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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불안정한 노동자를 차별하지 말아요

초등학교 5학년인 현수는 오늘 너무나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학교 공부시간에도 자꾸 딴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그렇게 맛있던 급식도 별 맛이 없었던 거 있지요. 왜냐면 아버지가 얼마 전부터 다니시던 회사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크게 걱정하셨는데, 어제는 밤을 새며 시위를 하느라 집에 못 들어오셨기 때문이에요. 아버지 몸은 건강하신지, 직장은 계속 다니실 수 있을지…. 아버지와 전화를 하시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계속 귓전에 맴돌아서 현수의 마음도 무겁기만 합니다.

현수의 아버지는 '가스'를 담아 운반하는 커다란 탱크로리를 운전하는 기사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회사에서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사람들의 월급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현수의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는 높은 사람들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데, 월급이 채 1백50만원이 못 됩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고 계신 옆 집 아저씨는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있는 휴게실도 옆집 아저씨는 쉬는 시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현수의 아버지는 휴게실에서 쉴 수 없다고 합니다. 휴게실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회사의 지시를 받는 데도 이렇게 차별을 하다니…. 게다가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 말라며 쫓아 내버리다니…. 현수는 최근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화가 치밉니다.

위의 이야기를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현수랑 같은 마음이 들었나요? 여러분이 현수처럼 불안하고 화가 난 것은 아마도 현수 아버지가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일거예요. 언제 쫓겨날지 몰라 불안하고 매일 차별을 당하는 현수 아버지 같은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요? 하지만, 현수 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불안정한 노동자'의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차별을 받으면서도 불안하게 일하는 현수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수가 전체 노동자의 70%도 넘는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들이 차별 당하고 불안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수 아버지와 같이 '불안정한 노동자'를 보통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정부가 고치려는 법이 '불안정한 노동자'를 더 차별하고 불안하게 만든다"라며 정부한테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어요. 다행스럽게도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수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잘 이해해서 '정부의 법이 잘못됐다'라고 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사업하는 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월급도 조금 주고, 쉽게 내쫓을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기 원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도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권리를 누려야하지 않을까요? 공장에서 일을 하다 다쳤을 때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보험, 또 일을 그만둔 경우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직장을 구하는 동안 생활비를 주는 보험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의 권리와 관련해서 고용주와 협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월급을 주어야하고, 일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해서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에게 "법을 제대로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은 "지금 정부가 고치는 법은 불안정한 노동자를 차별하고 불안정한 노동자를 계속 늘어나게 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이 만들어지면 현수 아버지와 같은 노동자가 더 많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 불안정한 가정이 늘어나는 것이고, 어린이 여러분의 마음도 마찬가로 불안하게 된다는 것을 정부와 회사의 높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봅시다] 노동자의 이야기가 조금 낯설다고요? 그래요, 지금은 우리친구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잘 모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계속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모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요?

작은 공장이나 커다란 회사 혹은 학교나 관공서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교사, 회사원 등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된 이름은 바로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미래 우리 친구들 자신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일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된 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차별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노동자의 권리를 알려줍니다. 우리 나라 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