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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박경석 이동권연대 공동대표 구속위기

자진출두하자 긴급체포…집시법 위반 등 25건 혐의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해 앞장서 투쟁해온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 공동대표가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 20일 열린 '420 장애인 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경석 공동대표

▲ 지난 4월 20일 열린 '420 장애인 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경석 공동대표



7일 종로경찰서(서장 신용선)는 이날 오전 자진출두한 박 대표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등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오후 6시경 유치장에 인치했다. 경찰은 박 대표의 가족에게 보낸 '체포통지서'에서 박 대표의 '범죄사실'로 2004년 △1월 2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오이도역 장애인추락사고 3주기 추모행사 및 제29차 장애인 버스타기 행사' △4월 10일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열린 '고속철도 탑승거부 규탄 결의대회' △10월 1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장애인 교육권 확보 촉구 결의대회' 등 '미신고 옥외집회'를 주도한 점을 들었다.

또 같은해 △4월 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고속철 타기 행사'를 개최하고 고속철에 장애인석이 2석뿐이라며 승차를 거부해 고속철의 출발을 5분간 지연시킨 점 △10월 8일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사당방면 승강장에서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쇠사슬로 휠체어를 연결해 전동차에 승차하며 출발을 지연시킨 점 △12월 22일 '제40차 버스타기 행사'를 마치고 마포대교 북단 500미터 전차로를 점거한 점도 '범죄사실'로 제시되는 등 박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25건에 달한다.

특히 경찰은 박 대표가 지난해 7월 5일부터 국가인권위 7층 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장애인교육차별 철폐를 위한 단식농성'에 대해 무단침입과 점거 혐의를 뒀다. 또 같은해 9월 3일 국회 후생관 주차장에서 민주노동당이 공동주최한 '장애인 이동 보장을 위한 영화제' 행사 후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고 구호를 외친 일도 미신고 옥외집회로 간주했다.

김도현 이동권연대 정책교육국장은 "경찰은 몇 시간만 수사를 받으면 된다고 얘기하면서 자진출두를 유도해놓고 박 대표가 출두하자마자 체포하는 속임수를 동원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경찰은 이날 박 대표의 가족에게 보낸 '체포통지서'에서 체포시간을 박 대표의 출두시간인 11시 10분으로 명시해, 조사내용과는 상관없이 이미 긴급체포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박 대표를 면회한 이민종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박 대표는 자진출두했고 문제가 된 집회를 주최한 점도 부인하지 않는 등 도주의 위험이나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다"며 긴급체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사실관계는 이미 인정하고 있고 법 위반 여부는 재판에서 밝혀질 문제이므로 체포·구속의 합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

김 정책교육국장도 "그동안 경찰은 버스타기 행사가 집회가 아니므로 집회신고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와서 불법집회라고 몰아세우니 어이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동권연대로 대표됐던 장애인 투쟁이 최근 420장애차별철폐투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투쟁, 진보적 장애운동체 건설 흐름 등 박 대표의 활동력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에 정부가 경계심을 갖게 된 것이 연행의 진짜 이유일 것"이라며 "박 대표가 올해초 다른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경찰의 이번 조치는 그의 활동을 상당기간 묶어 두려는 '준비된' 탄압"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치장에 갇힌 박 대표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박 대표를 검진한 의사는 지병인 욕창으로 인해 수감·구속생활을 하룻밤도 견디기 힘들다는 소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김 정책교육국장은 "경찰은 박 대표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유치장에 가둬놓고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박 대표는 이미 여러차례 연행되었지만 건강문제로 풀려났고 지금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는 건이 있다"며 "만약 구속 기소된다면 영장실질심사를 청구해 구속의 부당함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의 구속기소 여부는 8일 오전으로 예정된 담당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권연대 등 장애운동 진영은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대응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