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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전의 탄환이 된 '인권법'

통일연대 등 북한인권법과 탈북자 문제 대응 모색

통일연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민변 통일위원회, 민주노동당, 민언련, 천주교인권위는 3일 '미국의 북한인권법 발효와 탈북자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대응'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북한인권법 발효와 탈북자 문제 해결의 장기적 전망뿐만 아니라 오는 14일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이른바 '반북단체'들이 주최하는 '북한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토론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날 핵심 쟁점은 '탈북자는 과연 어떤 이들이며,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가?'와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한반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로 모아졌다.

주발제자로 나온 민변의 김승교 변호사는 "탈북자는 난민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 또는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우려…"로 인정해야 하는데 탈북자들 대부분은 "생존을 위해 월경한 경제 유민"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탈북자와 같은 "경제유민'(이른바 불법체류자)이 전 세계적으로 2천 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난민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으며, 국가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외교적으로도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이나 북한지원 NGO들의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대부분의 탈북자는 경제유민"이라는 분석에 동의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인권운동연구소 류은숙 상임연구원은 "탈북자 문제의 대부분은 이른바 (떠도는 소문에 근거한) '카더라 통신'으로 불거지고 있는데 이제는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상임연구원은 "탈북자 보호대책도 특수한 이익에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정당이나 국가인권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실태조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기획탈북' 문제를 중국과 함께 진상 조사할 의사가 있다. 이는 탈북자 문제로 곤혹스러워 하는 중국에게 도움이 되어 한중관계 개선을 가져올 것이며,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당내에서 소수의견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에 자신 없음을 내비쳐 참석자들을 맥빠지게 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주발제자로 나선 통일연구원 김수암 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이 내세우는 '자유의 성전'은 북에게는 핵문제 뿐 아니라 인권문제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미국은 북의 내부 변화를 꾀할 것인데 특히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자유의 성전'의 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북 내부로 외부의 정보가 스며들어가는 것과 함께 외부로 북의 정보가 흘러나오는 것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체제 변화를 유도하게 된다는 것.

덧붙여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대량탈북은 불가능하지만 기획탈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미국의 인권공세에 대응하는 남한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북인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안적인 인권보고서 작성이나 유엔과 같은 다자간 협상의 활용 등이 그것. 그는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활동공간을 넓혀 유엔의 대북 결의안 내용을 최대한 유리하게 바꾸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김성란 통일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인권·시민 단체뿐 아니라 정부와 정당이 적극 결합해 북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공세를 대사회적으로 막아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이 내세우는 자유주의적 인권관에 대한 비판도 주요하게 거론되었다. "어떠한 권리보다도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주장은 미국의 북인권 공세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였다. 그러나 이는 북인권 문제의 다면성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는 지적 또한 있어왔다.

이에 대해 류 상임연구원은 "미국식 자유주의 인권관은 '빵과 자유'의 문제를 외면하면서 '경제활동의 자유'를 '모든 자유'로 치환해, 본래 풍부해야 할 자유의 내용을 '사용자의 착취할 자유', '노동자의 굶어죽을 자유'라는 식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해 참석자들의 반향을 이끌어 냈다. 또 "정치활동의 자유,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적 자유 없이는 인간다운 생존을 추구하고 요구할 동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품는 사회권, 사회권을 모이로 힘을 얻는 자유를 인권은 옹호한다"며 '자유권과 사회권의 불가분성'을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러한 대안적 인권론의 발전이 북인권 문제 해결의 한 해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