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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생체정보’ 안전한가?

정보인권단체, ‘생체정보와 프라이버시’ 관련 토론회 열어

지문, 유전자, 홍체 등 생체정보로 본인을 식별하는 기술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프라이버시 보호 논의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취약하다. 이에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등은 14일 ‘생체정보와 프라이버시’ 토론회를 개최, 생체인식 기술 활용의 사회적 의미와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법․제도적 대안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생체정보 이용의 문제점과 사회적 통제-유전자 디비를 중심으로’란 주 발제를 시작으로 ‘US-VISIT과 화상인식기술, 미아찾기 유전자디비에 대한 비판적 검토, 지문정보의 오․남용 사례’가 집중 검토됐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는 “신원확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아래 유전자 디비)는 일단 구축되고 나면 입력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속성을 가진다”며 “국가가 소유한 다양한 개인정보들이 연동, 통합되는 것처럼 각종 신원확인용 유전자 디비(미아찾기, 이산가족찾기, 군대)와 신상정보(주민등록, 지문)가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씨는 주민등록과 지문날인을 전산화해 운영하고 있는 강력한 국가감시체계를 갖춘 나라에서 개인의 유전정보까지 국가가 소유할 필요가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필요에 따른 활용은 엄격하게 법률에 근거해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더라도 디비로 구축해 유전자 정보를 집적․관리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디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면 유전자 감식기술의 사회적 활용이 크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인권침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서울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한다는 핑계로 조선족 동포들 수십 명의 유전자를 반강제로 채취했다. 유전자 감식과 디비가 표면적으로 특정집단에게 한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로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의 분석과 저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인에 대한 유전자 채취는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부분 반강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국가차원에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해당 개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 씨는 “생체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몰래 수집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집 자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 내 생체정보개발자, 관련 연구소의 연구원, 행정자치부․법무부 관련 담당자들이 참석해 생체정보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주)삼성 SDS 정상삼 씨는 “현재 나와있는 기술 중 신분증 위변조 방지, 각종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지문인증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이 ‘최적’이다. 만약 이런 기술을 부정한다면 그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기술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기술이 없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사무국장은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생체정보 기술 도입이 저렴하더라도 프라이버시 침해가 예상된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다른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생체정보 활용이 최후의 불가피한 상황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쓰여야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그 이전에 다른 방식이 선행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