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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인권의 사각지대, GP 총기난사 사건의 교훈

최전방 GP에서 일어났던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8명에 대한 장례식이 오늘 치러진다. 이번 충격적인 사건은 오늘의 장례식으로 국 당국이 의도했던 군에 부적응한 김일병의 계획적인 살인행위로 일단락 지어지게 되었다.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사건현장을 공개하고, 수사과정을 언론에 즉각적으로 공개했다. 언론은 초기에는 군부대 내의 기강이나 폭력구조의 문제를 짚는 듯했으나, 김일병 개인의 문제로 초점을 선회해 갔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이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상의 조항을 모두 무시한 채 그의 얼굴과 본명마저 노출시키면서까지 김일병 개인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국방부의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점을 일일이 지적하지는 않겠지만, 1984년에 발생했던 허원근 사건 등 군의문사 사건에 대한 최근까지의 군의 태도로 볼 때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곳이 군이고, 지금도 여전히 강요된 침묵의 카르텔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서둘러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군 당국은 김일병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그에 따라 공정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이 풀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군당국이나 언론들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김일병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미 군 당국은 지난 1995년 군 기강쇄신 대책과 2003년 육군의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마련해서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비극적 참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 강령에서 육군은 사병들 사이에서 지시행위를 금지시키고 병 사이의 평등한 관계의 형성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현실은 이런 대책을 비웃고 있다. 한 언론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군대에서 폭력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5명 중의 1명은 일·이병 때 탈영의 충동을 느끼고 있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군의 문화는 바뀌지 않았으며 군의 인권상황은 참담하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듭 방향을 설정하면서도 왜 일선 현장에서는 공염불이 되는 가에 있다. 외부와 소통할 수단인 인터넷도 없고, 수용소 같은 막사, 끊임없는 작업, 거의 없다시피 한 개인시간 등에 더해서 폭력의 구조, 인권침해를 제기하고 구제받기에 너무도 두려운 병영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어떤 대책도 실효성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동시에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징병제 하의 현재에서는 적극적인 인권적 대안일 수 있다. 군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이들에게 군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인권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이제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만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군의 폭력적인 반인권구조인 것이다. 장례식만으로 덮어질 수 없는 이런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 군은 계속 국민들의 불신과 기피의 대상일 뿐이란 점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