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는 안돼"

한국정부, 유엔자유권위원회 권고에 형식적 답변

'한총련 이적규정은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유엔자유권위원회(아래 위원회)의 통보에 대해 한국정부가 지난달 말 형식적인 답변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001년 9기 한총련 대의원으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유죄확정된 이정은 씨(당시 건국대 부총학생회장)가 같은해 8월 한총련 이적규정을 위원회에 개인청원한데 대해, 지난 7월 20일 위원회는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유엔자유권규약(아래 규약) 제22조 1항, 사상·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제18조 1항,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제19조에 위배된다"고 결정하고 이를 한국정부에 통보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적절한 배상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제책 제공 △규약에 부합하도록 국가보안법 제7조 개정 △유사침해의 재발 방지 △위원회 견해의 관보 게재 등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장관 천정배)는 외교통상부를 거쳐 위원회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진정인에 대해 지난 8월 15일 복권조치를 취했고 △최종견해를 번역해 관보에 게재했으며 △국내 사법기관에 송부해 참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보안법 개정안과 폐지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승교 변호사는 "과거에 비해서는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한총련 이적규정에 대한 태도변화나 전향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그동안 대법원 판결 때문에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위원회 권고는 금과옥조로 여겨온 그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위원회 결정을 적극 반영하려면 검찰에서 한총련 이적규정을 적용한 수사와 기소를 포기해야 하고 수배를 해제해야 하며 이를 위한 로드맵을 내놓는 것이 정부에서 해야 하는 최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위원회 권고 가운데 '당사자에 대한 배상과 구제책 제공'이 한국정부 답변에서는 누락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 인권과 관계자는 "국내 법체계상 국가배상법이나 손해배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다른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예전 권고에 대한 답변과 같은 수준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두우)는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했다는 것은 국제인권기구의 관할권을 인정한 것이므로 그 자체가 권고를 이행하겠다는 것인데 사법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사항에 대해 권고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 현행 법제도에는 없어 결과적으로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법원이 국제기구의 판단을 고려해 재검토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심사유를 추가하고 특별법을 통해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규약) 제22조는 우리 정부가 '조약에 관한 비엔나협약' 및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정한 적법절차에 따라 현재까지 유보하고 있는 조항이며 귀 위원회가 동 조항을 근거로 권고결정을 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정부는 1990년 규약을 비준할 때 몇몇 조항을 유보한채 가입했으며 현재까지도 "모든 사람은 법률에 따라 그 판결 및 형벌에 대하여 상급 법원에서 재심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제14조 5항과 노동조합 결성권을 포함한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규정한 제22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인권과 관계자는 "유보조항들을 대폭 철회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