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국가가 저지른 살인행위, 전향공작

의문사위, 반인도적 국가범죄 대검찰청 고발 … 공소시효 배제해야

박정희 정권 시절, 폭력적인 강제전향공작으로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간 반인권적 국가범죄가 심판대에 올랐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는 74년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비전향장기수 최석기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조아무개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30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의문사위는 "조 씨가 중앙정보부와 법무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전향공작반'의 사주를 받아, 74년 4월 4일 최 씨를 가혹하게 폭행한 끝에 사망케 했다"고 전했다. 대전교도소 재소자였던 피고발인 조 씨는 전향공작에 동원돼 비전향 좌익재소자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사상전향을 강요했던 것. 의문사위는 "최 씨가 사망 직전, 실어증 등의 병에 걸려 있었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장기투약 하는 등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전해, 당시 최 씨가 전향공작에 의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의문사위는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61년 이래로 좌익재소자들을 각종 처우로부터 제외하고 독거 수용하는 등 국가기관이 사상전향제도라는 이름으로 비전향 좌익재소자들을 빈번히 탄압해 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73년 6월 법무부와 중앙정보부 주도 아래 전향공작반은 조 씨와 같은 재소자들을 동원해 '비전향 좌익재소자 없애기'에 나섰다"며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임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의문사위는 이 사건을 단순히 한 개인이 가해자인 폭행치사 사건이 아니라 "전형적인 반인권적 국가범죄"라고 규정했다. 또한 "국가기관이 이러한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문사위는 검찰이 공소시효제도를 방패삼아 국가범죄를 공개할 의무를 방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 씨가 조 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지 이미 30년이 지났다. 그러나 조 씨가 저지른 폭행치사죄는 7년이 공소시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고 은폐된 반인권적 국가범죄이니 만큼 의문사위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유엔은 68년 총회에서 '전쟁범죄및인도에반하는죄에대한공소시효부적용에관한협약'을 채택하는 등 반인권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국가폭력의 희생자인 최 씨는 49년 3월 경, 월북하여 인민군 소위로 한국 전쟁에 참가했다. 그리고 53년 검거되어 무선전신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