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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존재를 살피고 잇는, 마중

 

 4월 29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다녀왔습니다. 격주마다 화성보호소를 방문해 구금된 이주민 분들과 만나는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이하 마중)의 활동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날은 ‘마중의 날’이었어요. 마중의 날은 함께 보호소의 담장을 넘어 구금된 분들을 만나는 활동을 접하도록 초대하는 시간으로 반기마다 열린다고 해요. 보호소로 9시 반까지 모여야 해서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2시간 반 가량 걸리는 길, 보호소가 가까워지니 살짝 긴장이 되더라고요.

 

저에게 외국인보호소는 두 가지 사건으로 먼저 떠올려지는 곳입니다. 하나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인데요, 잠시 잊혀진 뉴스였던 2007년 2월 11일의 참사를 다시 접하게 되었던 것은 2017년 2월에 진행된 10주기 추모 집회였습니다. 한창 박근혜 탄핵 집회로 광장이 가득 메워진 날들이 이어지던 때라 집회 가는 길에 광화문 광장 한켠에서 열렸던 추모제에 참여하게 됐어요. 비상사태 발생 시 유일한 행동 지침이 ‘탈출 방지’였다는 보호소에서 이주민들의 살려달라는 외침은 무시당했고, 그 결과 10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관련 대책은 보호소에 스프링쿨러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체류자격을 이유로 이주민을 강제 구금하는 현실은 굳건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벌어진 일명 ‘새우꺾기’ 고문 사건입니다. 독방에 격리되어 사지를 결박당했던 고문 피해자 무라드 님의 이야기가 전해졌고, 이는 함부로 ‘가둬도 되는’ 시설 안에서 차별과 폭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에 항의하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활동이 이어지며, 고문 과정에서 이주민에게 씌워졌던 ‘보호구’를 표현한 종이봉투를 머리에 쓰고 이 문제를 알리는 행진에 함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가배상소송을 통해 이 사건이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라는 것은 확인됐지만, 미등록 상태를 이유로 강제 구금이 가능한 보호소는 아직도 멀쩡합니다. 2023년에 사법적 심사 절차 없이 인신을 구속하면서 구금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출입국관리법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이후 최대 구금 기간을 명시한 법 개정이 이루어졌어요.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 2년이 지난 작년,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전해진 소식은 구금 해제가 아니었습니다. 보호소에서 구금 기한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이주민들을 강제 출국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강제송환을 막기 위해 보호소 앞을 지키는 활동가들을 경찰이 끌어내며 충돌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여럿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보호가 아닌 폭력과 감금의 공간, 존재와 권리를 부정당하는 공간, 외국인보호소를 여러 문제로 접해왔으나 모르는 것에 훨씬 가까운 듯합니다. 마중 활동가들과 동행했던 면회는 어떤 장면과 소리로 떠오릅니다. 휴대폰을 비롯해 개인 소지품을 전혀 갖고 들어갈 수 없던 면회실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국가보안시설’임을 강조하는 경고문이었어요. 몇 개의 면회실이 있지만 모두 문이 없어서 옆 방의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고, 면회실 안에서는 창살을 사이에 둔 채 인터폰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면회에서 만난 분은 일하던 공장에 단속반이 뜨면서 이곳에 오게 되었고, 보호소에서 어느덧 8개월을 맞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인터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난민 신청을 알아보고 계시는 그분께 한국에는 난민 인정 절차가 있지만 실제 난민인정율이 너무 낮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워해 일주일에 하루 30분 가능한 인터넷 사용 시간에 검색해보길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바람과 어긋나는 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속상했습니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안부를 나누고 근황을 살피며 이 시간 이후를 다시 기약해가는 것, 그게 오늘 보호소를 다시 찾아 만나는 이유일 듯합니다. 이주민 분들이 낯선 이의 동행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는데 반갑게 인사 나누며 시작한 면회가 어느덧 30분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마무리하고 나오는 길, 발걸음이 묵직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보호소까지 걸어가는 길은 높다란 나무가 나란히 길게 선 길이었는데요, 면회를 마치고 보호소를 나서며 이 길을 걸을 때 겨울도 참 시리지만 요즘처럼 날 좋고 알록달록 꽃 핀 계절도 못지 않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얼굴로 마주한 이들을 두고 오는 길, 먹먹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마중'의 주요 활동인 면회를 이음 활동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이음일지 궁금했는데요, 반나절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겹겹의 이음이겠다 싶더라고요. 먼저 격주로 면회를 이어가면서 활동가와 이주민의 관계가 쌓이고 이어지고, 또 이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수용인으로만 취급하는 보호소에 이들이 요구하는 바를 전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잇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호소라는 시설, 이주민의 존재를 구체적인 장소와 사람의 이야기로 사회가 들을 수 있게 하고, 함부로 가둘 수 없도록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힘을 키우면서 이어가는 것입니다. 겹겹의 이음이 더 크고 너르게 쌓이며 외국인보호소의 담장을 넘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어느 날, 강제 구금시설인 외국인보호소를 폐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