아파트 가격이 얼마큼 올라서 발생할 풍요로움 말고 다른 대안적인 풍요들을 설득하고 조직해나갈 상상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 말이에요. 이런 고민까지 포함해서, 더 많은 후원인과 동료 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 막막함 속에서도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사람과 장면이 있다면요?
사랑방과 함께 하고 있는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조직위)가 더 많은 동료를 만나게 되는 통로가 되기도 해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도 하고요. 올해 조직위에서 정세자료 발간 사업 계획을 세웠거든요. 조직위 내에 주거권 모임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지금 정세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최근 8·13 대책이 무엇이며 이런 정책은 왜 만들었을까, 이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런 논의들을 할 수 있는 동료 활동가 관계가 되어주고 있어요.
15년 뒤, 낙관하는 것이 있다면?
도시별로 세입자들이 임대료 교섭을 하면 좋겠어요. 지자체와 임대인을 상대로요. 우리 동네 임대료는 얼마까지만 올릴 수 있고 얼마부터는 올리지 말아야 하느냐. 이런 것들을요. 이런 상상을 하니 두근두근하네요!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한 마디 남겨주세요.
건강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건강해야 행복하고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하는 거니까요. 물론 아파도 할 수는 있죠. 그치만 건강하면 좋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