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소유권 발 아래 놓인 노동기본권

소박한 꿈 하나로 버텨온 직장에서 어느 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단다. 눈치를 보니 알아서 나가라는 소리다. '회사 사정이 많이 어려운가 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어깨가 들썩여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흑자란다. 그 배신감, 그 서러움. 자식새끼 걱정도 걱정이지만 너무 억울해서 심장이 뛴다. 들은 척도하지 않는 회사를 협상 테이블에라도 불러내려고 파업을 했다. 수백 억대의 손해배상 가압류가 따라붙었다.

손배 가압류를 철회해 주겠다는 미끼에 동료들은 하나둘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버틴 사람들은 그야말로 강제로 떠밀려 나왔다. 그렇게 잘려나간 사람이 850명. 그 후로 2년 넘게 아이들 급식비도 제 때 챙겨보내지 못하면서 매일 회사로 찾아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복직 투쟁자만 골라 손배소송을 진행했다. 그 사이 노조는 어용이 되어버렸고 돈도 사람도 잃었다. 바로 태광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아니 전국 곳곳 이 땅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다.

며칠 전 울산지법은 태광 해고자들에게 '법의 이름'으로 또다시 가혹한 판결을 내렸다. 법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강행된 부당 정리해고의 책임은 덮어두고 '불법'파업이니 개개인도 손해를 물어야 한단다. 마구잡이 '불법파업' 제조기인 현행 노동법이 악법이라 비난받아온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인가. 그럼에도 직장 잃어버린 것도 서러운 이들에게 손해까지 배상하란다. 악법 국가보안법으로 차가운 감옥에 들어앉은 사람에게 안보 불안을 일으킨 죄로 배상금까지 내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노동기본권 말살 무기로 활용되는 손배 가압류를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자들이 잇따라 몸에 불을 지르고 목을 매달면서까지 이 악랄한 노동탄압에 항거하였건만, 국제노동기구에서조차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라는 항의서한을 보냈건만, 이 정부와 자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지난해 1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손배 가압류를 자제한다는 속 빈 선언만 발표됐을 뿐, 정부가 행한 공공부문 손배 가압류도 전혀 취하되지 않고 있다.

소유권을 절대 신성시했던 근대 민법의 원리에 수정을 가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노동법이다. 그럼에도 이 땅의 노동기본권은 아직도 소유권의 발 아래 엎드려 있다. 17대 국회는 노동자와 노조에 손배 가압류라는 노예 쇠사슬을 채우는 노동법 손질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