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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의 '고해성사' 과거청산의 시작

인권사회단체, "국가기구의 반성과 신뢰 형성이 중요"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민족친일행위와 과거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회 내 진상규명특위를 제안하고 나선 데 이어 국방부, 검찰, 경찰 등이 앞다투어 자체내부 조사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인권사회단체들도 대응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정부가 과거청산의 의지를 보여준 것에 환영하면서도 진상규명이 실질화 되도록 독립적인 기구를 마련하고, 과거 인권침해의 온상이었던 국가기구들의 자기반성과 함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대통령이 과거청산 의지를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과거 인권침해를 자행한 국가기구의 자기반성과 성찰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공개 자료를 제시하거나 은폐한 사건들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도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의혹사건을 처리하였던 권력기관은 사건을 조작할 뿐만 아니라 의문사위원회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해 왔다는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 경찰, 국정원, 기무사는 스스로 의혹을 푸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민적인 의혹이 남아있는 사건을 그대로 두고는 권력기관의 도덕성과 신뢰, 법치주의는 회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국가기구에 의한 인권침해로 과거 비민주적 정권 하에서 발생했던 인혁당, KAL기 폭파, 군 녹화사업, 유서대필, 각종 의문사 사건 등을 언급했다.

또한 15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는 "(국회 내 진상규명특위 제안은) 국가적 중대사안인 역사의 진실규명이라는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기구의 위상과 권한이 작으며 또한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며 "진상규명이라는 원칙 하에 기구의 권한과 방법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문사가족대책위와 군가협은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신뢰부터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의문사진상규명을위한유가족대책위원회는 "국방부는 의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김훈 중위, 허원근 사건처럼 국방부 내 특별조사단을 설치하여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진실을 규명한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사건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군·경 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도 "조직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별도의 국가기관이 재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상 국방부 차원의 재조사는 아무리 반복해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오는 20일에는 과거사 관련 피해자 및 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며, 같은 날 오후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과거청산관련 워크숍을 개최할 계획이다.

과거청산이 이번에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과거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은 또다시 재현될지도 모른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오늘과 미래의 정의를 세우기 위한 과거청산의 시작은 국가권력에 의해 일어났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