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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정치공세 도구로 전락한 '인권'

미국이 북을 향해 또다시 인권공세를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는 북을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인권침해국이라고 서슴없이 못박았다. 이어 미 의회에 상정된 '민주주의 증진법' 역시 북의 붕괴를 목표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보고서는 북의 이념을 개인숭배라고 비난하면서 광범위한 자유권의 침해를 주장했다. 영아살해 등 확인되지 않은 충격적 사례는 여전히 등장하고 있고 죄형법정주의를 확립한 형법 개정 등 북의 인권 개선노력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북한인권법' 제정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의 '인권타령'을 보며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전락해 초라해진 '인권'에 차라리 깊은 연민을 느낀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는 자유권과 사회권의 상호불가분성이라는 균형 잡힌 시각의 부재로 인권보고서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자유권이 보장되지 않는 인간은 결코 사회권을 쟁취할 수 없으며, 사회권이 무시되는 사회에서 자유권은 소수의 특권에 지나지 않음을 상기해야 한다. 탈북자, 납치, 인신매매, 언론의 자유 등으로 북 체제를 질타하는 이 보고서에서 정작 북 인민에게 시급한 식량난과 경제난에 대한 원인분석과 우려는 찾아볼 수 없다. 북의 고립과 경제난의 상당부분은 미국의 군사대결과 경제제재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 인권이 극단의 길을 걷고 있다면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미국에게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이야말로 민중을 소외시키는 자본의 착취를 경제활동의 자유라고 두둔해 온, '인권, 그 위선의 역사'를 만든 장본인이다. 시민권이 곧 인권이라는 미국식 자유주의적 인권관은 특정한 집단이 누리는 권리에 인권이라는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 결과는 최근 중국이 발표한 '2004 미국 인권기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 백인 가정의 순 자산이 라틴아메리카계의 11배, 흑인의 15배에 이른다는 이 보고서는 2000만 명의 아동들이 기본적인 생활도 힘든 저소득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고 약 40만 명의 아동들이 거리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미국 인권의 오늘'을 개탄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의 일방적 개입주의는 결코 인권 증진의 방식이 될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해 왔다. 인권의 실현은 한 사회, 한 국가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미국이 만든 테러방지법이 전 세계인의 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처럼, 오스트리아의 한 광산에서 흘러나온 유독물이 헝가리 어부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것처럼 인권 문제는 더 이상 한 국가 단위로 발생하지도, 해결되지도 않는다. 미국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물으며 난민협약 가입국의 의무를 지키라고 몰아세우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아직 난민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북의 사형제도의 문제, 구금시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미국 역시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않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감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아부그라이브 문제뿐 아니라 관타나모 수감자 가혹행위에 대한 소문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방적 개입은 더 이상 인권적 방식이 아니다. 개입이 아닌, 인권의 상호 증진을 위한 공동의 노력만이 인권의 방식임을 재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