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 모든 노동자들을 파견할 셈인가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10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입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전체 노동자를 파견노동자로 만들 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정부안은 기존 26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허용업무를 소수의 금지업종만 남기고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며 파견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안은 그동안 중간착취와 주기적 해고의 이중고통을 당해온 파견 노동자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이며, 정규직 노동자들까지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들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이미 인력모집과 공급, 임금정산 외에 실질적인 노무관리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 30%∼50% 안팎의 임금을 매달 수수료명목으로 떼어 '사람장사'를 하고 있는 파견업체와 자본에게 모든 노동자들을 갖다 바치겠다는 꼴이다.

그러더니 온갖 업종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불법파견은 나몰라라 하던 정부가 이제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받는 차별은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하겠다며 으쓱대고 있다. 그러나 자본은 현재의 업종을 더욱 세분화하여 '동종 업종'이 아닌 업종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 비교 가능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를 없앨 것이다. 그것이 힘들다면 고작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한 위반 과태료를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더욱이 '구제조치'가 파견근로라는 고용 형태를 사장시킬 것이라며 이것마저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경총의 엄살에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구분을 명확히 하면 별 문제 없다"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

유엔 사회권 규약은 중간착취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함으로써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진정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파견법을 철폐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