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빼앗긴 공장에도 봄은 오는가

"엘지정유 노동자 인권탄압 여전"

12일 열린 엘지정유 규탄 기자회견

▲ 12일 열린 엘지정유 규탄 기자회견



지난해부터 시작된 엘지정유(현 GS칼텍스)의 노동자 인권탄압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단체연석회의(아래 인권회의)는 12일 엘지정유의 노동자 인권탄압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은 엘지정유노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엘지정유의 노동자 인권탄압 실태 고발

인권회의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에는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실태를 고발했다. 인권회의가 고발한 실태에 따르면, 소속 팀원인 조합원이 회사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며 팀장이 다른 팀원들에게 ○○○와는 사적인 대화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보내 '따돌림'을 조장했다. 또 회사는 파업을 반성하고 회사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우리의 결의 서명운동'을 진행하거나 '투쟁조끼 절단식', '머리띠·투쟁조끼 반납' 등의 행사에 조합원들을 강제적으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면서 △현재 상황에 오기까지 자신의 잘못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파업에 대해 본인 스스로 어떤 처벌을 받겠는가 △이후에 노동조합이 또 파업을 한다면 동참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반복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인권회의는 이러한 사측의 소위 '복귀프로그램'이 조합원의 △인격권 침해 △양심의 자유 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 한켠에 엘지정유 노동탄압의 증거물이 전시됐다.

▲ 기자회견장 한켠에 엘지정유 노동탄압의 증거물이 전시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엘지정유 해고노동자복직투쟁위원회 신범식 위원장은 "해고자 가족이 상을 당해도 문상을 못가게 한다"며 인권침해 상황이 여전함을 토로했다. 심지어 회사 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고자 가족의 죽음에 명복을 비는 댓글도 추적해 글을 올린 당사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신 위원장은 "여수지방노동사무소에 이러한 회사측의 일련의 행위를 제소하기도 했으나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할 뿐"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한 지난해 12월 16일 한국방송(KBS) 시사프로그램 '시사투나잇' 인터뷰에 응했다가 해고된 이병만 엘지정유 노동자도 참석해 징계위원회에서 경험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엘지정유 해고노동자복직투쟁위원회 신범식 위원장

▲ 엘지정유 해고노동자복직투쟁위원회 신범식 위원장



노동3권 부정하는 직권중재제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상범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엘지정유 사측이 파업을 유도한 것이 사실인가 △현 직권중재제도에 문제는 없는가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상고이유서에서 "원래 직권중재제도는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산업에서 노사 분쟁을 효율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나 "중재회부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점이나 중재재정과정에서 근로자의 절차적 참여 보장이 미흡한 점은…사실상 근로자에게 노동위원회가 임의로 정한 근로조건을 강제로 무조건 수용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 이어 서 변호사는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가 최대한 합헌적인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상 규정된 노동조합의 절차적 참여 조항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며, 그 효력 또한 쉽게 부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권중재제도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지난해 7월 전국지하철노조 파업 당시에도 지방노동위원회가 '노사간 조정' 결정을 내린 지 불과 1시간만에 노동부가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려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이후 15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에 노동계는 '실질적으로 파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직권중재에 반발해왔다. 실제로 직권중재제도는 그 동안 사용자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도록 하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노사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폐지를 거듭 권고했고 정부도 지난해 9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통해 직권중재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인권회의는 "엘지 노동자들과 같은 공익사업장 노동자의 단결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고 있는 직권중재제도를 전면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엘지정유노조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주40시간 노동제 실시를 통한 신규인력 창출 △지역사회발전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직권중재에 회부되면서 노조의 파업은 '불법'으로 규정됐고, 파업 돌입 다음 날 즉각 공권력이 투입됐다. 결국 김정곤 엘지정유노조 위원장 등 7명이 구속됐고 9명이 해고됐으며 12명이 강제사직 당하는 등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전원이 징계를 당했다. 게다가 전형적인 '노동탄압 수단'으로 알려진 손배가압류로 37억1천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