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비정규직과 여성' 이중의 모순에 갇히다

흥국생명, 임신한 여성노동자 계약직 빌미로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노동자 중 56.6% △정규직 남성 월평균 임금 202만원, 여성 131만원. 비정규직 남성 월평균 임금 116만원, 여성 77만원 △전체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46.7%, 전체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70.7%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통계로 본 한국의 비정규노동자 2002」

위 통계는 한국 사회의 노동 시장 구조에 관한 단면이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그 경계선은 비교적 명확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선, 그리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선. 그 경계에는 고용형태와 성별분화라는 차별이 존재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이를 넘어선 차별은 비정규직의 소외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 확대의 일차적 피해자는 바로 여성이다.


임신하자 계약해지 통보

최근 해고를 당한 최경자 씨 사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 씨는 5년 동안 영양사로 흥국생명 연수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해왔다. 그동안 6차례에 걸친 재계약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최 씨가 임신 사실을 알린 지난해 8월 회사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최 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아래 경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나, 지난 13일 기각 판정이 내려졌다. 경기지노위는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해고했다'고 해명하는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애초에 최 씨는 임신 사실을 알리면서 출산 기간 2개월 이후 고용계약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회사측과 구두로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는 구두합의를 파기하며 최 씨를 '해고'했고, 10만원 낮은 임금으로 새로운 영양사와 '고용계약'을 맺었다. 최 씨가 근무하는 흥국생명 연수원에도 19명의 노동자 중 무려 14명이 비정규직이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기각 판정이 나자 17일 흥국생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과 승진, 인사, 배치 등에서 차별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하며, "최 씨의 부당해고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박탈이자 여성 노동자의 모성기본권을 동시에 짓밟은 반인륜적 행위로써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직이면서 게다가 여성인 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여성단체들과 연대하여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씨도 역시 기각 판정에 굴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계약직 노동자는 출산휴가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라며 "임신을 하면 해고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여성 비정규직 빈곤 심화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특히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은 평가절하 되고, 여성은 항상적인 저임금 구조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성에게 전가되는 가사와 출산·양육이 사회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여성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면서 최 씨의 경우처럼 여성들은 해고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해고는 임금의 박탈로 이어져 빈곤을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여성을 빈곤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