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5일부터 7일까지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2박 3일 동안 12개의 세션을 오간 사람들은 약 800명. 서로의 운동을 연결하고 가로지르며 체제에 맞서는 민중의 힘을 모아내자는 열의로 가득 찼던 포럼의 일부 순간들을 짚어본다.
첫째 날 : AI와 극우
포럼 시작 전, 1996년 2월 6일에 발간되었던 인권하루소식을 로비에 큼직하게 붙여놨다. ‘30년 전 오늘’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뿌리가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니까! 자원활동가로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포럼이 시작됐다. “체제전환 얼쑤!” 장애여성공감 발달장애여성합창단 ‘일곱빛깔무지개’의 멋진 공연과 함께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의 첫 막이 열렸다. 첫째 날에는 2개의 기획 세션이 준비되어 있다. AI와 극우다.
<인공지능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는 디지털정의 운동>에서는 AI의 문제가 노동과 기후정의, 정보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짚었다. AI 기술은 자본주의가 자신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고안한 수탈의 새 이름과 다름없다. AI는 ‘공유된 번영’을 보장해주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물과 전력, 토지 등에 관해 전 지구적인 수탈을 자행하며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또한, AI는 분명 어느 노동자의 일을 줄인다. 이때 누구의 무슨 일을 줄일지는 누가 결정할까? 결정권은 노동자-노동조합이 아니라 AI 기술, 그러니까 그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자본에게 주어진다. 이는 정보 수집 또는 이용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이에 활동가들은 AI로부터 ‘영향받는 자’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구성하면서, 저 홀로가 아닌 서로의 운동이 가로지르는 길 위에서 구체적 운동전략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AI 세션을 들었다면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주장과 질문들이 다른 세션들에서 불쑥 나타났다. 같은 날 이어진 <극우의 부상, 사회운동의 과제>에서도 혐오와 차별을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문제를 함께 다뤘다. 세션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가로지르는 걸 실시간으로 느끼는 건 꽤 반갑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전부 참여할 맛이 나!
극우 세션에서는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극우 포퓰리즘의 혐오 정치가 확산되는 점도 짚었다. 이들의 전략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을 문화 충돌, 정체성 충돌로 치환하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반공주의적 세계관이나 다른 나라의 복음주의 기독교 세계관과 함께 반이민, 반성소수자, 반공산주의 의제가 강화된다. 이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부재하다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조건까지 더해지며 그렇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균열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에 발제자 온과 민희 활동가는 경제 문제를 민주주의의 중심 의제로 되돌리고,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조직하며 작은 승리부터 만들고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와 그들’ 말고 연대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날: 탈시설, 농생태, 부채, 지역정의
둘째 날에는 2개의 기획 세션(부채, 지역정의), 6개의 자유 세션(사회공공성, 학생운동, 팔레스타인 연대, 일하는사람기본법, 탈시설, 농생태)가 열렸다.
<탈시설 민주주의 - 권리를 가질 권리, 출현할 권리, 공존할 권리>에서는 장애인, 아동청소년, 노인, 이주민, 비인간동물, 홈리스의 탈시설 운동의 현재와 공동의 과제 및 활동전략을 모색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몸들은 가족에게 떠넘겨지거나 시설의 삶을 강요받는다. 시설의 주인은 곧 그 몸들의 주인이 되고, 몸들에게서 권리와 자원을 차단하면서 그들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주체성을 잃게 만든다. 이에 발제자 최현숙 활동가는 탈시설을 ‘삶의 권리’와 ‘자기결정권’의 회복으로 재정의해야 하고, 이는 ‘돌봄의 사회화’와 ‘공공성의 재구성’이라는 좌파적 의제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시설운동 전략으로 교차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본의 수탈에 맞서 생명이 저항으로 - 농생태 체제전환의 시작>에서 발제자 박누리 활동가는 천안시 북면, 영암군, 완도군 약산면 관산포 간척지의 투쟁 사례를 중심으로 농촌 수탈의 현장과 저항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임차농에게 영농형 태양광이 생존을 위협하는 녹색 수탈의 도구’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지대 격차 때문이다. 부재지주 입장에서는 임차농이 농사를 짓는 것보다 태양광 업자가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된다. 농생태 세션에서는 ‘금융화된 농업’에서 벌어지는 수탈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농민들의 부채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다뤄졌는데, 마침 이 내용은 이어지는 기획 세션 주제와도 긴밀히 붙어 있었다. 꽤 빠듯한 둘째 날이었지만 생각과 고민이 계속 거듭나고 있다는 보람 속에서 뿌듯하게 세션들을 오갔다.
<부채와 민중의 권리 - 저당잡힌 집, 시간, 삶을 되찾자>에서는 부채를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면서 금융화와 가계부채를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자들의 비밀을 지켜드릴게요.”라고 말 건넸다던 어느 대부업체 광고 글이다. 발제자 혜진 활동가는 여성 개인에게 전가된 사회재생산의 ‘대책’으로 여성 전용 대출이 기능한다는 점을 짚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특히 많은 이용자가 유색인종 여성이었던 ‘성별화된 금융위기’처럼, ‘금융이 여성의 삶을 활용하고 부채 관계로 포섭’하는 현상을 함께 짚어내기 위해서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를 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앞으로 부채-불복종 운동을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었다. 한편으로 내 은행 빚이 내내 생각나는 세션이었다.
<모든 지역은 최전선이다, 자본에 맞서는 지역정의!>에서는 지역을 자본주의의 모순이 발현되는 곳, 자본의 침탈에 맞선 정치투쟁의 최전선으로 바라보며 체제전환운동의 거점으로서 지역이 기능할 수 있다는 고민을 발전시켰다. 특히 ‘지역정의’를 강조하면서 “어디에 사느냐”가 인간의 존엄과 생존 가능성을 결정하는 사회를 끝내자는 제안을 건네주었는데 아주 크게 마음이 동했다. 모든 사람이 어디에 살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위에서 “모든 지역은 최전선이다”라는 말을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치전략의 언어로 만들기 위해 우선 올해에는 “지역정의 행동강령”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기대가 됐다.
셋째 날: 진보정치, 종합
셋째 날에는 진보정치 세션에 이어 종합 세션이 있었다. 종합 세션에서는 ‘분절된 운동들을 가로지르며 두터운 사회운동을 만들고 민중의 세력화를 위한 구심이 되게 하자’고 선언했던 정치대회를 짚었는데, ‘서로를 희망의 근거로 삼으며’ 체제전환운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제자 미류 활동가가 ‘공공성’을 실마리로 ‘평등’의 미래를 열어가자, ‘평등이 대안’이라고 더 적극적으로 말하자고 건네는 말들을 듣고 읽으면서 광장에서 함께 외쳤던 “가자, 평등으로!” 구호가 절로 생각났다. 한동안은 광장을 생각하면 우울했는데. “집회 ‘한 번’ 같이 하는 사이를 넘어 ‘한 편’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한 덩어리’를 만들어 가자”는 말을 듣고 일단 나는 그 덩어리에 쑥 들어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설렘과 용기를 얻었다.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이 끝나고 어느 활동가가 짧은 후기 한 문장을 남겼다. 여기 오니 ‘숨통이 트인다’라고 했던가, ‘살 것 같다’라고 했던가. 2년 전에 어느 익명의 활동가는 ‘이게.. 되네..’ 라는 소감을 남겼더랬다. 다음 포럼에선 어떤 소감 한 마디를 얻게 될지,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 성실하게 살아낸 하루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또 평등으로 한 걸음 더 내딛고 있었다고, 아주 열심히 가로지르길 위에 함께 하고 있었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2027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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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영상 - 계속 업로드될 예정!]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