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비정규직'을 해부한다 ④ (끝)

'21세기 노예', 비정규직의 사슬을 끊어라!


지난 1월 정부는 '1년 미만 단기계약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지침을 발표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좀 나아진게 있냐'는 질문에 한 노동자는 "그건 사기죠"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는 판에,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나아질리 있겠느냐"고 오히려 그는 반문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용․임시직 노동자의 비중은 지난 4월 52.7%에서 52.9%로 더 높아졌다. 신규 취업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파견제 철폐

해결책은 비정규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우선적인 손질대상은 근로기준법 제23조다. 제23조는 기한이 정해진 근로계약(일용직․임시직)과 기한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상용직)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임시직노동의 대상을 명확히 제한하지 않고 있어 사용주가 정규직을 임시직 노동자로 대체하는 추세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심동진 조직부장은 "일시적 결원이 생긴 경우(1년 이내), 일시적 업무가 생긴 경우(6개월 이내)를 제외하고는 기한이 정해진 근로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해진 기간을 초과해 고용이 이뤄졌을 경우는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 예컨대, 1개월 혹은 3개월 단위로 계약이 갱신돼 적게는 1년 이상 많게는 십수년을 일해온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와 같은 경우 정규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파견제의 철폐 또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6조 제3항은 2년 이상된 파견노동자는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파견법 제정 2년이 다가오자 사용주들은 직접 고용은커녕 오히려 파견법의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파견기간의 1년 추가연장 △해고 후 파견노동자의 사용금지 기간을 현 2년에서 6개월로의 단축 등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파견근로가 정규직을 대체하는 것 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파견법의 개악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근로자파견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근로계약을 맺은 업체와 사용종속 되는 업체가 분리되는 파견근로는 필연적으로 중간착취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장도급 등의 불법적인 근로자공급사업도 처벌 규정을 강화해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


근로기준법 적용․단결권 보장

마지막으로 노동시간․휴일․임금 등 인간다운 노동의 최소 지표인 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위탁계약직 노동자(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등)부터 15시간미만 단시간 노동자까지 어느 누구도 제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는 근로기준법의 보편적 적용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비정규노동자의 단결권 행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비정규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