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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 유해정의 인권이야기 ◑ 이제 그들에게도 빼앗긴 인권을 돌려주자

17대 국회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이야기한다. 막연한 바램이 아닌 '투쟁'으로 얻어내는 '민중'과 '정의'의 승리이기를 바라는 이 많은 희망들 가운데에는 사상과 양심을 짓밟는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족쇄인 호주제 폐지의 염원이 담겨있으며, 국민발의제와 국민소환제 같은 '민중'이 사회의 '주인'으로 서는 수많은 제도들의 '쟁취' 역시 담겨있다. 또한 이 '희망'들 가운데에는 범죄자란 이유로 사회격리를 정당화해온 사회보호법의 폐지 역시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로 24년 동안 지속돼 오면서도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기만 한 이 법은 이미 형벌이 종료된 사람들을 '장래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재범의 위험성'을 근거로 최대 7년 동안 다시금 '징역살이'를 시킬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입법이 이뤄진 이래 지난 24년간 수 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제도의 희생자가 되었고, 현재도 청송감호소에는 그 희생자들이 철창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재범의 위험이 있는 자를 사회에 복귀시키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권단체와 피감호자들은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사회보호법이 '범죄자'들에 대해 '있을 지도 모를 위험성'만을 근거로 해 '징역살이를 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이고, 이 법의 목표가 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우리 사회의 빈곤계층(피감호자 중 70%이상은 생계형 범죄자며, 또한 피감호자의 절반이상은 초등학교 교육도 채 이수하지 못할 만큼 가난했다)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이다. 게다가 교도소보다 열악한 감호소 내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환경들은 이들을 더욱 더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그들의 가족의 기반을 와해해 사회적 지지망을 상실케 한다는 것이 사회보호법 폐지의 이유이다.

피감호자들의 단식농성으로 시작된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은 지난 한해 들불처럼 번졌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3개의 정당이 사회보호법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으며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민간단체는 물론 사회원로들이 앞 다투어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촉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사회보호법 폐지 권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사회보호법은 두터운 '인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이 법의 반인권성을 부인하지 못했지만 '사회 방위를 위해 그들의 인권침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나의 우편함엔 하루가 멀다하고 피감호자들의 편지가 배달된다. 살아남기 위해 훔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며, 기약도 없는 징역살이에 부인과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 어린이날·어버이날 자식에게 부모에게 갈 수 없는 서러운 눈물들이 가득 담긴 편지 앞에서 과연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사회'는 무엇인지, '인권의 보편성'은 무엇인지 다시금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유해정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