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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 류정순의 인권이야기 ◑ '강제수용'이 노숙자 대책인가

지난 22일 서울역 화장실에서 노숙자 2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역 건물을 새로 지은 후 공안원들의 단속이 더욱 심해진데다가 작년에 문모 씨가 공안원의 구타로 사망함에 따라 노숙인들의 공안원에 대한 반감과 불신 수위가 높았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불황으로 인해 노숙인이 증가되었는데도 당국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고, 겨울이 되자 공원에서 생활하던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옴에 따라 역사 안 노숙인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겨울이 되면 매일 밤 동장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노숙인들이 따뜻한 역사로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만약 서울역사에 너무 많은 노숙인들이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면 정부는 당연히 사전에 노숙인들이 갈 곳을 마련해 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반대로 단속만을 해대는 상황이다 보니 서울역사에는 노숙인과 공안원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하루에 두 명씩이나 동료들이 죽었고, 그 사인이 공안원의 구타라는 소문이 돌자 동료를 잃은 슬픔이 분노로 변한 것은 이해가 갈만하다.

더욱이 경찰이 철저한 현장검증을 하지도 않은 채 서둘러 시체를 옮기려 했을 때, 노숙인들은 경찰이 사실을 은폐할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따라서 경찰은 노숙인들을 진정시키고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설득과정을 생략한 채 물리적인 힘으로 노숙인들을 제압하고 시체를 옮겨 결국 이러한 처사가 노숙인들의 슬픔을 분노로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고, 격분한 일부 노숙자들이 역 대합실 집기를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는 불상사로 이어졌다.

이틀 후에 경찰은 숨진 2명이 공안원의 구타 때문이 아니라 각각 간경화와 폐렴 때문에 숨졌다고 발표했다. 설령 사인이 구타가 아니라 병사였다 하더라도,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이 법적으로 약속된, GDP 규모가 세계 12위인 국가에서 하루에 두 명씩이나 병원이 아닌 화장실에서 죽어갔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치료받고 죽을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을 강제로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개선은커녕 '강제수용'을 하겠다는 반인권적인 발상을 내놓았다. 강제수용이란 바로 감옥에 보내겠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죄도 없는 사람을 가두어 두는 법적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얼어죽으나 맞아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이고, 한데 잠을 자는 것보다는 감옥이 더 나은 극한상황에 처한 노숙인이 행여나, 어차피 강제수용이라는 감옥에 갈 바에야 한풀이라도 하고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무슨 짓을 못할까?

서울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치료받고 죽을 권리'마저 실현하지 못하고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서 죽은 친구를 잃은 슬픔과 분노에 찬 노숙인들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발상으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서울시가 해야할 것은 책임을 통감하고 서둘러 노숙인 복지제도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다.

◎류정순 님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