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최저임금,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 쟁취할 것

내년 12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 647,900원으로 결정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12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시급 3,100원(주 40시간 기준 한달 647,900원, 주 44시간 기준 700,600원)으로 결정하면서 심의를 마쳤다. 그러나 노동자위원 9명이 사퇴하고 재계와 공익위원 16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결정되어 이후 최저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 수준, 어느 정도인가

이번 결정된 최저임금 647,900원(주 40시간 기준)은 통계청 3인가구 실태생계비의 29.2%에 그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은커녕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노동부 매월노동통계조사를 이용하여 평균임금과 대비해보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의 37.9%로 민주노총이 요구한 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투쟁이 걸어온 길

1986년 공포되고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제도는 당시의 호황과도 연관이 있지만 무엇보다 노동운동의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조직적 대응을 모색한 것은 민주노총이 참여하기 시작한 2000년 정도부터다.

민주노총의 2004년 최저임금투쟁평가는 최저임금투쟁에 대한 조직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투쟁이 활성화되었으나 제도개선투쟁의 근거를 강화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최저임금법 개정을 위한 최저임금연대 차원의 적극 대응을 모색하였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폭넓은 투쟁을 조직하려고 노력해왔다.

특히,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28일을 염두에 두고 27일 저녁부터 대규모 노숙상경투쟁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폭력적으로 농성대오를 해산시키는 등 과잉대응하여 농성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29일 오전, 노동자위원 9명 전원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저임금 노동자 생활보호와 소득분배 구조개선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거스른 채 경찰폭력을 동원해 최저임금 결정을 강행처리하려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사퇴를 선언했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표결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결정구조, 이대로는 안돼

노동자위원이었던 민주노총서울본부 고종환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들어갔는데 현재의 제도와 구조에서는 도저히 노동계안을 반영할 여지가 없어 참여할수록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음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한정된 심의기간 안에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처음부터 공익들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의사를 비치는 등 일방적인 표결로 마무리될 것이 점점 분명해졌다는 것.

최저임금의 열악한 수준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은 여러 차례 지적되어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 각 9명으로 구성된다.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결정은 공익위원이 노동자위원과 재계위원 사이의 협상을 촉구하며 최종 결정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이었다. 02년 노동계안, 03년 재계안, 04년 노동계안, 05년 재계안이 통과된 것이다. 공익위원의 역할이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한 최저임금 수준을 밝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유도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는 데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흥정을 붙여놓고 매년 번갈아 손들어주는 구조 때문에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권리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공정하고 유리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즉, 재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계·저임업종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고려하여 '줄 수 있는 만큼'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고용형태나 연령, 성별에 따른 차별없이 공정하고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돼야 한다. 노동자가 고용주에 대해 공정하고 유리한 위치에 있기 힘든 사회구조에서 '공정하고 유리한 임금'은 최소한 전체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평균임금의 37.9%라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권리의 심각한 박탈을 의미한다. 게다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단결권, 단체협상권, 단체행동권의 보장이 취약하고 국민연금, 고용보험, 퇴직금 등 각종 노동조건 적용이 15% 안팎이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한국사회에서 저임금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권리박탈을 경험하고 있다.


인권증진을 위한 국가의 의무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인권 증진을 위해 국가가 인권을 존중할 의무, 제3자의 인권침해로부터 보호할 의무, 인권의 실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저임금노동자는 상용직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정하는 OECD 기준을 따르면 699만명으로 전체노동자의 47.9%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법정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는 125만명 정도이며 이마저도 최저임금 위반이나 적용제외로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노동자의 50%에 달하는 노동자가 고용주에 의해 공정하고 유리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데도 최저임금제도는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국회는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에 종전의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및 노동생산성에 더해 소득분배율을 추가하고 18세 미만 노동자에 대한 감액적용을 페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법률안을 공포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성훈련생과 수습근로자, 감시단속 노동자를 감액적용대상으로 용인하고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구미영 정책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 안에서 최저임금이 적절한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최저임금 결정기준 자체를 법제화하는 등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투쟁, 험난하지만 가야할 길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노동자들의 인권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저임금투쟁은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힘겹게 진행되고 있으며 결정시기에 한정된 투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도시철도공사 청소용역노조는 노동시간을 하루에 40분씩 단축해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안 준다는 사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벌써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최저임금 결정시기에 반짝하는 투쟁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법제도 개선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실질적 의의를 실현하기 위한 싸움이 이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구미영 정책부장 역시 "최저임금투쟁이 더욱 일상적으로 진행되면서 더욱 많은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며 노동계 요구안을 기준으로 한 저임금 사업장의 실태조사, 선전전 등을 제안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8월 5일까지 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을 고시하도록 되어있다. 그동안 재심의를 요구하거나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 있으나 과연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최저임금 현실화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다. 그럴수록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모색과 실천이 소중하다는 것이 이번 최저임금결정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