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비정규직 '보호'가 아니라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3권 보장방안 마련 위한 토론회 열려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재개되어 정부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의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14일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3권의 실질적 보호방안이 없는 정부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14일 열린 토론회

▲ 14일 열린 토론회



노동자성의 확장, 사용자성의 확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손정순 정책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적 목소리를 현재의 노사관계 틀 안에 인입할 수 있는 법·제도적 틀이 부재"한 탓에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형해화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하청업체를 폐업시키는 등의 행위는 노동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명백한 부당노동 행위인데도 현재의 법제도 아래에서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 또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해도 막을 방법이 없고 단체행동은 불법 집단행동이 되어버리거나 손해배상과 고소·고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가 밝힌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실태다. 그는 법·제도적 차원에서 개별적·집단적 노동자성의 인정을 확장해야 하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질적인 임금·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를 사용자라 부르지 못하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조영선 변호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개선'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일 뿐이라며 파견노동자의 "사용사업주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파견노동자의 사용사업주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의 행위주체로 지목될 수 없었다. 그러나 "노조법상 사용자란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동조합 등 근로자 단체와 대항적 관계에 서있는 일방당사자로서 동법상의 근로자 및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상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그는 "파견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을 '배타적'으로 점거하지 않는 한" 사업장이 쟁의행위의 장소로 부인될 수는 없다며 집회 및 시위금지가처분,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가처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해온 사업주의 편법적 노조탄압수단을 비판했다. 파견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투쟁복 착용, 리본 착용, 유인물 배포 역시 "시설관리권 내지 노무관리권을 직접적으로 침해,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다

토론에 나선 학습지노조 서훈배 위원장은 "학습지노조, 레미콘, 덤프연대 등 각각의 특수고용노동자들 투쟁의 작품성은 뛰어났으나 전국적인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익살스러운 말을 던지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가 의제로 다루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원래 정규직이었다가 사측의 관리전략에 따라 특수고용직이 되었을 뿐, 사용자에 대한 경제적·인적 종속이라는 본질적 노동형태는 똑같다며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의 근거를 제시하였다.


노동기본권 쟁취 위한 권리입법 필요

전국비정규연대회의 오민규 집행위원장은 "고용불안이나 저임금보다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의 박탈이 더욱 큰 문제"라며 노동3권이 보장되는 권리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중으로 참석했던 비정규연대회의 구권서 의장은 "노동권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할 것이지 '보호'입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정부법안의 접근방식 자체를 비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앞에서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위한 총파업 승리결의대회'를 열고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일방적으로 강행될 경우 오는 20일부터 무기한 전면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